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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문학과 예술

고대 러시아 문학

Ⅰ. 특징
고대 문학은 인습적으로 고대 우크라이나, 고대 백러시아, 고대 대러시아 문학 등 각각의 문학이 서로 구별되지 않았던 11세기부터 17세기까지 약 700년간의 문학을 말한다. 고대 러시아 문학은 통시적으로나 공시적으로 서구의 중세 문학과 여러 가지 유사점을 갖기 때문에 중세 러시아 문학이라는 말로도 자주 쓰인다. 이 시기에 러시아와 서구는 장르나 미적 원칙에서 비슷한 양상을 보여준다. 고대 러시아 문학의 미적 원칙은 서구 중세 문학의 미적 원칙과 다를 바가 없다. 풍유, 상징성, 교훈주의, 작가 개성의 애매성과 같은 특징들이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고대 러시아 문학은 일반적으로 몇 가지 특성을 갖는다. 첫 번째 특성은 종교성이다. 이 시기의 많은 작가들은 종교성이 강하게 나타나는 글을 주로 썼다. 두 번째 특성으로는 작품의 역사성을 들 수 있다. 많은 작품들이 고대나 중세에 실제로 있었던 사건이나 이야기를 기초로 하여 쓰여졌다. 셋째, 고대 문학 작품에는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허구 소설의 개념이 거의 없다. 넷째, 고대 문학 작품들은 필사본 형태로 되어 있다. 다섯째, 대다수 작품들의 작가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작가를 안다 해도 그 작가에 대한 자료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익명성은 고대 문학의 한 가지 특성이 되는 것이다. 여섯째, 고대 문학분야에서는 텍스트학이 다른 어느 학문보다 월등히 발달하게 된다. 이는 연구자의 관심을 끌  만한 자료가 텍스트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대 러시아 문학에 나타나는 기본적 테마는 주인공들의 애국심과 영웅적 행도, 혹은  어머니 조국의 아름다움이나 장엄성 등이다. 고대 문학은 러시아 민중들의 올바른 도덕성을 찬양하고 악에 대한 선의 승리를 찬미한다. 논쟁적인 글과 역사에 관심을 나타내는 글이  많다. 그리고 고대 러시아 작품에는 지배 계급과 피지배계급의 투쟁을 묘사한 것이 많으며, 주로 지배 계급의 이득을 옹호한 것들이 많다고 할 수 있다. 고대 문학의 예술 방법은 상징성과 교훈성을 기본 원칙으로 한다. 고대 러시아인들의 사고 방식은 이분법으로 이상과   물질, 영원과 덧없는 현세, 영혼과 육체, 빛과 어둠, 선과 악의 대비가 그 특징이다.

고대 러시아 문학을 이루고 있는 장르의 종류와 그 일반적 특징을 개관해 볼 필요가 있다. 문학의 갈래 체계가 초지 일관되어 있지 않는 고대 문학의 이러한 장르들은 일정 범위에 작품들을 완전 무결하게 귀일시키는 특성과 원리의 조직체라기보다는<친족적 유사성>을 지닌 다수의 작품에서 추출된 일반형이다. 대표적인 자르로서는 <연대기>, <생애전>, <슬로보slovo>, <옛날이야기 >, <독서>,<교훈서>,<탄원서>,<여행기>,<서간>, <이야기>, <풍자>등이 있다.

