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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INE & OFFLINE STORY/블도자 시리즈

블로그의 도(道)를 구하는 자 11-3

...블로그는 ‘현재 진행형’으로서의 내 일터, 내 독서노트, 내 메모장, 그리고 내 사상의 분실(分室)이 되고 있다. 나는 블로그에 올리게 되는 최종의 결과물보다는 그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지옥서생이글루파에 기고한 글 '내게는 블로그보다 블로깅이 중요하다' 중에서


11. 블로그 무림대회전 (武林大會戰) - 3

관(官)에서 주관하는 무림대회에 가기위해 발길을 서두르던 블도자와 북해룡은 관을 바로앞둔 강서구 동촌동의 한 객점에서 발길을 멈췄다. 때는 우기(雨期)였다. 쏟아붓는 비로 인해 한강이 범람하여 도로가 유실되어버려 무림대회날에 맞추지 못하게 되어버렸다. 블도자는 객잔에 들어서자마자 이상한 차림새를 한 인물을 보게 되었다. 객점 구석에 자리를 잡은 그 무림인은 학창의를 곱게 차려입어 말끔한 선비로 보였지만, 그의 몸에 두른 기물들은 무림에서 그리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인물은 온몸에 밧줄과 같은 선을 둘둘 매고 있었으며, 탁자위에 바구니처럼 생긴 것을 열어 이것 저것 두드리는 것이 얼핏보면 점쟁이 저럼 보였다. 객점 맞은편 끝에 자리를 잡은 블도자와 북해룡은 일단 간단한 요기거리와 탁주를 주문했다. 북해룡은 서두르던 일이 천재지변으로 좌절되자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나직히 중얼거렸다.  

"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

북해룡은 블도자와 자신의 잔에 탁주를 가득 부으면서 블도자의 시선을 따라 이상한 기물을 몸에 두른 인물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는 피식 웃었다.

" 소형제는 저 사람이 누군지 궁금한겐가? "
" 아... 보고 계셨습니까? 저분의 몸에 두른 기물들이 그리 흔해보이는 것이 아닌지라 시선을 거둘수가 없었습니다. "

북해룡이 생각하기에 블도자는 가르치는 사람의 입장에서보면 최고의 학생이었다. 배운다는 것에 있어 열의가 있었고 이런 관심이 좋은것이든 나쁘것이든지간에 자세가 훌룡했다. 더불어 자신이 그에게 알려줄것이 있다는 것이 만족스러웠다.

" 무림에서 저런 복장을 하는 무리는 딱 한 종류라네!  하지만 무서운건 저들의 소매밑에 숨겨져 있는 날카로운 무기이지! "
"...아? "

북해룡은 다음대답을 기다리는 블도자의 얼굴을 장난스레 쳐다보다가 뭔가 말을 꺼내려했다. 그순간 천둥과 같은 폭발음이 들려왔다.

'펑'

객점 밖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라 바로 객점 내부에서 뭔가가 터져버린 것이었다. 객점 내부는 잠시 자욱한 연기로 쉽싸였다. 블도자가 안력을 기울여 둘러보니 바로그 이상한 기물을 두르고 있던 인물 주변에 사람키 정도의 불길이 일어나고 있었다. 놀라운것은 그 폭발을 눈앞에서 목도한 그 무림인은 전혀 놀란 기색이 아니었다. 다분히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그 무림인이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 아놔, 벌써 3번재다! "

그말과 더불어 양소매를 좌우로 펼치니 불길은 잣아들었고 연기는 흩트러져 객점은 다시금 평온을 되찾았다. 블도자는 다시 한번 놀랐다. 이런 무공은 그동안 보도 듣도 못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 괴이한 차림의 인물은 무림의 절정고수였다. 아는지 모르는지 잠시 혀를 차던 그 무림인은 객점을 둘러보다가 자신 외에 다른 인물이 내부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된듯 했다. 벌떡 일어나 블도자와 북해룡의 자리로 성큼성큼 걸어와 포권하며 말을 걸었다.

