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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살아가며

데스크탑 사망이후 사용하는 컴퓨터들을 둘러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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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지난 6년간 동고동록 해왔던 데스크탑에게 최종 사망진단을 내렸습니다. 구매 당시 개인적인 활용도에 비해 꽤나 고사양으로 뽑았던 정든 친구였습니다. 그동안 잔잔한 질병들이 있어왔지만 별다른 AS없이도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던 이 친구가 최근 수개월 동안 신종플루에 걸린것처럼 이상 징후를 보이더군요. 그러던 차에 이틀전에 식물인간이 되버렸습니다. 검사결과, 이런저런 합병증이 원인이라고 합니다. 고심 끝에 산소마스크를 떼기로 했습니다. 더불어 장기는 새 생명들을 위해 기증(?)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데스크탑이 유명을 달리한 것이 계기가 되어 제 주변 디지털 기기들을 둘러보게 되었는데요. 살펴보니 제가 사용하는 컴퓨터 대부분이 노트북이더군요. 강남에서는 제 첫 노트북인 IBM T42기종으로 업무를 보고, 논현동에서는 회사에서 제공한 노트북(SENS P50)로 일을 합니다. 집에서는 현재 아들 녀석의 멀티미디어 교육용으로 주로 활약하지만 필요하면 아들몰래 가끔 들고 다오는 xnote R510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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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히 생각해보니 노트북이란 문명의 이기를 사용한지는 십 수년이 되어가는 중이니 그나마 노트북 키보드 좀 눌러봤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기실 노트북에 대해서 아는 것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업무상 필요에 의해서 회사에서 지급된 것들을 주로 사용하다보니 동시대에 각광받는 신제품과는 거리가 먼 제품을 사용했거니와 그렇다고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제품이 딱히 있었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냥 주는대로 사용하는 미련한 유저였던 셈이죠. 더불어 노트북의 가장 큰 활용도라 할 수 있는 휴대성이란 것을 인식하게 된 것은 불과 몇 년이 되지 않습니다. 이역시도 최근 동가식서가숙 업무환경이란 비자발적인 동기에 의해 관심을 갖게된 것입니다.

그나마 사용하는 제품중에 근래에 나온 제품이 XNOTE R510인데요. 사망해버린 데스크탑 컴퓨터에 비해 성능상으로 큰 손색이 없으며, 디자인 또한 그간 제가 사용했던 둔탁한 블랙계열이 아닌 화사한 색상입니다. 더불어 1시간 30분이 넘어가면 배터리 방전음이 난무하던 노트북을 사용하다 사용시간 3시간을 보장해주는 R510을 현재 매우 만족스럽게 사용 하고 있습니다. 물론 매사 만족스러울수는 없겠지요. 휴대성 면에서는 최근 유행하는 넷북처럼 가볍지도 않고(2.61kg), 가지고 다니면서 거리낌 없이 꺼내 쓸수 있는 아담한 크기(15.4 inch)도 아닙니다. 일견 휴대성과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이정도 무게는 충분히 감당이 되며 간간히 노트북 전용 가방에 이 녀석을 넣고 다니는 중인데요. 가방이 편리해서인지 개인적으로 이전 사용 제품에 비해 그닥 무겁다는 느낌은 받지 않고 있습니다. 더불어 얼굴에 철판 깔고(?) 과감히 어느 장소에서든지 꺼내서 사용하는 중입니다. 물론 최근에 넷북에 대한 욕심이 어느정도 있긴 합니다만, 저 개인의 효율성에 비해서는 개똥위의 연꽃이라서 주저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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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녀석은 그간 저와 함께 수 년 동안 동거동락을 해온 IBM T-42기종입니다. 구입당시만 해도 디자인 작업에 최적화된 노트북이란 소리를 들었던 멋진 녀석입니다. 현재까지도 손에 익은 것으로 따지면 R510보다 이 녀석이 보다 사용하기 수월합니다만, 매끈한 신제품에 밀려 현재는 접혀진채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기에 업무에서의 활용도가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더불어 켤때마다 가래 끓는 기침을 해대서 가끔은 조용한 사무실에서 민망할때가 있어요.

재미있는 것은 제가 종종 해외 출장(거의 러시아)을 갈때 현지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컴퓨터(노트북)가 또 다르다는 것입니다. 러시아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컴퓨터는 엑스노트 LU20 입니다. 한때는 한국에서 조립해간 테스크탑 컴퓨터만을 사용했지만 러시아 내 지역 출장 중에 노트북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러시아 내 출장용으로 한 대 도입되었습니다. 게다가 LU20은 구입 당시(2005년)에는 매우 생소한 태블릿PC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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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노트 LU20와의 첫 만남은 시골 총각이 '깍쟁이 서울 아가씨'와 맞선을 본 느낌이었다고 표현하면 이해하실려나요? 그전까지 다소 투박한 디자인의 컴퓨터와 노트북에 익숙해져 있다 LU20를 만나보니 화사하면서 잘못 만지면 토라져서 쉬 고장나 버릴것 같았습니다. 이래저래 조심스럽게 사용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몇 년에 걸쳐서 띄엄띄엄 원거리 연애로 만나보니 이 서울 아가씨가 여간내기가 아니더라구요. 러시아의 다소 열악한 날씨 환경(?) 속에서도 아프다는 말 한 미디 없이 꿋꿋하게 자기 역할을 다 하는 똑순이 아가씨더군요. 역시 사람이나 기계나 겉만 보고는 모르는듯 싶었습니다.

더불어 구입 초기만해도 러시아에 노트북, 그것도 태블릿PC는 그리 널리 퍼진 것이 아니었기에 바이어와 컨설턴트들과의 미팅시 LU20은 자연스레 러시아인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역할을 했습니다. 덕분에 이 노트북을 화제로 회의를 시작해 자연스레 업무내용으로 들어가곤 했지요. 이는 최근까지도 유효한 회의 패턴입니다. 상대방 가족 안부를 묻는 요식적인 대화로 회의를 시작하는 것 보다는 부드러운 진행이었지요. 더군다나 해외에 나가있으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고 했던가요? 외국인이 국산 제품에 대해 관심을 보이면 어느덧 제가 LG 직원이고, 삼성 직원인양 열렬히 떠들게 되더군요.

그나저나 이 서울 아가씨를 최근 몇 달 못봤더니 궁금해 지더군요. 그래서 러시아 지사 직원에게 안부를 물어보니 요즘은 다소 지친 기색(?)이 보인다고 합니다. 악세사리를 달던지 아니면 업그레이드라도 시켜줘야 한다는 의견도 첨언하더군요. 그도 그렇겠지요. 요즘같이 디지털 기기의 세대가 급격하게 변하는 시기에 그간 변변한 옷 한 벌 못 사줬거던요. 횟수로 5년동안 별탈없이 자기역할을 훌룡하게 해줬으니 상이라도 하나 준비해봐야겠어요. 없는 살림이지만 다음에 만날때는 저렴한 브로치(?)라도 하나 선물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