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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INE & OFFLINE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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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쯤에 그리 크지 않은 빌라에 전세들어 살았었다. 특이한것은 이 빌라의 모든세대의 문앞에는 게시판이 달려있다는 것이었다. 이 게시판에 입주자들은 자신들이 쓰고 싶었던 글들을 자발적으로 써서 붙여놓곤 했다. 출퇴근길에 그네들의 게시판에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적혀있었다. 간혹 그집에 어려운일이 있을 때는 그집 문을 두드려 그들과 소주한잔을 기울이기도 했었다. 서로 낮모르던 사람들이었지만 문앞에 달아놓은 게시판으로 서로를 조금씩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그리 어색하지는 않았었다.

이런 구조의 빌라는 그때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었다. 내가 살던 빌라의 주인 뿐만 아니라 주변에 들어선 비슷한 구조의 빌라 건물주들도 분기별로 거주자들이 입맛에 맞는 이쁘장한 색깔의 게시판을 달아주곤 했다. 간혹 무더위로 인해 게시판 표면이 울퉁불퉁해지면 말끔히 정리도 해주었고, 장마철이 되면 방수막을 쳐주기도 했다. 소소하게는 게시판에 글을 붙여놓을수 있는 압정같은것도 지원해주었다. 더불어 전세 혹은 월세로 세들어 사는 거주자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예의를 다해 경청하고, 거주민 편의를 위해 노력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도 그럴것이 땅값이나 건물 지대를 높이기 위해서는 많은 수의 입주자를 확보하는것이 건물주들에게는 절실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 중에 부도가 나서 하루아침에 주인이 자취를 감춰버려 입주자들이 거리에 나앉은 경우도 더러 있었고, 대기업에서 인수해가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구조의 빌라들이 입주자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대기업 건설회사들도 이런 구조를 기본으로 하는 아파트 단지를 주변에 짓기 시작했다. 향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영세한 빌라들보다 대기업이 만든 아파트는 안정성이 있어보였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입주자들을 귀찮게 하는 도둑 고양이들이 빈번하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고,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창문이 조그만한 고시원 시스템이 응용된것도 취향에 안맞았다. 지금도 그렇지만 작은창은 답답해서 피하는 편이다. 이즈음 빌라에서 이웃으로 있다가 알게된 아가씨와 결혼하면서 조금 무리를 하기로 했다.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가기로 한 것이다.

동사무소에 이런저런것 관련사항도 신고하고, 이쁜 문패도 사다가 달아보았다. 몇 군데 단독주택을 수소문해 입주했지만, 전세집을 전전했던 나에게 단독주택은 조금 버거웠던것 같다. 그도 그럴것이 집주인에게 말만하면 해결 해주던 불편사항을 일일이 손보려니 그 과정이 녹녹치 않았다. 한동안 이런 시행착오 속에서 1년 사이에 4번이나 이사를 가게 되었다. 이후에 집안일에 익숙해지면서 전세집에 살았을때처럼 생각날때마다 게시판에 이것 저것을 올려놓곤한다. 배운게 몇 가지 안되는 관계로 편향적인 글들이 대부분이지만 말이다. 간혹 집 앞에 붙여놓은 게시판의 글을 누군가가 가져가서 없어지곤 하지만 이젠 제법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중이다.

요즘은 조금 색다른 구조의 단독주택이 부동산 시장에서 주목을 받는 모양이다. 아직 정식으로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분양 하우스를 통해 살펴본 결과 기대되는 부분이 많다. 정식으로 공개되면 한번 알아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