" 놀라게 해드렸다면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 제가 들고다니는 놋북의 배터리에 문제가 생긴듯 합니다! "

블도자는 그가 하는 말이 무슨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북해룡은 이해한듯 했다. 그도 공손히 마주 포권하며 말했다.

" 그게 어디 대협의 잘못이겠습니까."
" 아량을 베풀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대협이라니요. 얼굴 간지럽습니다. 저는 그런 칭호를 받을만한 인물이 못됩니다. 하하하. 저는 용산에 근거를 두고 있는 사람으로써 떡이라고 합니다!"

블도자는 올블문의 무림대회에서 선정한 100명의 고수 중에 제일 윗자리에 위치했던 인물이 기억났다. 블도자가 뭐라 이야기 하기전에 북해룡이 먼저 입을 열었다. 북해룡은 얼핏 누군지 감을 잡고 있었다는듯 그리 놀라지 않았다.

" 이번에 올블문에서 주관한 무림대회에서 수위를 차지하신 천이통(天耳通) 대협이셨군요? "
" 부끄럽습니다. 올블문에서 제 얼굴에 금칠을 해준격이지요. 아니 그동안 제 조잡한 무공초식을 이쁘게 봐주신 무림동도들 덕이겠군요. 덕분에 민망함이 하늘을 찌른답니다. 하하하  "

천이통(天耳通) 떡이는 별호에서 나타나듯이 무림과 무림외 소식에 가장 밝은 이중에 하나였다. 이를 기초로한 고강한 무공과 더불어 천문지리에 달통해 길흉화복을 묻기위해 그를 찾는 무림인이 많았다. 이런 그의 인지도는 블로그 무림뿐만 아니라 천외천(天外天)의 인물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었다. 이런 그의 지명도는 문파분석 단체인 랭키닷컴에서  컴퓨터 정보 사이트 순위에서도 수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객점에는 그들 외에 다른 손님은 없었다. 자연스럽게 합석하게된 3인은 술잔을 부딪치며 대화를 이어갔다.

" 두분 소협께서는 아마도 관으로 가는 중이었겠지요? "
" 네... 그렇습니다. 무림인이라면 이번 관에서의 무림대회에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여지껏 있었던 무림대회 중에서는 이름값 면에서는 가장 화려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놈의 날씨가...이게 모두다..."

북해룡이 여전히 불만스런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자 천이통은 빙그레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 그럼 아직 어느 고수가 이번 무림대회에서 선출됬는지 모르시겠구려? "
" 천이통 대협께선 아십니까? "
" 제가 다른건 몰라도 귀가 얇고 밝은편입니다. 관의 관련 게시판은 링크걸기에 좀 미흡한면이 있으니 제가 정리한걸로 보내드리지요. "

천이통은 별다른 준비동작없이 블도자와 북해룡에게 특이한 링크 전음방식을 이용해 관련 사항을 전달했다. 일반적인 무림인들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세련된 방법이었다.

링크전음을 받은 북해룡은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듯 했고, 블도자는 입을 열어 천이통에게 질문했다.

" 제가 무림 경험이 일천하기에 많이 알지는 못합니다만, 그동안 제가 리더기에 등록해놓고 구독하던 유명고수들 보다는 잘 알려지지 않은 분들이 선정이 되었군요. 아마도 신진고수들이거나 은거해있던 무림이사들이겠지요? 이들을 선정한 기준은 어떤것이었습니까? "
" 이번 심사를 진행한 심사위원 4인은 아마도 유명한 분들이니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이들 블로그 무림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고 진보적이라는 심사위원들의 기준은 의외로 단순한 것이었습니다.
" 그게 무엇입니까? "
" 블로그 무림에서 가장 상식적이지만 어렵다고 말할 수 있는 "꾸준하게 무공을 연마한 자"였다고 합니다. "
" 아... 그렇군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구도 하기 힘든... "

천이통은 연거푸 술잔을 기울이며 말을 이었다.

