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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살아가며

꾸준함의 미덕 그리고 대학생들의 재기발랄함 안양대학교 러시아 예술제

지난 28일 토요일 오후 경기도 안양대학교 캠퍼스에 국내거주 러시아인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주말오후, 평소같으면 한산해야할 국내 대학 캠퍼스에 외국인들, 그것도 러시아인들이 자국어로 대화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러시아 어디의 대학 캠퍼스를 연상시킬 정도였다. 이날 모인 러시아인들 대부분은 국내 대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거나 유학중인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27, 28일 양일간 열린 이 학교 러시아어과 학생들이 펼치는 러시아 예술제를 관람하기 위함이었다. 러시아 예술제는 이번이 13회 행사로서 안양대학교 러시아어과의 역사와 맥을 같이 했다고 할 정도로 유서깊은 행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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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된 이날 러시아 예술제는 1부에서는 춤과 음악을 통한 신명난 내용이 주를 이뤘으며 2부에서는 원어 연극으로 진행되었다. 특히 2부에서 진행된 연극 '평범한 기적(обыкновенное чудо)'은 꽤나 재미있는 기억으로 남는다. 러시아 작가 에브게니야 스바르차(Евгения Шварца) 예브게니 쉬바르츠의 희곡을 토대로한 이 작품은 이 학교에서 재직중인 A.K. 아기발로프 교수가 맛깔나게 각색하여 선보였다. 아기발로프 교수는 이 학과 원어연극의 최초 연출자로써 7년만에 다시 예술제 원어연극을 진두지휘했다. 우리에게는 낮설다고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러시아에서는 연극 뿐만 아니라 두 차례(1964, 1978)에 걸쳐 영화로도 제작되었던 작품이다.

작품 '평범한 기적'은 러시아의 전래동화로써 진정한 사랑은 행복한 기적을 일으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이한 것은 이번 러시아 예술제에서는 원작에서 주인공 격인 마법사의 비중보다는 멋진 남성으로 변한 곰과 아름다운 공주의 사랑이야기에 촛점을 맞췄다.

출연한 학생 배우들은 매우 호연을 펼쳤다. 마법사와 그의 아내, 왕과 공주 역할로 나온 주연급 학생들은 연기나 대사가 무난했으며, 궁정부인 아만다와 아린찌야, 성직자 란슬롯으로 등장한 조연급 학생들은 자신의 역할에 맞게 열연을 펼쳤다. 더불어 단역, 혹은 대사 한마디 없는 역할로 나온 학생들까지 모두 충실하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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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학교의 러시아 예술제는 전문극단, 전문배우들이 열연하는 품격높은 문화행사는 아니다. 이날 출연한 배우들중 몇몇은 대사를 잊어먹기도 하고 배우들의 원어 대사에 맞춰 넘어가야할 한국어 번역 슬라이드도 간혹 맞지 않기도 하는등 운영상 미숙을 드러냈다. 게다가 배우 전부가 이 학교에 재학중인 평범한 학생들이기에 연기 또한 전문 배우들에 비할바 아니며 대사처리나 원어발음 역시 매우 훌룡하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행사와 학생들을 칭찬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13년이란 세월동안 꾸준하게 행사를 치뤄온 학과의 뚝심과 이번 예술제 행사 내내 학생들이 보여준 열정과 재기발랄함, 그리고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지난 몇 달 간 수업 외 시간에 노력한 모습들이 역력히 뭍어났기 때문이다. 더불어 학교 학교차원의 꾸준한 지원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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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이번 예술제를 총평하자면, 한마디로 재미있고 유익했다. 이날 예술제를 포함해 지난 12년 동안 안양대학교 러시아어과 예술제를 관람해왔기에 가질 수 있는 극히 주관적인 감상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비전공자라는 가정하에 최대한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봤을 때도 재미있었을 것이란 소견이다.

바라건데 앞으로도 러시아 문화와 예술을 테마로한 안양대학교 러시아어과의 예술제가 꾸준하게 명맥을 유지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끝으로 안양대학교 러시아어과 학생들에게 한마디. "Ребята молодцы(여러분 잘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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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영화 '평범한 기적(1978)' OST 다운받기 : (http://kinoplay.narod.ru/obyknovennoe_chudo.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