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이미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 진출이 확정되었지만, 러시아는 현재 예선을 치르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현재까지 성적은 5승 1패, 독일에 이어 D조 2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러시아 국가대표팀의 수장은 우리가 잘 아는 바로 그 인물 거스 히딩크입니다.
작년 여름 유로 2008이 열리기 전에 히딩크 감독은 선수 장악능력과 전술면에서 청부사적 약발이 다 떨어졌다는 러시아 여론의 집중공세를 받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언론과 팬들의 비난은 비단 러시아에서만 있었던 일은 아니었습니다. 히딩크가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재임하던 시절 평가전에서 대패를 당한다고 해서 '오대영(평가전에 5:0으로 몇 차례 패한것에 빗대어)'이란 별칭으로 불렸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2002년 월드컵 이후 이러한 평가는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러시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히딩크가 이끄는 러시아는 유로2008에서 발군의 성적으로 이러한 모든 비난을 물리치게 됩니다. '미운 거위 새끼'에서 '백조'가 된 셈입니다. 러시아에서 히딩크 감독의 별명은 '구시'이다. 그의 이름과 비슷한 발음인 러시아어 단어 '거위(Гусы)'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우리가 한때 그를 '히동구'란 애칭으로 불렀던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유로 2008 이후 태어나는 신생아들의 이름 중 상당수가 구스(러시아 발음으로 거스를 그렇게 발음한다)라는 것입니다. 작년만큼의 열광적인 분위기는 아닙니다만, 러시아에서 그의 위상은 현재까지도 상당히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러시아에서 범국민적인 지지를 받고있는 히딩크는 일단 2010년 남아공 월드컵까지 러시아 국가대표팀을 맡게 되어 있습니다. 물론 예선 통과를 해야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만, 현재로써는 본선진출이 유력한 상태입니다.
히딩크가 우리나라 국가대표팀 감독은 2002년 이후 고사하고 있지만 러시아에서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는듯 싶습니다. 일단 코앞에 닥친 월드컵 예선을 통과를 해야하고 남아공 월드컵에 진출한다면 일정수준 이상의 성적을 올리는 것이 급선무겠습니다만, 히딩크는 그 이후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는듯 싶습니다. 이는 향후 러시아에서의 월드컵 유치와 연관이 있습니다. 현재 러시아 축구연맹은 자국에서의 축구 인프라 구축을 위해 대단위 투자 기획하는 중입니다. 이는 러시아에서의 월드컵 개최를 위한 포석으로 분석되는데요. 이러한 대단위 계획의 중심에는 히딩크 감독이 있을거라는 관측이 꽤 설득력있게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조건(월드컵 본선 진출 및 본선리그 16강 이상 성적)만 충족된다면 꽤나 현실성을 가지게 될거란 소견입니다.
그럼 지난달 러시아의 월드컵 예선 6차전인 핀란드(3:0 러시아 승)와의 원정 경기 전 선수들의 연습장면과 선수들을 독려하는 히딩크 감독의 모습을 소개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