" 수위를 차지한 무림인은 그야말로 1,000일에 가까운 시일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무공연마에 소홀함이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모범이 되는 사례지요. 앞서 말했듯이 이번 무림대회의 심사기준에 가장 부합되는 인물이기도 하기에 이론의 여지가 없겠습니다. 관에서 내걸은 따뜻한 세상만들기라는 취지에도 들어맞지요. " 우수상을 차지한 무림인은 대중적인 인지도는 그닥없는 평범한 무림인입니다만, 특이한것은 세외무공에 조금 밝다는 것 정도겠지요. 그 외에는 별로 알려진바 없는 인물입니다."

빈 술잔에 탁주를 따르며 천이통은 말을 이었다.

" 이번 관에서 여는 무림대회의 특이한 것은 싸이교에게 우수상의 한자리를 할애한 것입니다. 늘 그렇듯이 제아무리 블로그 무림이 팽창했다고는 합니다만, 싸이교의 교세는 이를 뒤덮고도 남음이 있기에 관에서 배려한듯 합니다. 싸이교에서 직간접적으로 이번 무림대회에 도움을 주기도 했구요. 문제는 싸이교도들 중에서도 뛰어난 고수가 없는 것이 아니지만, 싸이교의 태생적인 작은창 띄우기 무공은 이런종류의 무림대회에서 인정받기에 부적합하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수상이기도 했습니다. 싸이교 내에서도 나름대로 보완점을 찾기위해 뻬빠로 갈아대고는 합니다만, 오늘날 자신들을 있게만든 작은창 무공을 포기할 순 없다는 것이겠지요. 이번 싸이교의 우수상은 수상목록에 있기에 마지못해 끼워넣은 선정이었다고 밖에는 할 수 없겠습니다. "

블도자와 북해룡도 찬찬히 잔을 비우며 천이통이 다음 이야기를 기다렸다.

" 그외 이번 무림대회의 후원자라 할 수 있는 문파들의 고수들 시상이 있었지요. 웃기는 것은 이번 무림대회를 후원한 문파들의 고수들에게 한 자리씩 배려한점이지요. 네이보 보주상은 네이보 고수가, 파란파의 장문인상은 파란파 고수가 받은것입니다. 심사위원이었던 4대고수들도 이에 부합하기 위해 머리좀 아팠을겁니다. 하하하.  그렇다고 선정된 고수들이 질이 낮았던 것은 아닙니다. 충분히 자격이 있는 고수들이지요. 특이한 점이라면 국내 최대 블로그 문파인 네이보 보주상의 수상자가 동영에서 온 인물 이라는것 정도일겁니다. 그 외 화공의 달인식공의 달인, 음공의 달인 정도가 눈에 띄입니다. 이들은 무공을 수련함에 있어 꾸준하다는 것과 자신의 방파 밖에서는 인지도가 그리 높지않으나, 같은 파 내에서는 신망이 투터운 고수들이지요. 더불어 자신의 무공분야에서는 성취도가 높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조만간 올블문처럼 상위 100대 고수를 발표한다니 알려지지 않은 기인이사들을 리더기에 등록할 수 있을 겁니다. 하하하. "

돌연 웃음 멈춘 천이통이 술잔을 내려놓은채 낮빛을 굳히며 말을 이었다.

" 이번 무림대회가 그리 풍성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음은 틀림없을 겁니다. 허나 선정된 고수들이 발표된 이후 사단이 생겨버렸습니다. "
" 네? "
" 무슨? "

블도자와 북해룡은 재미난 이야기를 듣는 심정으로 경청하다가 천이통이 정색을 하자 그의 입을 주시했다.

" 두분 소협도 아시겠지만... 제가 말한 부문 외에 한 부문의 시상이 더 있었지요... "
" !!! "

남아있던 탁주를 남김없이 입안으로 털어넣으며 천이통이 말을 이었다.

" 바로 무림인 특별상에서 문제가 벌어졌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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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글은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잘못된 부분은 따끔한 지적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