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가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두 번째 금메달과 세 번째 금메달을 동시에 획득했다.

현지시간 21일 밤(한국시간 22일 새벽), 안현수는 쇼트트랙 남자 500미터 경기와 5000m 계주마저 석권하며 2006년 토리노 대회에 이어 8년 만에 3관왕에 올랐다. 안현수 자신의 통산 6번째 올림픽 금메달이자, 빅토르 안으로는 세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더불어 메달의 ‘질’보다 ‘숫자’가 중요했던 주최국 러시아에 이번 올림픽 9번째 금메달을 선사했다. 러시아는 안현수의 금메달에 힘입어 2위 자리를 점유해 추가되는 금메달 여하에 따라 메달순위 1위로 가는 발판을 마련했다.

주목할 부분은 개인 성적만 우수한 것이 아니라 남자 500미터 결승이 끝난지 1시간 뒤부터 진행된 남자 계주 5,000미터에서는 러시아팀을 이끌어 값진 금메달도 이끌어 냈다는 것이다. 이날 시상식에서 러시아 응원단은 안현수와 쇼트트랙 선수단을 향해 ‘말라쯰(장하다)!’를 소리쳐 외치며 새로운 국민영웅을 환호했다. 러시아 쇼트트랙 선수단은 이번 올림픽에서 안현수의 개인 금메달 두 개와 5000미터 계주 단체 금메달, 블라지미르 그레고리에프의 은메달(남자 1,000미터), 안현수의 동메달(1,500) 등 기대이상의 성과를 만들어 냈다. 물론 그 중심에는 누구나 인정하듯이 안현수가 있었다. 여담이지만, 이번 올림픽 전부터 현장에서 나온 ‘안현수의 메달 개수가 한국 쇼트랙 선수단 전체의 메달 개수보다 많을지도 모른다’는 예견은 결국 사실이 되어 버렸다.


막시모프 대표팀 코치, ‘빅토르 안은 쇼트트랙의 신’ _ 노바야가제타 캡쳐


올림픽 챔피언 안현수. 대회 3관왕! 소치 동계올림픽 참가 선수 중 최다 메달리스트!

러시아 언론은 안현수의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빅토르 안, 이번 소치 올림픽 벌써 세 번째 금메달(Виктор Ан в Сочи выиграл уже третью золотую медаль), 우리에게는 빅토르 안이라는 계획이 있었다!(У нас есть план – это Виктор Ан!’), 소트트랙 선수단 러시아를 메달순위 2위로 이끌다!(Шорт-трекисты вывели сборную Россию на второе место в медальном зачете)로 이 소식을 전하고 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대표팀 코치인 막시모프의 코멘트를 인용한 헤드라인이다. ‘빅토르 안은 쇼트트랙의 신이다(Тренер сборной Максимов назвал Виктора Ана богом шорт-трека)’. 

개최국 러시아는 이번 동계올림픽을 야심 차게 준비해 왔다. 내심 이번 올림픽 메달 개수에서 최고자리를 노리고 있었고 이는 이미 이루었다. 하지만 내심 기대하던 메달순위 1위 자리를 탈환하는데 애를 먹는 중이었다. 전통적으로 강세를 띄던 종목에서 결과가 나오지 않아 아쉬움이 큰 상황이었다. 반면에, 예년 대회에서는 전혀 기대를 하지 않던 종목인 쇼트트랙에서 전체 금메달의 1/3이 나온 상황이기에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이를 자축하듯이 거의 모든 언론이 일제히 안현수와 관련된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안현수는 지난 15일 남자 1000m 금메달 이후 수식어가 달라졌다. 이전에는 ‘쇼트트랙 선수’혹은 ‘한국에서의 귀화선수’, ‘러시아 국민’ 등이 그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 였다면, 현재 안현수를 수식하는 타이틀은 ‘올림픽 챔피언’이다. 더불어 이번 올림픽에서 러시아 선수 중 최다 메달리스트(금메달3, 동메달1)이자 전세계에서 온 4천 5백여 명의 선수 중 최다 메달리스트가 되었다. 역대 메달 숫자에서도 총 8개(금6, 동2)로 올림픽 최다 메달 타이 기록(안톤 오노, 금2•은2•동4)과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질적인 측면에서 한 발 앞서게 되었다. 설레발 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 분위기로 보자면 ‘러시아 국민영웅’은 아닐지라도 ‘러시아 올림픽 영웅’ 급의 위상을 보여줬다. 안현수는 러시아 올림픽 역사상 쇼트트랙 금메달 3개에 모두 이름을 올린 선수가 되었으며, 러시아는 쇼트트랙의 전설을 보유한 국가가 되었다.

