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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러시아에서는

러시아 따라하다 실패한 뮌헨, 평창 선정을 당연시하는 러시아

강원도 평창이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

지난 10년간 세번의 도전끝에 이뤄낸 쾌거다. '삼세번'이란 표현이 현실감있게 다가온 순간이었다. 

일단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기쁘다. 그리고 강원도민과 평창군민들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드린다. 물론 이러한 축하인사는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도 같이 받아야겠지만 일단 국가가 아닌 도시연고로 치르는게 올림픽이니 평창을 우선적으로 언급해봤다. 각설하고.

이번 2018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과 관련되어 몇 가지 소소한 것들을 거들떠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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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 러시아 소치에 밀렸던 뼈아픈 과거


이번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 투표는 외형적으로는 뮌헨과 안시, 그리고 평창의 3파전이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보면 평창의 독주 혹은 뮌헨과의 2파전이었다고 보는것이 맞겠다. 이는 투표결과(평창 63표, 뮌헨 25표, 안시 7표)에 그대로 반영되어 나타났다. 

지난 2007년 평창은 러시아 소치에 막판 뒤집기를 당한 뼈아픈 전례가 있다. 당시 우리 언론들은 평창이 가장 유력하다는 설레발을 쳤었지만 결과는 러시아 유명 휴양도시 소치가 최종 2014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었었다.

당시 상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런 상황이었다.

평창이 올림픽 개최지 선정이라는 이름의 100m 경기의 출발선상에 섰을때 소치는 선수명단에 없었던 열외의 선수였다. 출발선상에서 봤을때 평창의 제일 큰 경쟁자는 잘즈부르그였다. 평창이 힘차게 스타트해 50m 지점을 선두권으로 달리고 있을때 느닷없이 소치가 등장한다. 소치는 심판의 재가로 50m지점부터 출발, 남아도는 스테미너를 적극 활용해 결승선을 제일 먼저 통과한다. 평창으로써는 잘즈부르그를 유일한 경쟁자로 여기고 있는 와중에 뒷통수를 맞은 느낌이었을것이다. 어찌보면 매우 불합리한 상황으로 비춰질 수 있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이었다. 

스포츠는 공정성이 최우선시 되어야하지만 스포츠 외교는 또 다른 것이란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의 국제적인 스포츠 축제 개최지 선정에는 대회 장소 외에도 몇 가지 유의할 것이 있다. 바로 세계 스포츠계에 미치는 영향력, 그간 스포츠계에 축적된 공헌도, 그리고 국제적 명분 등이 꽤나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당시 평창은 외형적인 부분, 즉 실사 때 도민, 군민의 열정, IOC 위원을 대상으로 한 프리젠테이션 등에 집중하였고 이를 훌룡하게 소화했으나 스포츠 외교부분과 공헌도 등이 다소 취약했었다. 더군다나 국제적인 도시 지명도에서는 거의 무명에 가까운 평창은 '북한의 수도(평양)'냐는 질문을 받기까지 했다. 

반면 당시 소치는 북유럽 최고의 휴양지라는 타이틀과 천혜의 자연환경이란 바탕아래 뿌찐(푸틴) 총리(당시 대통령)가 직접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하고 유럽 재계순위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는 러시아 재벌들의 적극적인 투자약속을 받아내어 외형적인 조건을 평창과 맞추었다. 거기에 세계 탑클래스급의 자국 스포츠 스타를 동원해 깜짝이벤트를 진행했고, 투표 직전에는 IOC위원들을 향한 협박성 발언과 신경전까지 서슴치 않으며 IOC를 압박한 결과 최종 우승자가 되었었다.  

소치를 벤치마킹했지만 실패한 뮌헨


이번 뮌헨의 외형적 전략은 2007년 당시 러시아의 그것과 매우 닮아있었다. 

뮌헨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는 투표직전 더반 해변에 스키 리프트를 운영했다. 뮌헨의 인지도를 높이고 투표 열기를 유리하게 끌고가려는 취지였다. 이는 2007년 러시아가 투표도시였던 과테말라에 자국에서 공수해온 거대 인공 아이스링크를 설치하고 당시 세계 최정상급의 러시아 피겨선수들을 이끌고 시범공연을 펼친것과 닮아있다. 당시 러시아의 이러한 깜짝 이벤트는 연일 화제를 모았었다. 당연히 결과도 좋게 나타났다.

더불어 러시아가 그랬듯이 뮌헨은 동계올림픽 역사에 끼친 공헌도를 강조하고, 유럽 IOC 위원들을 대상으로한 로비역시 적극적으로 진행했었다. 거기에 한국 취재진이 뮌헨 기자회견장에 대규모로 찾은 것을 문제삼아 '행사방해'라는 명목으로 IOC에 제소하는 등 여론몰이를 통해 부정적 인식을 심는것에도 적극적이었다. 

거기에 2007년 소치 올림픽유치위 측의 가장 인상적이었던, 원인모를(?) 자신감 표출까지 뮌헨은 따라한듯한 모양새였다. 뮌헨 올림픽유치위는 이번 투표의 승리를 믿는다는 인터뷰를 전세계 언론을 통해 자신있게 밝혔다. 겸양이 미덕이었던 평창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것이 올림픽 유치에 장점이 되었던 러시아의 전례를 그대로 답습한 형태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뮌헨이 승리를 하지 못한 이유는 너무나 간단하다. 4년전 평창과 현재의 평창은 그 지명도에서 전혀 다른 도시라는 것이다.