이러한 장르의 일반형은 개별 작품의 제목에서 나타나기도 하고, 시대에 따라 다소 어긋나거나 심하게 변형되기도 한다. 장르들의 변별적 자질과 속성에 대한 문제는 여러 가지 이설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여기서는 생략하고자 한다. 장르와 시대와의 관련성을 개략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일반적으로 11-12세기에는 교회 문학이 일반 문학보다 더 번성하고, 공식 문서 형식과 민속 장르가 서로 섞여 있는 상태이다. 교회 문학은 주로 번역 문학으로서 성자전과 위경문학이 우세하고, 일반 문학은 역사 이야기와 전설이 주류로 나타난다. 교회 문학과 일반 문학 사이에는 성지 순례에 대한 여행기(주로 순례기)가 있다. 13-15세기는 따따르 지배 시기로서 국가의 운명과 연관된 군사 원정기와 영웅적 행동의 공후 일대기가 주요 장르로 나타난다. 16-17세기에는 순수한 소설적 성격의 새로운 이야기 장르가 형성되었다. 17세기 이전까지의 문학 장르는 실제적인 기능과 연관되어 있으며 주로 정치적, 도덕적 기능을 갖는 반면에, 17세기에 이르러 문학 장르는 점차 순수한 문학적 기능을 갖기 시작한다.
Ⅱ. 11-13세기
고대 러시아 문학의 기원은 기독교가 러시아 국교로 수용되고 기독교적 특성과 역사적 이야기의 자푸들이 교회 슬라브 어로 나타나기 시작하던 11세기 경부터 시작된다. 고대 러시아는 당시 최고 수준의 비잔틴 문학과 남슬라브 문학을 도입하면서 발달하게 된다. 그리하여 초기의 작품들은 비잔틴 문학의 번역이 주종을 이루었으나, 나날이 발전해 가는 끼예프 공국은 고유의 독창적인 텍스트와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냈다. 11-13세기 초까지 러시아 문학의 테마와 임무는 기념비적인 역사성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기의 문학은 애국심을 기러 주고 민중의 역사적, 정치적 통일과 고대 러시아 공후들의 단합을 공고히 하며, 공후들의 문열을 비난하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러시아 역사의 문제, 러시아 역사와 전세계 역사와의 관계, 러시아 발생사, 외부 적들과의 투쟁, 공후들의 끼예프 왕권 쟁탈전을 다루고 있다.

대표적 작품 및 해설
러시아 문학의 시초는 연대기와 연관되어 있다. 오늘날 우리에게 전해져 오는 연대기 가운데 1113년 끼예프 동굴 수도원의 수도승 네스또르가 작성한 <<지난세월의 이야기>>가 최초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가장 문학성이 높은 연대기로 알려져 있다. 9세기 중엽부터 12세기 초까지 러시아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구약 성서의 내용을 기초로 루시의 건국 신화와 슬라브 인의 민족 기원론, 비잔티움과의 전쟁, 루시의 기독교 개종, 블라지미르와 야로슬라프 공후들의 업적, 공후들의 내분과 외적 침입에 대한 역사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기에 나오는 올가의 복수 이야기, 올례그의 죽음에 대한 전설 및 여러 가지 민속 전설은 문학적 서술로서 예술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 된다. <<지난 세월의 이야기>>는 비잔틴 연대기 작성법의 외적 형식을 모방하여 구약 성서에 맞추어 이야기를 시작하고, 일지 형식으로 역사적 사건을 배열하며 각 사건에는 일정한 평가를 가함으로써 통일된 기독교 세계관을 나타낸 역사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러시아 전기 문학의 장르 가운ㄷ 하나인 성자전은 주로 비잔틴 문학을 모방한 것으로, 허구적이면서 전설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성자전의 세부적인 내용에는 고대 러시아 인들의 심리와 작가 자신의 상상력이  흥미롭게 반영되어 있다. 성자전에는 인문 묘사의 기본 원칙과 일정한 규범적 구조가 있다. 성자는 도덕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이상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그리스도의 미덕으로 장식되 추상적 이미지로 그려진다. 성자전의 일반적 구조는 다음과 같다.

