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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러시아에서

노병의 눈물

매년 5월 9일은 러시아 '승전 기념일(전승 기념일)'이었다. 물론 공휴일이다. 노동절(메이데이, 5월 1일)과 주말(토, 일)이 곂치면 최장 9일간의 연휴를 보낼 수 있는 기간이다. 붉은 광장에서는 군사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도시마다 각기 특색있는 행사가 벌어진다. 더불어 TV에서는 당시를 배경으로한 전쟁 영화들이 줄기차게 방영되고 있다.  

승전 기념일은 알다시피 2차대전 독일의 나찌를 상대로 한 전쟁, 소위 2차 대조국 전쟁에서의 승리를 기념하는 날이다. 2차대전 당시 러시아(당시 소비에트 공화국)는 850만의 군인이 전장에서 목숨을 잃었으며 그보다 더많은 1,200만명의 시민이 추위와 기아 폭격등으로 사망했했다. 러시아 국민에게 있어 이 전쟁은 역대 유래가 없는 참혹한 전쟁이자 상처가 깊었던 전쟁이다. 그렇기에 승전기념일은 러시아 국민들에게 자부심과 슬픔이 묻어나는 기념일일수 밖에 없는것 같다.

승전기념일 모스크바에서는 끄레믈(크램린 궁전)에서부터 뿌쉬낀스까야(푸쉬킨스카야) 거리까지 교통이 통제된다. 갑작스레 넓어진 거리에서는 갖가지 기념행사와 공연이 펼쳐진다. 특히 한동안 중단되었던 군사 퍼레이드가 뿌찐(푸틴) 취임 이후에 다시 시작됬기에 조금 일찍 붉은 광장으로 가면 군사 퍼레이드를 볼 수 있다. 단지 테러 방지차원에서 검문검색이 극도로 강화되어 있기에 이날은 붉은광장으로 들어가는데는 조금 번거롭다.

모스크바  중심가로 가면 마스끄비치(모스크바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거리를 돌아다니며 이날의 행사를 즐기는 것을 볼 수 있다. 더불어 붉은광장과 승리공원 등에서는 훈장을 주렁주렁 단 노병들(할아버지, 할머니 - 2차대전때 러시아는 남자만 군복무를 한것은 아니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노병들은 아코디언 반주에 맞춰 흥겹게 춤을 추거나 서로 어울려 대화를 나눈다. 처음보는 사이라도 전쟁을 직접 겪은 이들끼리는 통하는 것이 있는듯하다. 대화를 들어보면 대체적으로 과거 무용담과 현 정권에 대한 복지정책에 대한 비판이 주류를 이루는것 같다. 이러한 전경은 이들 세대들이 사라진 이후에는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2008년 승전기념일에는 좀 색다른 사연을 가진 노병을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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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분이다. 이 할아버지는 2차대전 러시아(당시 소비에트 연방공화국)의 전차병이었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위의 노병이 만지고 있는 탱크는 2차대전 당시 본인이 몰던 탱크였다고 한다. 전쟁이후 60년이 흘러서 다시 만나게 된것이다. 노병은 그동안 자신의 분신을 찾기위해 노력해왔다고 한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말과 함께 눈물을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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