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까지 사용하던 휴대폰들의 할부기간을 단 한번도 채워본적이 없었다. 트럭에 깔려서 부서지고, 택시에 놓고 내려서 분실하고, 누군가가 말없이 가져가서 잊어먹고등 가지각색의 이유에서다. 뭐 다 주인이 부주의해서 그런것이지만. 그러던 와중에 2003년에 구입한 휴대폰은 당시에도 그리 최신형 모델은 아니었다. 하지만 당시 시장을 주도하던(현재는 한물간 유행이지만) 폰카 열풍의 영향으로 최소한의 화소수가 보장되는 카메라폰이었다. 구입후 마음을 다잡고 이 휴대폰만은 최소 할부기간(12개월)을 채우리라 마음먹었었다.
그러한 다부진(?) 결심때문이었는지 할부기간을 채우고서도 이 휴대폰을 횟수로 6년가까이 들고 다녔다. 주변 지인들이 3~6번씩 휴대폰 모델을 바꾸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그리 부럽지 않았다. 원체 휴대폰은 통화수단이라는 구닥다리 인식이 강해서인지 휴대폰으로 음악을 들을 생각도 해보지 않았고 DMB시청을 할 생각도 못했다. 더불어 잔잔한 휴대폰 기능은 알지도 못했다. 단지 휴대폰 사용기간이 2년이 넘어가면서 액정에 문제가 생겨 그 흔한 아이 사진 한장 제대로 못 저장한것이 안타따울 따름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휴대폰을 바꿀만한 이유는 되지 못했다.
그러던 와중에 2008년 4월에서야 휴대폰을 교체하게 되었다. 읍이나 면에도 못가본 시골 무지랭이가 곧장 대도시로 시외버스도 아닌 KTX를 타고 상경해버린 것이다. 출세를 해도 보통 출세가 아닌 셈이다. 하지만 햅틱폰을 지급받고 곧장 개통을 하지는 못했다. 10년간 사용해온 휴대폰 번호를 바꿔야 한다는 말에 보름 정도를 지체한 것이다. 하지만 기존 들고다니던 휴대폰이 햅틱폰에 대한 질투심 때문인지 완전히 사망(?)을 해버리면서 어렵사리 교체 수순을 밟게 되었다.
그러면 길지 않은 기간이지만 지난 두달 가까이 햅틱폰을 사용하면서 느낀점 몇 가지를 정리해 보겠다. 대단한 내용은 없다. 시골 촌놈이 대도시에 와서 느끼는 소감 정도로 생각해 주시라.
1. PMP여 안녕
휴대폰을 바꾸고 싶은 유혹이 들었을때 나름 대안이 된것이 지난 연말에 구입한 pmp였다. 동영상 강의 등을 출퇴근길에 틈틈이 보려던 용도였다. 하지만 6개월을 들고 다니면서부터 용도가 지상파 DMB시청으로 전환되어버렸었다. 그러던중에 햅틱폰을 받으면서 출퇴근 가방에서 퇴출되어 버렸다. 더불어 가방이 가벼워졌다.
2. 아들녀석을 달래는 비장의 무기이자 노트북 고장의 원인
태어날때부터 유난스러웠던 22개월짜리 아들녀석은 제법 눈썰미가 좋은편이다. 제 애비가 조그만 막대기로 휴대폰을 찔러대니 자신도 손에 잡히는 젖가락으로 햅틱폰을 쿡쿡 찌르며 괴롭히는 편이다. '만질때마다 반응'하니 재미있을수 밖에. 생활기스가 슬슬 나기 시작한다 더불어 노트북 화면도 이러한 방식으로 오해하고 뾰족한 것으로 찔러대니 불량화소가 제법 생기고 있다. 터치폰 덕분에(?) 노트북이 망가질 지경이다. 더불어 시무룩해 있을때 주사위게임 모드로 변경해 기저귀 속에 넣어주면 좋다고 집안 구석구석을 뛰어다닌다. 덜그럭! 덜그럭! 다다다다다! 제 장난감이라고 주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봐 아들! 그건 아빠 장난감이라구.
3. 주변 사람들의 주목을 받다
햅틱폰이 지금처럼 동방신기나 소녀시대를 앞세워 대대적인 광고를 하기전에는 햅틱폰을 들고다니면 사람들이 이 직사각형 물체에 대해 매우 궁금해했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으며 MP3라고 생각했으며, 안테나를 쭉 빼고 DMB를 시청할라치면 휴대용 TV의 새기종이라고 생각했다. 휴대폰이라고는 생각을 안하는듯 했다. 그도 그럴것이 이런 터치폰 종류가 대중화된것이 아니기에 소수의 아는사람이 아니라면 용도에 대해 아는 사람이 드물었다. 그래서인지 한동안 어딜가도 휴대폰으로 관심을 끌었었다. 과거와는 달리 어딜가나 휴대폰을 꺼내 책상 혹은 식탁위에 올려놓을때의 주변 시선이란. 물론 이러한 주목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4. 200만 화소가 부족해요?
햅틱폰이 출시되었던 초창기에 햅틱폰의 사양을 보고 지적되었던 부분이 햅틱폰에 장착된 카메라의 화소수였다. 타회사 모델들의 화소가 높았던 것에 비해 햅틱폰은 불과(?) 200만 화소밖에 안됬기 때문이다. 물론 맞는말이고 지적할만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과거 20만화소도 안되던 휴대폰을 들고다녔던 촌놈의 입장에서 보면 200만 화소도 10배의 업그레이드가 된것이니 어찌 반갑지 아니하겠는가. 물론 집에는 500만 화소가 넘어가는 티지털카메라가 몇 대 있지만 중요한 자리가 아닌이상 휴대성면에서 햅틱폰으로 해결하는것이 간편했다. 단지 야간에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을수 있는 여건(플레시)이 되지 않아 다소 불만이긴 했지만.
이상으로 간략하게나마 그간 햅틱폰을 들고다니면서 느꼈던 점을 긍정적인 면에서 서술해보았다. 즐거운 경험이었고 신제품을 처음 써보는 이로써의 기쁨을 느껴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러한 기회를 제공해준 태터앤미디어와 그간 운영자로써 독려해주신 칫솔님께 감사드리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