1) 성자전은 성자 가족의 기원에 대한 간략한 소개로 시작한다.
2) 성자의 어린 시절은 남다르다. 그는 성서 공부를 통해 지혜를 얻고, 그의 행동에는 어릴 때붙 미래의 성자다움이 나타난다.
3) 성자는 부모의 집을 떠나 수도원이나 암자에 들어가 수도승이 되어 금욕적 생활을 시작한다. 결국 그는 악마의 유혹을 뿌리치는 데 성공하게 된다.
4) 성자의 죽음은 평화롭고, 죽은 후에 그의 주검은 향기를 발산한다.
5) 성자의 유품과 간련하여 여러 가지 기적이 일어난다.
6) 성자의 훌륭한 덕망과 도덕심을 열거하고 간단히 찬사를 보내면서 끝맺는다.
러시아의 모든 성자전이 반드시 이러한 규범을 따르는 것은 아니다. 끼예프 루시는 자기 나름대로 구성된 성자전을 갖는다. 연대기의 저자 네스도르는 두 편의 성자전 <<보리스와 그레브 이야기>>와 <<동굴 수도원장 성 페오도시의 전기>>를 썼다. <<보리스와 그레브 이야기>>는 루시의 평화를 위해 순교자가 된 두 왕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루시를 기독교로 개종시킨 블라지미르 1세가 죽자 그의 자식들 가운데 두 왕자 보리스와 글레브 공후는 1016년 끼예프 대공의 계승을 둘러싼 싸움에 연루되어 맏형인 스뱌또뽈끄 공후가 보낸 자객에 의해 암살된다. 두 형제 공후는 친족 상잔의 내분에 가담하지 않고 무저항 속에서 당당하게 죽음을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짊아진 순교자로 인정되어 11세기 말에 교회로부터 성자의 칭호를 수여받는다. 이 성자전은 세부 묘사로 현실감 넘치는 형제 살해의 테마를 순교자 정신에 초점을 맞추어 러시아 종교사의 구도 속에서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동굴 수도원장 성 페오도시의 전기>>는 끼예프 동굴 수도원의 창립자이자 초대 원장인 페오도시의 생애를 그린 것으로 대표적인 러시아 성자전 문학이라 할 수 있다. 네스또르는 페오도시의 생애와 종교 철학을 생생한 구어체로 묘사하고 있다. 페오도시의 검소한 생활, 신과 인간에 대한 철저한 겸양과 경건함, 수도사와 정신적 후손들에 대한 사랑을 상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끼예프 동굴 수도원은 고대 러시아 수도원의 중심지일 뿐만 아니라 러시아 문학의 요람이기도 했다. 동굴 수도원 수도사의 전기나 일화가 성인전에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끼예프 루시의 시기에 특징적인 장르로 설교문이나 교훈서가 있다. 대표적인 설교문으로는 끼예프 일라리온이 쓴 <<율법과 은총에 대한 이야기>>(1037-1050)가 있다. 이 설교문은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수사학의 전형이다. 일라리온은 구약보다 신약이 우월하다는 논리 전개로 시작하여 러시아를 개종시킨 블라지미르 대공을 성자로 칭송하며 설교를 마친다. 그는 개종과 더불어 새롭게  태어난 러시아와 비잔티움과의 동등권 문제를 제기하면서 비잔틴 교회로부터 러시아 교회가 독립되었음을 주장한다. 여기서 일라리온은 러시아의 운명을 세계 역사의 보편적 틀 속에 넣고 인류의 구세주라는 신의 섭리로 해석하고 있으며, 미래의 러시아가 그리스도 안에 있다는 그의 역사 철학은 낙천적이며 인간 중심적인 세계관을 반영하고 있다. 이 작품에 나타난 일라리온의 예술적 수사법은 상징적 대조와 비교, 추상적 개념의 의인화, 은유법, 반의법, 반복법, 영탄법, 의문법등을 활용하여 지적 수준이 높은 독자에게 흥미를 준다.

대표적인 교훈서는 <<블라지미르 모노마흐의 교훈서>>가 있다. 만년에 자식들에게 유훈을 남기고자 교훈서를 쓴 블라지미르 모노마흐대공은 러시아 최초의 자서전 문학의 창시자라 할 수 있다.이 교훈서는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전반부는 하느님을 경외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정신적 교훈이고, 후반부는 자신의 생애를 에피소드와 함께 엮어 놓은 자서전적 회상기이다. 여기에는 기독교 군주의 경건하고 소박한 신앙, 고상한 기사도 정신, 겸양, 자기 성찰 등을 통해 블라지미르의 숭고한 러시아 정신이 반영되어 있다.