안현수 고급 승용차 4대와 상금 4억 6,500만 원 받는다. 하지만 끝이 아니다.

안현수가 남자 1000미터 금메달을 딴 이후 그가 받게 되는 금메달의 재질이 화제가 되었었다. 바로 운석금메달이다. 이 메달은 1년 전 우랄산맥 인근에 떨어진 600㎏ 운석의 파편을 넣은 것으로 러시아이기에 수여할 수 있는 독특한 아이템이다. 더불어 호가가 상승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지난 사례를 들어보면, 러시아는 올림픽(하계, 동계) 이후 끄레믈(크레믈, 러시아 대통령궁)에서 대통령과 올림픽 선수단의 파티형식의 오찬을 진행한다. 여느나라와 마찬가지로 올림픽에서 수고한 국가대표 선수단과 임원진, 코치진에 대한 의례적인 환영 행사였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2부 행사가 기다리고 있다.

바로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에게 대통령 이름으로 선물 수여식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지난 12년 동안 열렸던 이 행사의 사례를 보면, 그 선물이라는 것이 상장이나 금일봉 등의 간소한 것이 아니라 자동차를 선물한다. 그래서 이 파티가 열리는 날에는 메달 숫자만큼 크레믈 앞에 다수의 고급 승용차들이 주차되어 대외에 홍보되곤 한다.

차종은 아직 미정이지만, 이번 올림픽이 자국에서 열린 것을 감안하면 최고급 외제차가 될 확률이 높다. 지난 벤쿠버 올림픽에서 메달리스트에게 수여된 차종은 독일산 아우디였다. 물론 모든 메달리스트들이 같은 모델을 일괄적으로 받는 것은 아니었다. 메달 색깔에 따라 3가지 모델이 수여되었다. 동메달 리스트에게는 ‘아우디 Q5′, 은메달리스트에게는 ‘아우디A4 Allroad’, 그리고 금메달리스트에게는 ‘아우디 Q7′이 배정되어 지급되었다. 더군다나 두 개 이상의 메달을 획득한 선수에게는 두 대의 아우디가 선사되었다.

다시말해 이번 소치 올림픽에서 메달 4개를 획득한 안현수에게 그간 관례를 그대로 적용하면 총 4대의 승용차가 지급된다는 이야기이다. 처분은 개인 선택이다. 지난 올림픽에서 승용차를 받은 메달리스트 중 상품으로 받은 자동차를 처분한 이가 다수다. 안현수가 한 대를 운전한다 하더라도 3대를 자신의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이번 올림픽에서 러시아의 체면치레를 제대로 해준 선수가 바로 안현수다. 그야말로 기대이상이다. 안현수의 메달이 없었더라면 러시아 자체 메달 기록(7개) 갱신 뿐만 아니라 전체 순위에서도 6위권 정도 밖에 안됐을 성적이다. 러시아의 자존심을 세워준 안현수에 대한 대우는 파격적으로 진행될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승용차에 이어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한 선수들에게 내건 포상금 액수도 주목해볼 부분이다. 공식적인 발표는 아니지만 러시아 언론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게 400만 루블(한화 1억1,940만 원)의 포상금을 준다. 은메달과 동메달에는 각각 250만 루블(7,462만5,000 원)과 170만 루블(5,074만5,000 원)이 걸려 있다. 이번에 금메달 세 개와 동메달 한 개를 딴 안현수는 정부 포상금으로만 1,200만 루블(한화 3억6,024만 원)을 받게 된다. 여기에 지방정부의 포상금이 더해진다. 안현수는 소위 모스크비치(모스크바 시민)으로 모스크바에서 올림픽 메달리스트에게 주는 100만 루블(금메달 2,985만 원)을 준다. 은메달리스트와 동메달리스트에게는 각각 70만 루블과 50만 루블을 지급하기에 현재까지 안현수의 지방정부 포상금은 350만 루블(1억507만 원)이다. 연방정부 포상금과 지방정부 포상금을 합치면 상금만 1,440만 루블(한화 4억6,531만 원)을 받게 된 셈이다.

