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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그간 블로그 관련 행사(컨퍼런스, 포럼, 서밋 등)에 참여한 횟수로 따지면 꽤나 돌아다닌 축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득하게 한자리에 앉아서 강연내용을 듣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워낙에 성격이 부산스러운지라 아는 얼굴이 있으면 인사하고 담소를 나누는 등 행사외 활동에 매진(?)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보니 그동안 주옥같은 강연내용을 놓치기 일쑤였습니다. 미련한 참관객이었던 셈입니다.

그러던 와중에 간만에 행사시간 내내 강연자들의 일거수일투족 뿐만 아니라 강연내용까지 꼼꼼히 메모를 하며 지켜본 행사가 있었습니다. 바로 얼마전에 언론재단 주최로 열린 2009 블로그컨퍼런스 '우리는 미디어다'행사가 그것입니다.

솔직히 컨퍼런스 전날 일간지에 보낼 기고 원고 몇 개를 쓰느라 밤을 지새고 나온터라 행사장(프레스센터)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컨디션이 좋은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행사장 자리에 앉은 이후 기조연설을 시작해서 5시 30분까지 이어진 행사 마지막 세션이 순식간에 지나갔다고 느낄 정도로 컨퍼런스 내용에 빠지게 되었는데요. 이유는 행사에서 거론된 내용들이 이전 블로그 관련 행사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심도 있는 내용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이번 컨러펀스는 오후 일정이 세미나 세션과 교육세션 두 개로 나뉘었는데요. 교육세션에는 [블로그를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기법 : 블로그로 돈벌기], [모바일을 활용해 세상과 소통하기 : SNS], [블로그와 저작권], [파워블로거와의 대화] 등의 주제로 진행되었으며 다른 장소에서 열린 세미나 세션에서는 [블로그의 진화와 저널리즘적 가능성]에 대한 발표와 토론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날 컨퍼런스에 참여한 상당수의 청중들의 과반수는 교육세션이 열린 강연장에 몰려들었는데요. 아무래도 다소 이론적인 토론이 벌어지는 세미나 세션보다는 현재 블로거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재미있는 주제들이 다뤄지는 교육세션이 청중들의 관심을 유도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먼저 오전 기조연설을 한 두 분의 강연자들의 강연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첫번째 기조연설을 한 KBS 이명한 PD는 '창조적 생각 재미있는 기획'이라는 제목 하에 과거 인기를 끌었던 방송 프로그램들이 객관적(캐릭터, 프로그램명, 책, 상품)이었던 것에 비해 현재 대세를 이루고 있는 프로그램들이 주관적(기획자와 수용자 간 융통성)이며, 빈틈없이 짜여진 틀에서 벗어나 여백이 있고 자유로움이 있는 프로그램이 현 시대의 트랜드라는 것을 설명하며 블로그스피어의 블로거들 역시 객관적이기보다는 주관적인 주제로 블로깅 할것을 당부했습니다. 더불어 다소 차가워 보일 수 있는 인터넷 공간에서 따뜻하고 휴머니즘적 정서가 부가된 컨텐츠가 향후 온라인 상에서도 대세가 될 것이라 내다봤습니다.

2. 두번째 기조연설자는 현직 의사 블로거이자 2008년 다음 블로거기자 대상을 수상한 헬스로그의의 양광모(인터넷 이름 : 양깡)님이 '대한민국 블로그 미디어의 비즈니스 전망'에 대해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서두에 '예측은 틀리게 마련, 내말을 믿지 말라'란 전제한 뒤 강연을 시작한 양광모님은 과거 WEB 1.0 시대와 현재 WEB 2.0 시대를 설명하며 블로그의 의의를 설명하는 동시에 본인의 경험을 가미하여 강연을 진행했는데요. 거품이나 환상이 없는 꽤나 현실적인 내용을 골자로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더불어 기존 언론매체와는 태생부터가 다른 블로그 미디어를 통해 기존 미디어의 변화가 가속될 것이며 '기자가 블로거가 되고 블로거가 기자가 되는 세상'이 올 것이라 블로그미디어의 미래를 전망했습니다.


점심 식사 이후에 앞서 말한대로 두 개의 세션으로 컨퍼런스가 진행되었는데요. 저는 주로 '블로그의 진화와 저널리즘적 가능성'이란 주제로 열린 세미나 세션 행사장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교육세션 역시 매력있는 강연들이었습니다만, 연초부터 블로그미디어를 표방하는 매체에 발을 담그고 있는지라 아무래도 세미나쪽이 개인적으로는 더욱 매력적이었습니다.

쉬는시간 포함해서 3시간 30에 걸쳐 진행된 토론은 [미디어로서의 한국 블로그, 현황, 특징], [블로그와 기존언론의 관계 설정], [블로그 저널리즘의 성장 가능성]등 3개의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토론에는 학계 및 현장 실무를 맡고 있는 업계의 대표들이 참여해 청중들에게 심도있는 내용을 전달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세미나 세션의 큰 줄기는 '블로그미디어를 기존틀에서 볼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틀을 짜고 인정할 것인가?'라고 볼 수 있었는데요. 이날 세미나 세션에서 언급된 내용 중에 인상적이었던 내용들을 간략히 정리해 봅니다.