서사시 장르에 속하는 <<이고리 원정기>>는 끼예프 루시 문학을 대표하는 최고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11-12세기까지 러시아 문학과 문화의 발전은 1180년대에 만들어진 <<이고리 원정기>>의 기본적인 토양을 준비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12세기 말의 역사적 배경을 담고 있으며, 남러시아 노브고로드 세베르스끼의 공후 이고리가 터키 계통의 유목민 뽈로뻬쯔를 토벌하기 위해 출정했다가 패배한 전쟁 이야기이다. 1185년 이고리 공은 끼예프 대공 스뱌또슬라프의 허락 없이 친척인 세 공후와 부하들을 이끌고 도네쯔강을 건너 초원 지대로 단독 원정을 감행하였다. 처음 소규모의 전투에서 격전 끝에 패한다. 이고리 공은 다른 공후들과 함께 포로가 되어 잡혀 갔다가. 일년 후 탈주에 성공하여 러시아로 돌아오게 된다. 이 비극적인 원정기는 1790년대 초기에 골동품 수집가이자 종무원의 관료인 무신-뿌쉬낀에 의해 발견되었다. 이 작품은 불과 2500여 개의 단어로 씌어진 작가 불명의 짧은 텍스트이지만, 오늘날 러시아 문학에서 가장 많이 연구되고 끊임없는 노쟁을 야기시키는 작품이기도 하다.
Ⅲ. 13-14세기
13-14세기 러시아 문학의 공통된 주제는 따따르의 압제를 위시하여 이민족 침입의 아픔 및 그에 대한 러시아 영웅적 항거와 애국심이었다. 즉 표현 양식의 지배적인 스타일은 기념비적이고 애국적이다. 이 시기에 창조된 작품은 주로 비극성을 띠고 있으며 각기 개별적 특성을 지닌다. 이 시기의 문학에는 강력한 공후들의 힘에 대한 사상이 지배적이었다. 연대기 및 개별적인 이야기들은 적들의 침입에 대한 공포와 필사적으로 싸우는 영웅적인 투쟁을 그리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바뚜가 랴잔을 패망시킨 이야기>>를 들 수 있다. <<알렉산드르 네프스끼의 전기>>에서 테프스끼 공후는 민족의 영웅이며 이상적인 통치자로서 묘사된다. 위대한 러시아와 러시아 땅의 아름다움에 대한 시적인 묘사는 <<러시아 땅의 패망에 대한 이야기>>에 서술되어 있다.

<<바뚜가 랴잔을 패망시킨 이야기>>는 <<이고리 원정기>>와 같은 러시아 인의 용기와 애국심, 단결심과 승리에 대한 신념을 찬미하는 한 편, 민족의 비극을 애도하는 찬가와 애도가를 결합시키고 있다. 특히 전쟁과 등장 인물의 행위가 상세하고도 인상적으로 묘사된다. 잦가는 시적인 서술 방식을 피하고 산문적인 이야기체 방식을 택하여 주제와 줄거리의 극적 긴장감을 더하고, 치밀함과 연속성을 부여해주고 있다. 전투 장면은 매우 사실적이며 대화체를 통해서 영웅적인 주인공들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다.

<<알렉산드르 네프스키의 전기>>는 13세기 말이나 14세기 초에 한 성직자에 의해 세속적인 스타일로 쓰여진 생애전이다. 탁월한 군사지도자요 정치가였던 네프스끼 공후는 독이 왕들과의 전쟁, 즉 네바강의 전투와 츄드스끼 호수의 비안 위에서 벌어진 전투를 영웅적인 승리로 이끌었다. 그는 전투에서 두려움을 모르는 용기를 가진 전사요, 이상적인 그리스도 군인의 초상이요, 러시아 땅의 수호자였다. 이 작품은 대공의 과업을 이으려는 후계자들의 애국심, 즉 러시아를 멸망에서 구원해 줄 수 있는 러시아 공후들의 애국심을 고취시키고자 씌어진 군담 형식의 성자전이다.

