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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러시아에서는

불발로 끝난 게이 퍼레이드 현장 - 하려는 자, 반대하는자, 막으려는 자


5월과 6월 사이 성 소수자들과 인권단체 중심으로 적지않은 행사들이 열립니다. 성수수자들의 인권 개선을 위함입니다. 

게중에 가장 성대히 열리는 것이 '게이 퍼레이드'입니다. 이 행사는 뉴욕, 파리, 밴쿠버, 암스테르담 등 세계 대도시에서 매년 열리고 있는데요. 도시에 따라 집회 형태가 되기도 하고 축제 형태로 열리기도 합니다. 단발적인 하루 행사도 있지만 행사 주간을 만들어 다양한 부대행사를 펼치는 곳도 있습니다.

29일에 우리나라에서도 성적소수자들의 축제인 퀴어 퍼레이드가 시작되었는데요. 청개천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6월 8일까지 전시, 공연, 토론, 파티 등의 행사가 병행된다고 합니다. 국내에 성적소수자들에 대해 비우호적인 시선을 보내는 단체나 계층이 존재합니다만, 일단 행사는 평화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전 세계 모든 도시들에서 성적 소수자들에게 관용적인 것은 아닙니다.


예전에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만, 러시아에서 성적소수자들에 대한 위상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그리 높지 않습니다. 

러시아에서 성적 소수자들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뿌리 깊은 것은 두 가지 요인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첫째로 러시아의 국교라 할 수 있는 정교 교리에 위배된다는 것. 그리고 둘째로 아직까지 그네들 의식에 뿌리깊게 남아있는 공산주의 시절의 잔재 때문입니다.

반대에 대한 여타 세세한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간단히 정리하자면 그리스도교의 굵은 뿌리인 정교 입장에서 성적소수자들은 신의 조화를 부정하는 존재들이고, 군국주의와 같았던 소비에트 연방 시절 성 소수자들은 인구 생산성에도 도움이 안되며 군대에 보내기도 부적합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대 러시아에서 성적소수자들에 대한 사회인식이 우호적이진 않더라도 국가차원에서 그들에 대한 공식적인 제재수단이나 강제사항은 없습니다. 하지만 지역 정치권마다 이들의 공식 활동에 대한 허용의 온도 차이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러시아 내 성적소수자들에 대해 가장 냉담하고 거부감을 보이는 곳은 수도 모스크바입니다. 이는 10여년에 걸쳐 전임, 현임 시장의 공통된 부분인데요. 이러한 모스크바 정치권의 입장은 위정자 개인의 호불호에도 기인하겠지만 그보다는 국민 과반수 이상이 신자라고 할 수 있는 러시아 정교와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기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 현지시각 28일 러시아 전역에서 크고 작은 성적 소수자들의 행사가 일제히 열렸습니다. 게중에 중심적인 행사는 역시나 모스크바 중심가에서의 게이 퍼레이드였는데요. 결론적으로 말해 이들의 퍼레이드는 펼쳐지지 못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모스크바 시는 금지입장을 분명히 했기에 행사에 참여한 이들은 정교신자들이 중심이 된 반대 시위대와 맞딱뜨려야 했으며 '오몬'이라 불리우는 경찰들에 의해 붉은광장 인근으로의 진입이 원천봉쇄됨과 동시에 불법 집회로 인해 눈에 띄는 가담자 18명이 체포되었습니다. 형평성 차원이었는지 반대 시위자 14명도 동시에 연행되었습니다. 러시아에서는 사전에 집회신고를 하지 않은 집회와 시위에 대해서 체포권이 발동되는데요. 물론 이들 성소수자들이 집회신고를 안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모스크바에서는 우익단체와의 유혈충돌을 우려해 집회를 거부한 것입니다.

위에 나열한 일련의 과정은 비단 금년만의 일이 아닙니다. 연도만 바꾸면 지난해, 지지난해와 거의 똑같다고 할 수 있는, 최근 수년간 반복 되어온 모스크바 내 게이 퍼레이드의 수순입니다. 게이 퍼레이드에 참여한 성소수자들 역시 체포된다는 것을 몰라서 참여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들은 이러한 과정이 언론을 통해 전세계로 널리 알려져 정부나 모스크바 시 정책에 영향을 주길 바라는 것입니다. 그만큼 그들에게는 절실한 것이겠지요.

금년에 이들의 의도는 어느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뻔히 충돌이 보이는 일촉즉발의 행사였기에 미디어 및 일반인들이 이들을 지켜보려 모스크바 중심가에 모여들었고, 이들이 체포되는 모습은  내 외신을 통해 전세계로 송고되었습니다. 

그럼 이번 주말 '하려는 자(성소수자)'와 '반대하는 자(우익단체, 정교단체)', 그리고 '막으려는 자(모스크바 경찰)' 간의 어색한 3중주를 이미지로 소개해 봅니다.


게이 퍼레이드에 참여하고자 중심가로 이동중인 성소수자들. 자신을 나타내고자 무지개빛 가발을 쓰고 원색 계열의 옷으로 갈아입고 있습니다. 주변에 언론사들이 이들에게 인터뷰를 시도중입니다. 



하지만 이날 출동한 경찰들에 의해 사전에 검문을 받고 체포되어 경찰서로 호송되는 과정을 겪게 됩니다. 이들은 당연한 과정으로 인식하고 순순히 경찰차에 올라탑니다. 




게이 퍼레이드를 반대하러 나온 정교단체 회원들. 가운데 정교 십자가를 들고 있는 인물은 정교단체의 주동적 인사입니다. 최근 3~4차례 열린 게이 퍼레이드 반대시위의 최선봉에 선 인물이죠.







마녜쥐 광장으로 가는 길에 체포되는 성소수자들. 경찰에 체포되면서 언론 관계자들에게 자신들의 권리에 대해 외치고 있습니다. 이 과정은 사진과 동영상으로 찍혀 방송에 소개되고 있습니다.






내 외신을 통해 가장 널리 알려진 청년입니다. 체포된 이들 과반은 순순히 체포되어 경찰차에 탄 반면에 과격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경찰의 손길(?)을 거부하며 큰소리로 자신의 권리를 외친 청년입니다. 이 과정에서 길바닥에 엎어지기도 하고 경찰에 의해 입막음을 당하기도 합니다. 



경찰들이 붉은광장 초입, 마녜쥐 광장 앞에서 팔짱을 낀채 원천봉쇄를 하는 풍경입니다. 한때 우리나라 시내에서 흔히 봐왔던 풍경이 떠오릅니다. 






한국계 미국인인 동성애 인권운동가 대니얼 최도 이날 현장에 있다가 체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