4년전 무명에 가까웠던 평창은 재수를 거쳐 삼수에 도전하는 지난 10년간 부단한 노력을 통해 도시 인지도를 부쩍 끌어올렸다. 더불어 원래부터 강점이었던 올림픽 유치 찬성여론은 말할것도 없었고 정부에서는 이건희 삼성회장을 특사로 풀어주면서 까지 민간외교에서도 적극적으로 도왔다. 더불어 현재 피겨스케이팅의 여왕이자 올림픽 무대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낸 김연아 선수를 홍보대사로 임명해 전면에 내세웠다.

더군다나 2014년 유럽권 국가인 러시아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것도 같은 유럽권인 독일 뮌헨에게 유리한 조건은 아니었다. 


소치 동계올림픽 조직 위원장, '평창 선정은 적법한 것'


한국시간 7일 새벽 0시 18분 자크 로케 IOC위원장이 동계올림픽 선정지가 적힌 종이를 카메라를 향해 뒤집으며 '평창'을 발표한 직후 세계 유력 통신사들이 앞다투어 이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도 마찬가지이다. 거의 대부분 유력 일간지들이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 성공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대부분 평창의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에 대한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드미트리 체르니센코 소치 동계올림픽 준비위원장과 비탈리 무트코 러시아 체육, 관광, 청소년부 장관의 인터뷰 기사도 상당수 언론사에서 보도되고 있다.   

이 두사람은 러시아 특파원들과의 인터뷰에서 평창이 선정된것을 당연한 것 규정하고 한국민의 끈질긴 집념을 높게 평가했다.

'평창의 승리를 축하한다. 당연한 결과다. 평창은 적법한 방식으로 선정되었다. 나는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가 될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나는 지난 2007년 자크 로케 IOC회장이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소치'를 발표하던 순간을 절대 잊을 수 없다. 이는 정말 믿을수 없는 감격적인 순간이었다...(중량)...

평창은 동계올림픽을 훌룡히 치를 수 있는 인프라가 잘 구비되어 있다. 이는 4년전 소치와 경쟁할때부터 잘 알고 있던 사실이다. 당시에도 4표 차이밖에는 나지 않았었다. 현재 그 인프라는 더욱 견고해졌음을 알 수 있었다.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을 훌룡히 치를것이라 믿는다. 


뮌헨과 안시도 훌룡한 프리젠테이션을 했고 올림픽을 치를 수 있는 능력도 충분하다고 보지만 2018년 동계올림픽은 아니다. 이번은 평창이 우세했다. 
 

다만 한가지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개최지 선정발표는 올림픽 준비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평창이 만반의 준비를 갖추길 기대한다. '

-트미트리 체르니센코 소치 동계올림픽 준비위원장-


'먼저 한국 동료들에게 이번 승리(개최지 선정)에 대해 축하 인사를 전하고 싶다. 더불어 그간 세차례에 걸쳐 도전한 한국인의 집요함에 존경을 표한다. 한국은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룬 국가이며 현재 경제 인프라 및 스포츠 인프라 등을 보면 2018년 올림픽 수도(중심지) 역할을 훌룡하게 해내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본다.'

-비탈리 무트코 러시아 체육, 관광, 청소년부 장관-


현재 러시아 IOC 위원은 3명이 있다. 이들 모두가 평창에 투표했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두 명 이상은 평창에 표를 던진것으로 현지 언론은 보고 있다. 러시아측 IOC 위원들은 김연아 선수의 팬으로도 알려져 있다.

장미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철저하게 준비하자!


일단 축제분위기다. 그간 동계올림픽을 준비해왔던 분들이라면 충분히 즐길 자격이 있다. 더불어 새로운 스타도 떴다. 멋진 PT를 진행한 나승연씨가 대표적이다.   

2018년 동계올림픽은 국민의 염원이기도 하지만 특히나 강원도민, 평창군민의 염원이었다. 그간 여타 지역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경제환경에 일대 변혁을 만들수 있는 기틀이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 타당성 보고서'를 보면 동계올림픽을 치르면서 발생되는 예상 경제효과는 20조원이며 23만명의 고용창출이 일어난다고 되어있다. 간단히 말해 2002 월드컵의 두 배 수준인 셈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서 나온 자료를 보면 직-간접 경제효과를 65조원까지 보고있다. 거기에 벌써부터 강원랜드와 콘도 및 인근 부동산 값이 들썩일거라는 분석이 나오는 중이다. 

하지만 장미빛 미래만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 당장 벤쿠버 동계올림픽처럼 적자(5조 5천억)를 낸 사례도 있다. 향후 경기장을 짓는데 5천 400억이 투자되어야 하며, 알음알음 이 금액만큼의 비용이 이미 투자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저것 부대시설을 모두 건설하려면 물경 30~40억 달러가 더 투자되어야 한다고 한다. 만일의 경우 적자 올림픽이 된다면 지역 경제 뿐만아니라 국가경제에도 상당히 타격이 올 수 있다. 거기에 경기장 건설로 인해 국내에서 가장 자연환경이 뛰어난 강원도 지역의 환경오염도 염두에 둬야할 부분이다. 
 
트미트리 체르니센코 소치 동계올림픽 준비위원장의 말처럼 동계올림픽 개최지 발표는 새로운 시작의 출발점이다. 앞으로 7년이 남아 있다지만 그리 길지 않은 준비기간일것이다. 러시아는 4년이 지난 이제서야 경기장 및 선수촌 등의 뼈대가 만들어진 상황이다.

바라건데, 차근차근 면밀히 검토하고 만전을 기해 최대 성과를 낼 수 있는 '스포츠 축제'로 동계올림픽이 치뤄지길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바래본다.

다시한번 동계올림픽 유치에 힘써온 강원도민과 평창군민에게 축하인사를 드린다. 참고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은 그 해 2월 9일에서 25일까지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