고대 러시아 문학에 있어서 풍자 문학의 발단이 되는 작품으로<,유배자 다닐의 탄원>.을 들 수 있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과장되고 수사적인 문체를 사용하여, 가난하고 박해받은 자신이 군사로는 무능하나 지혜롭고 박식한 사람으로 공후의 통치에는 훌륭한 조언을 할 수 있으니 관심을 쏟아 달라고 간원하고 있다. 또한 인간의 모순 및 사회적 무질서와 싸우고, 인간의 정신적 삶의 길을 찾고자 하는 13세기 러시아 지식인의 모습과 문학적 재능이 이 작품 속에 나타나 있다.
Ⅳ. 14-15세기
14-15세기는 북동 러시아의 통일 시기로 모스크바 공국의 정치적 권위가 날로 높아 가던 시기였다. 따따르에 항쟁해 온 러시아 공국들 가운데 모스크바 공국은 유리한 지정학적 조건을 바탕으로 급속한 성장을 하였고, 14세기 초반에는 모스크바 공후 이반 깔리따의 통치와 더불어 북동 러시아의 주역이 되었다. 공후들이 분쟁과 따따르의 압제, 전쟁의 승패를 겪어야 했던 러시아 공국 및 민중들의 삶과 현실 문제 등 이러한 역사적 상황이 문학 작품에 잘 반영되어 나타났다. 당대의 작가들은 자연히 애국심과 조국 수호 정신을 구현시키기 위해 자연적으로 조국의 역사, 전쟁 이야기, 영웅담, 공후들의 전기, 그리고 현실 비판적인 풍자의 글 쪽으로 관심을 쏟게 되었다.

이 시기의 대표적인 작품은 [자돈시치나]라고 불리는 <<돈 강 이야기>> 이다. 이 작품은 꾸리꼬보 형언 전투에서 몽고 따따르군에 대항한 러시아 군대의 승리르 찬미한 시적인 이야기이다. 특히 외국군의 침입에 대항하여 승리를 이끈 러시아 왕자들의 단결력을 찬미하고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을 영웅 서사시적 원정기의 문학적 전통에 근거하여 기술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 작품은 러시아 땅의 수호뿐만 아니라 기독교 신앙의 전통을 지킨 전투를 강조함으로써 모스크바 공후들의 권위를 높여 주고 있다. 이 작품의 저자는 소포니로 추정되나 개작된 작품의 판본과 사본들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저자나 창작 시기에 대한 논쟁의 여지가 많다. <<이고리 원정기>>의 단순한 모방이라는 주장으로 이 작품의 창작성 자체가 문제시 되기도 한다.

이 시기에 우리의 흥미를 끄는 세속적인 여행기로<<세 바다 너머로의 여행>>이 있다. M뜨베리 지방 출신의 진취적이고도 부유한 상인 아파나시 니끼찐은 이 작품에서 성직자들의 순례기와 같은 전통적인 당대의 문학 장르와는 전혀 다른 내용의 이야기를 전한다.

이 여행기는 인도의 풍습과 농촌 생활 및 자연을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인도에서 목격한 원숭이 나라와 원숭이 군대 이야기, 힌두교도들의 풍습, 귀족 계급의 호사스러움과 농민들의 극빈, 회교도 개종을 종용받았던 심정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간결체 문장에 기교를 부리지 않은 자연적인 언어를 구사하고 있으며 교회 슬라브 어, 페르시아 어, 아라비아 어, 터키 어를 간간이 삽입하고 있다. 이 작품은 역사 고고학적인 면에서 그 가치가 인정되고, 보고 문학의 기원이 된다는 점에서 그 문학사적 의의가 크다.
Ⅴ. 15세기 후반-16세기 초
15세기 후반부터 16세기 초까지는 소설적인 구전 이야기들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뾰뜨르와 페브로니야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성자전적 요소를 지닌 이 전기 작품은 뾰뜨르와 페브로니야 부부의 결혼 과정과 그 후 이들이 성자 대열에 오를 때까지의 생애를 기본 주제로 삼고 있다. 민중의 전설 모티프와 구비 문학적 민속 모티프를 혼합한 이 낭만적인 작품은 세 가지 점에서 그 문학적 의의를 갖는다. 첫째, 남녀간의 사랑과 결혼에 대한 교훈적 전형을 제시하고 있다.  둘째, 농군의 딸과 공후와의 겨합에 대한 주제는 정치사회적 평론의 성격을 띤 세속 문학의 전형이 되고 있다. 셋째, 당대의 전기 장르에 속하는 많은 작품들은 이 작품에서처럼 성자나 전쟁 영웅이 아닌 세속적인 삶을 살가 기독교에 귀의하는 종교적이고도 도덕적인 주인공의 전형을 만들어 내고 있다.