이것으로 끝이 아닐 확률이 높다. 러시아는 영웅대접에는 인색하지 않은 국가다. 물론 정치적 포석이 있겠지만. 안현수는 앞서 말했듯이 이번에 러시아의 위상을 세워준 선수다. 게다가 대회 최다관왕이 유력하다. 푸틴 혹은 올리가르흐(러시아 재벌), 기업 등에서 통 큰 선물이 있을거라는 관측이 나오는 중이다. 과거 올림픽 메달 선수 중 지방 도시기긴 했지만, 아파트를 받았던 사례가 있기에 충분히 예측 가능한 부분이다. 현재까지 안현수가 거주하는 모스크바에 아파트를 제공한다는 설이 유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수도 모스크바에 자신의 아파트가 있다는 것은 러시아에서는 중산층 이상의 지위를 뜻한다. 참고로 현재 모스크바 아파트의 평균 시세는 1평방 미터당 5,023 달러 수준이다.


러시아 최대포탈 얀덱스 실시간 뉴스 1위도 빅토르 안의 소식. ‘빅토르 안, 러시아에 또 다른 금메달을 가져다 주다!’


안현수는 배신자일까? 제2의 안현수가 나오지 않게 해야!

결론적으로 말해 개인 안현수에게 러시아는 기회의 땅이 되었다. 하지만 한국 국민들이 보면 아쉬운 점이 있을 수 있겠다. 태극기가 달린 트리코가 아닌 러시아의 삼색 국기가 붙은 하얀색 혹은 붉은색 트리코의 안현수는 여전히 낮설다. 하지만 그를 탓할 일도 아니다. 개인에게 채색되는 국가주의 색채는 적어도 우리 젊은층에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이번 올림픽 이전부터 안현수와 관련된 설들이 많았다. 대중들은 거의 일방적으로 안현수 편을 들어주고는 있지만, 안현수가 일방적인 선의의 피해자라는 시선은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안현수가 선택한 라인이 기득권이었다면 안현수는 여전히 한국에 남아 있었을 확률이 높다. 지난 15일 안현수가 러시아 언론과 가진 인터뷰 내용을 보면, ‘한국에서 대표 선발전을 통과했다면 러시아로 귀화하지 않았을 것’이라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안현수가 러시아로의 귀화 이후 지난 3년간의 보여준 여정은 우리에게 익히 알고 있지만 체감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일깨워주고 있다. 사회의 기회 제공이 공평하게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차별 없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다. 스포츠계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는 알게 모르게 이러한 차별이 존재한다. 차별은 그럴듯한 스토리텔링으로 각색되는 수가 많다. ‘좋은게 좋은거’라는 포장과 함께 말이다. 안현수는 국가를 바꿔가며 성공스토리를 썼지만, 우리 사회 내 제2의 안현수들은 그런 스토리를 쓰는 것이 녹록치 않다.

우리사회는 기회가 균등하게 제공되고 있는가? 우리사회는 민주주의에 걸맞게 경제 분야에 있어 평등한가? 피부색, 학력, 나이로 인한 차별은 없는가? 또한 100세 시대에 한창 일할 때인 40대들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주는 문화는 없는가? 단정적으로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이렇듯 여러 분야에서 제2의 안현수들이 우리 주변에 있다. 우리가 인지하지 않을뿐이다. 우리 주변에서 제2의 안현수가 나오지 않게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안현수의 스토리가 주는 교훈 중에 하나다.

우리는 안현수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것에 분노했고, 국가를 옮겼음에도 응원한다. 동시에 김연아가 편파 판정을 당했다는데 분노하고 있다.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 널린 불공정함과 억울함에도 분노해야 한다. 안현수와 김연아를 통해 공정하지 못한 상항에 분노하는 만큼 같은 기준으로 주변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스포츠 경기의 공정하지 못함에는 엄한 잣대를 들이대면서도 우리 주변의 불공정함에도 같은 잣대를 적용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빅토르 안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3개의 금메달_콤소몰스카야 프라브다 캡쳐


 
참고로, 아래 이미지는 피겨스케이팅 종목이후 푸틴 대통령 팬페이지에 달린 우리나라 팬들의 댓글들이다. 불공정에 분노하는 것은 십분 이해하지만 이런 방식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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