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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러시아에서는

히틀러의 생일과 러시아


매년 4월 20일은 러시아에 거주하는 외국인에게는 외출을 삼가해야 할 날로 인식이 된지 오래다. 바로 히틀러(러시아식 발음으로 '기뜰예르(Гитлер))의 생일이기 때문이다. 사전 지식이 없는 이들은 독일인 히틀러와 러시아의 접합점을 찾기 어려울것이다. 히틀러와 러시아의 접합점이라고 해봐야 2차대전의 주동자와 2차대전의 승전국이지만 전쟁을 통해 사상 최대의 사상자(2,000만명)를 낸 국가(러시아)라는 것 정도이다.  

러시아인들에게 원수처럼 인식이되도 별로 이상할것이 없는 히틀러는 소위 '훌리건', '파시스트' 혹은 '스킨헤드' 라고 불리우는 러시아 극우민족 청년들(신 나치주의자)의 우상이다. 그렇기에 히틀러의 생일은 그들에게 있어 연중 기념일인 셈이다. 이들이 히틀러를 우상시하는것은 히틀러의 순혈주의에 기인한다. 외국인들, 특히 유색인종은 그들의 일터를 빼앗고 경제적으로 궁핍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인식되며, 전통 러시아인의 피를 흐리게 만드는 원인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외국인은 그들에게 공격대상이다. 특히 히틀러의 생일날 이들의 집회나 모임이 눈에 띄게 증가하기에 외국인이 홀로 거리를 걷다가 이들을 만나면 봉변당하기 쉽상이다.

이 스킨헤드들의 외부모습은 민머리에 군복, 가죽 점퍼등을 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들의 유색인종에 대한 테러는 악명이 높다. 한국인을 비롯해 아시아권, 아프리카권등 유색인종의 폭행사건등에는 항상 이 스킨헤드들이 언급된다. 얼마전 뻬쩨르부르그에서 사망한 세네갈과 베트남 대학생도 이들에 의해 살해된것이라는 것이 유력하다. 심지어 같은 러시아인이라도 유색인종이면 그닥 안전하다고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 스킨헤드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의견이 분분하다. 러시아 정부에서 암암리에 키운다는 설도 있고, 한때의 유행이니 조만간에 스스로 사그러질거라는 이야기도 있다. 현지 러시아의 분위기로 보면 대수롭지 않은 자그만한 사건, 사고 일 수 있겠으나 수 년간 이들에 의해 폭력을 당하고, 살해된 외국인이  하나 둘씩 늘어나는 상황을 보면 러시아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입장에서 이들은 생명을 위협하는 폭력집단일 뿐이다.

현재 모스크바에서는 단속이 나름대로 강화되어 사건 사고가 많이 줄었지만, 일설에 의하면 뻬쩨르부르그로 이들의 다수가 넘어갔다는 이야기가 수 년전부터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이들에 의한 폭력사건들은 대다수가 뻬쩨르부르그에서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를 여행하거나 비즈니스 관계로 방문할 일이 있다면 히틀러의 생일 4월 20일은 특히 조심하는것이 좋겠다.


* 위의 이미지는 세네갈 유학생이 사망한 후 뻬쩨르부르그, 피의 구원성당 앞에서 '반파시스트 집회'를 벌이고 있는 뻬쩨르부르그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모습이다. 이날 집회에 이들을 지지하는 3,000여명의 내외국인이 참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