러시아 공국들의 문학적 전통은 모스크바 공국에 예속되는 과정에서 모스크바가 주도하는 정치적 통합과 더불어 모스크바 경향이 우세한 문학 예술의 흐름 속으로 흡수되는 현상을 보였다. 그러나 노브고로드는 역사적, 종교적 전통성을 앞세워 지역의 전통 문화를 강조하고 전설적인 서사시나 성자전 문학을 발전시킨다. 노브고로드의 종교적 전통성을 <<모스크바 제 3로마설>>처럼 주장하는 테마는 <<노브고로드의 흰 두건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다. <<흰 두건 이야기>> 는 기독교인들과 로마 교황 실베스타스터를 박해했던 콘스탄틴 로마 황제가 기독교로 귀의하여 실베스터 세례를 받은 후에 나병이 치유되었다는 구전 이야기로 시작된다. 여기서 흰 두건은 고귀하다는 사상을 의도적으로 증명하고자 했다. <<흰 두건 이야기>>는 러시아 이데올로기의 시금석이다, 이 이야기는 처음에 노브고로드 교회의 권위를 보호하기 위하여 고안되었으나, 후에는 러시아 정교회의 유산을 영광되게 한 이데올로기 작품이 되었다. 16세기 모스크바가 권력을 완전히 장악한 후에는 <<모스크바 제 3로마>.라는 이론으로까지 발전된다. 이리하여 모스크바는 정교 신앙의 유일한 수호자가 된다.

이반 3세 시대에 <<모스크바 제 3로마설>>이라는 정치 이념을 낳게한 교회는 사유지를 확장시켜 나가면서 교회 재산을 바탕으로 그 권위를 높여 갔다. 교회 세력은 정부의 이익과 대립하게 되었고, 결국 승려 계급이 세속저인 토지 소유자인 대귀족의 적으로 등장한다. 이 과정에서 요십 볼로쯔끼가 주도하는 요십 파 수도사들은 교회의 사유 재산 증식을 위한 토지 소유의 적법성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요십 파는 일명 소유파로 불리기도 한다. 이에 반해 닐 소르스끼를 추종하는 <<볼가 강 건너편의 수도사들>>은 수도원의 토지 소유와 사유 재산의 증대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닐 소르스키파는 무소유파(또는 청렴파)라고도 불리다. 닐 소르스키 파의 주장에 따르면 승려의 본분은 고행과 금욕을 중시해야 하고 물질 추구와 정치로부터 완전히 벗어냐야 한다는 것이다. 원래 귀족 계급 출신인 닐 소르스키는 교회으 권위로 인해 큰 손해를 감수해야 했던 당시 대귀족의 이익을 대변하낟. 두 교하의 첨예한 대립과 싸움은 요십 파의 승리로 끝나게 되어 16세기 러시아는 그들의 사상적 영향을 받게 된다. 요십파는 세속의 권력을 끌여들이는 과정에서 그들 스스로 왕권과 타협하게 된다. 요십파가 행한 교회와 정치의 결탁은 모스크바 대공드로가 황제의 권력을 강화시켰고 그 반향으로 이단 교파를 출현시킨다. 이처럼 15-16세기 성자전 문학의 사상적 내용은 교회의 두 세력인 요십파와 닐 소르스키 파의 교리를 바탕으로 발전하게 된다. 수도사 막심 그렉은 닐 소르스키 파의 대표자이며, 다닐 부주교는 요십 파의 열렬한 추종자이다. 따라서 막심 그렉과 다닐은 신앙과 작품 활동에서 서로 상반된 특성을 나타내며, 그들의 작품은 당시의 경향과 사회 사상을 반영하고 있다.