김상범(블로터닷넷 대표)
- 블로그를 너무 미디어(저널리즘)로 본다면 블로그의 의미가 변색될 수 있다.
- 블로그에서는 주관적인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맞다. 물론 외부에서 봤을 때는 이러한 성향이 편파적이고 경박해 보일 수 있지만 이것이 블로그의 장점이라고 본다.
- 블로그 미디어의 한계 : 해외에 비해 자연스런 유통채널이 취약하다.  

김위근(성균관대학교 연구원)
- 블로그 미디어도 객관성(데이터)이 중요하다.
- 시민저널리즘이 매체지향적인 것에 비해 블로그 저널리즘은 매체지향보다는 즉각적인 이슈보다는 곱씹을만한 주제로 나가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
- 블로그 저널리스트를 교육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 객관성을 담보로한 형태의 블로그 저널리즘(미디어)이 나와야 한다.

김익현(아이뉴스24 에디터)
- 유명 블로거의 객관성 기준을 모든 블로거가 따라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는 다양한 블로그 저널리즘 형태의 하나이다.
- 블로그 저널리스트를 교육하는 프로그램은 필요하다.
- 뉴스같지 않은 뉴스도 뉴스다. 모든 컨텐츠가 심각할 필요는 없다.
- 블로그 저널리즘의 범위를 넓게 봤으면 한다.

고재열(시사인 기자)
- 블로그스피어는 광장이다. 가족끼리 놀러가는 놀이터이기도 하지만 촛불을 들고 나가면 다른성격의 장소로 변한다.
- 블로그스피어는 패자부활전의 장이다. 물론 블로그스피어에 대한 과잉평가도 분명히 있다.
- 기존언론사는 대중교통, 블로그(대안 미디어)는 자가용이다. 상호보완이 가능한 관계이다.
- 블로그 미디어는 공정성, 객관성은 부족할지 몰라도 사회구성의 보완재가 되어 사회 전체적으로 공정하고 객관적인 지수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 전문가들이 블로그스피어로 와서 미디어화하는 미래가 예상된다.
- 블로그 및 트위터는 실험을 할 수 있으며, 자유롭다. 더불어 유통의 민주화(편집권 등)가 보장되는 장소이다. 다만 유통적인 면에서 다양성은 부족하다.

김성태(고려대 교수)
- 기존 매체중심의 미디어는 한계가 분명하다.
- 성급하게 블로그저널리즘, 트위터저널리즘이라고 명명하는 것은 생각해봐야할 문제이다.
- 매체나 미디어보다는 문화, 기능중심의 블로그미디어를 논해야 할 때이다.

민경배(경희사이버대 교수)
- 블로그를 저널리즘으로 볼것인가 말것인가 논의가 나오는것 자체가 의미있다고 본다.
- 현 시대는 이성보다는 감성(감정)의 시대
- 집단지성의 게이트키핑이 의미 있다고 할 수 있다.
- 저널리즘의 틀 안에 블로그를 끼워맞춰서는 안된다.

이동훈(배제대 교수)
- 개인미디어라 불리우는 블로그에 대한 규제 장치는 이르다. 소통의 기회를 준다는 의미에서 숙성될 시간을 줘야 한다. 매스미디어 중심으로 짜여진 규제는 블로그미디어에는 맞지 않는다.


이날 세미나 세션에서는 3개의 큰 주제에 다양한 논의가 나왔지만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발표자와 패널이 말한 블로그 관련 내용들의 전체적인 맥락은 현 시대상과 트랜드를 '객관적이지 않은 주관적이고 감성적인 시대'이자 '기존 매체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일상의 소소함도 훌륭한 정보이자 뉴스가 되는 시대'로 보고 있으며, 이런 추세에 가장 알맞은 형태의 소셜미디어 툴(tool)이자 대안미디어로써 블로그미디어가 첨병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강연자 및 토론자들 모두가 인정하고 전제하는 부분으로 보였습니다.

블로그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토론자들은 이미 '블로그의 저널리즘적 가능성'을 넘어 다양한 블로그미디어의 모델들이 등장해 활발하게 시험되고 있음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업계에서 전망하는 향후 전문가 집단의 블로그미디어 활동이 가속화 될 것이란 전망도 내놓았습니다. 다만 이들 블로그미디어 모델들이 수익적인 면과 유통채널의 다양성면에서 난관이 존재하고 있음도 함께 언급이 되었습니다.

물론 블로그미디어를 이야기할 때 항상 따라붙는 의문점이 객관성과 정확성 등에 대한 것들입니다만 이는 기존 미디어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부분이기에 블로그미디어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 개인적인 소견입니다.

각설하고, 이번 2009 블로그컨퍼런스는 행사 전 사전등록 때부터 블로거들의 많은 관심을 받은 행사입니다. 200명 사전등록은 단 몇 일 만에 완료되었으며, 대기자 역시 상당히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행사가 무료로 열렸다는 것이 크겠습니다만, 이보다는 블로그에 대한 기초적인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블로그 입문자에서부터 블로그스피어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찾고 있는 이들까지 모두 포용할 수 있는 내실있는 행사였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바라건대 앞으로도 블로그컨퍼런스가 꾸준히 열려 일반 블로거들에게는 양질의 정보를 습득하는 정보의 장이 되고 업계 인물들에게는 블로그스피어의 현재를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멋진 행사로 다시 찾아와주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