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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2프로 부족할때

바부쉬까라 불리우는 러시아 노년 여성들




1.
러시아에서 나이든 여성을 '바부쉬까(Бабушка)'라고 부른다. 우리말로 '할머니' 라는 의미이다.

2.
이 '바부쉬까'라고 불리우는 여성들은 러시아에서 주목할만한 세대들이다. 만약에 여러분이 러시아에 방문해서 그녀들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온다면 러시아의 진정한 면모중 하나를 보지 못하고 돌아오는 것이 될것이다. 그녀들은 소비에트 공화국 시절에 태어났고, 공산주의에 대한 자부심으로 청춘을 불살라온 사람들이다. 그녀들중 대다수가 전쟁을 겪었거나 참전했던 인물들이고 현재 러시아를 (좋은쪽이든 나쁜쪽이든)발전시켜온 역사의 산증인들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공공장소에서 만나볼 수 있는 바부쉬까들은 집앞 공원 벤치에 앉아 이웃(혹은 누구와도)과 담소를 나누거나 개나 고양이와 함께 산책을 하는 모습이 대부분일것이다. 게중에 생계를 걱정하는 바부쉬까들은 자그마한 수레를 끌고 다니며 빈병을 수거하러 다니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과거 '전 세계를 프롤레타리아 혁명으로 통일시키자'라는 구호를 외치던 패기만만한 여전사들의 이미지는 더이상 남아있지 않다.

3.
서방 세계에서 소매치기나 핸드백 강탈(이걸 시쳇말로 '아리랑 치기'라고 하던가?)와 같은 범죄의 상당수가 홀로 걷고 있는 노파들을 대상으로 벌어지곤 한다. 힘없는 노파들이 가장 손쉬운 범죄대상이라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바부쉬까들은 자신들의 권익(?)을 확보하기 위해 싸움도 불사하는 강건한 이미지이다. 예를들어 러시아 지하철이나 만원 버스안에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전사'로 탈바꿈하며 은행의 줄을 과감히 무시하고 끼어드는 바부쉬까들을 볼 수 있다. 러시아에 우리나라처럼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노인공경'이 그리 널리 퍼지지 않은것도 한 몫하겠다. 바부쉬까들은 전쟁과 변혁의 시대를 살아오면서 (어떤 것이든지)기회를 결코 높치면 안된다는 것을 배워온듯하다.

4.
바부쉬까들의 대부분이 자식들과 손자손녀들과 살고 있다. 나날이 올라가는 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그녀들은 빈병수거는 물론 다른집의 유모생활을 한다. 혹은 경제활동을 하는 자식들을 돕기위해 아이를 돌보고 가사노동을 한다. 이는 우리나라와 큰 차이가 없는 모습이다.
 
5.
공산주의 시절이었다면 편하게 연금생활을 하며 인생의 말년을 유유자적하게 보낼 수 있었던 바부쉬까들은 민주주의 정부에 대한 불신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현재 그녀들이 받는 연금(1500루블 - USD 50$)으로 살인적인 물가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단의 바부쉬까들은 정부 공공기관에서 일할수 있는 기회를 잡기도 한다. 예를들어 러시아 지하철역사와 각종 박물관에 근무하는 대부분의 직원들이 바부쉬까들이다. 작업이 동적이지 않고 대체적으로 앉아서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몇몇 바부쉬까들은 다른 일거리를 찾아서 경제활동을 하기도 한다. 예를들어 여름철 쌍뜨 뻬쩨르부르그는 관광의 천국으로 탈바꿈한다. 일반 비싼 호텔에 묶기에 부담스러운 여행자들을 위해 바부쉬까들은 자신들의 아파트의 빈방을 이런 민박용 숙소로 제공한다. 물론 돈을 받고 빌려주는 것이다. 여름철 쌍뜨뻬쩨르부르그의 기차역에는 수많은 바부쉬까들이 숙박비를 적은 피켓을 들고나와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6.
러시아의 대도시(모스크바, 쌍뜨 뻬쩨르부르그)에 사는 바부쉬까들은 시외에 자신의 다차 주변에 작은 정원을 가지고 있다. 이곳에서 그녀들은 야채들 키운다. 이는 바부쉬까 뿐만 아니라 도시에 사는 다수의 러시아인들의 공통점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녀들은 이것들을 지하철역 계단이나 거리, 기차역 등지에서 판매한다. 여름철 오이와 같은 싱싱한 야채를 판매하고 겨울철에는 딸기, 버섯, 토마토 잼과 같은 것을 판매한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 정거장들에서 바부쉬까들이 판매하는 것들이 특색이 있다. 집에서 만든 따뜻한 케이크(감자나 양배추를 넣은), 달콤한 와플, 삶은 토마토, 소금간을 하거나 구운 오믈(바이칼 호수에만 서식하는 생선)등등을 볼 수 있다. 열차여행에 입맛을 잃은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있다. 물론 맛의 퀄리티 또한 높다.

7.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의 주말이 되면 바부쉬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옷중에 제일 멋진 옷을 입고 이즈마일롭스크 공원에 모인다. 이곳은 주말에 바부쉬까들과 제두쉬까(할아버지)들이 모여 노래를 하고 춤을 추는 파티장소로 변모한다. 제두쉬까들은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바부쉬까들은 노래를 하고 러시아 전통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혹은 모여앉아 정치토론을 하거나 뿌쉬낀(푸쉬킨)과 톨스토이를 이야기 한다. 삶이 힘들고 고달프더라도 자신을 위해 즐길줄 아는것이 러시아의 바부쉬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