16세기 논쟁 문학은 구귀족과 신흥 귀족 사이의 정치 투쟁을 생생하게 반영한다. 막심 그렉은 전통적인 구귀족의 이익을 대변하고, 이상주의자 다닐은 신흥 귀족의 이득을 대변하다. 

Ⅵ. 17세기
`17세기 들어와서는 중세 문학의 변혁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교회의 영향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문학 장르가 생겨나고, 그 테마 역시 의미 있게 확장된다. 기독교적 진리를 전파하는 단성악적인 교회 문학에서 벗어나 문학의 민주화 과정이 일어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소설의 등장은 중세 러시아 문학을 마감하는 시점에서 가장 괄목할 만한 문학적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새로운 소설 장르가 지닌 특징적인 면은 주제의 범위가 다양해지고 폭이 넓어졌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문학 사가들은 이 시대의 모든 소설에 대한 이름도 러시아어<<뽀베스찌>>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허구적인 주인공들과 프롯을 지닌<<뽀베스찌>>장르는 두 가지 유형으로 구별된다. 다른 하나는 풍자 이야기 유형이다. 당시의 풍자는 사회적인 환경이나 생활 관습에 대한 비판이 등장 인물의 묘사보다 우세하다.

17세기 일련의 소설 작품 가운데 대표적인 것들은 <<슬픔과 불행이야기>>와 <사바 그루드쯔인 이야기>>가 있다. <<사바 그루드쯔인 이야기>>는 파우스트 박사에 대한 이야기와 비슷하며 아마도 러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소설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교회 슬라브 어로 싀어지고 성자전 모티프가 들어간 이 이야기는 사바의 모험적인 사랑 이야기, 그리고 당시의 상업 세계와 군대 상황을 사실적으로 자연스럽게 묘사한 소설이라 할 수 있다. 한 젊은이의 도덕적 타락과 부활이라는 유사한 테마가 <<슬픔과 불행 이야기>>속에 나타난다. 세속어와 민속어를 사용하고, 구성에서도 독특한 매력을 지니기 때문에 이 소설은  후기 고대 러시아 문학 작품 가운데 아주 훌륭한 작품으로 간주된다.

창작소설의 등장과 더불어 나타난 세태 풍자로는 등장 인물의 행적을 중심으로 하는 서구의 피카레스크 소설 유형도 있지만, 오히려 러시아적인 토양의 풍자가 더 인기 있었다. 풍자 소설은 17세기의 독창적인 세속 문학의 경향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작가들은 풍자 소설을 통해 관료 제도나 교회와 관련된 모든 부정적인 현상들을 신랄하게 비난하였다. 이러한 풍자 문학은 일반적으로 웃음을 동반한다. 대표적인 웃음 문학의 풍자 소설로는 <,프롤 스코베예프 이야기>>, <<셰마까의 재판 이야기>>, <<까르쁘 수뚤로프 이야기>>등이 있다.

<<아바꿈의 생애전>>은 17세기 러시아 문학에서 가장 주목되는 작품으로 성인전 요소가 들어간 자서전이다. 이 작품은 아바꿈 자신이 불행한 이야기와 지배 계층에 대한 풍자와 구신앙에 대한 옹호를 잘 결합시킨 이야기이다. 그는 이 전기에서 개인적인 모티프와 사회적인 모티프를 잘 엮어 짰다. 자신의 일생을 간결한 구어체로 서술한 아바꿈은 전통적인 러시아 문학어로 오랫동안 사용되어 온 슬라브어의 높은 벽을 허물었다. 아바꿈의 독특한 인간적 개성과 작가적 자질이 구현되어 나타난 이 작품에는 그의 전통적인 종교적 신념을 바탕으로 한 광신적이고도 열정적인 감정과 현실적인 삶의 본능에 대한 직선적인 표현이 잘 조화되어 있다. 작가로서의 열정과 개성, 강인한 투쟁 정신, 때로는 가공할 만한 극단성, 언어 유희 등은 아바꿈을 <<위대한 슬라브의 바로크 작가>>로 만들어 준다.

<참고 서적> :
러시아 고대문학 선집
역자 : 조주관
편자 : L.A 드미뜨리예프
발행처 : 도서출판 열린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