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부산을 다녀왔습니다. 얼추 4일 일정이었습니다. 외국 생활은 몇 년을 했지만 내 나라의 제 2 도시를 한번도 못가봤기에 연초부터 금년에는 꼭 방문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다행히 이번에 여건이 되어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배운 것이 평향된지라 부산에 가서도 이 버릇(?)은 못버리겠더군요. 부산에 연고를 두고 계시는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부산역사 맞은편에 '초량 외국인 상가'라는 곳이 있습니다. 원래는 부산역에서 곧장 해운대 쪽으로 갈 예정이었지만 초량 외국인 상가라는 한국어 소개 옆에 러시아어가 보여 발길을 멈췄습니다. 그리고는 일행들을 끌고 이곳을 한바퀴 돌고 왔습니다.
전체적으로 두 블럭 정도가 외국인 상가였는데요. 중국인들과 러시아인을 상대로한 간판과 팻말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러시아어로된 간판들과 설명을 보고 있으니 흡사 러시아에 있는 한인타운에 와있다는 착각이 들정도 였습니다. 서울 이태원이나 경기도 시흥, 산본 근처에서도 러시아어로된 입간판들을 볼 수 있습니다만 이곳만큼 사방에서 빈번하게 볼 수 있을 정도는 아닙니다.
물론 초량 외국인 상가는 러시아인과 중국인만 상대하는 곳은 아니었습니다. 이른시간이었음에도 다른나라 외국인들(특히 해군, 선원들)도 심심치 않게 보이더군요. 다른나라 외국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러시아인과 중국인이 많이 찾는 곳이라는 것이겠지요. 원래 이지역은 예전 미군 함대가 들어올때 미 해병을 상대로한 윤락업소가 있던 곳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컨셉은 아직도 유효한듯 합니다. 현재는 러시아 선박이 많이 입항하면서 러시아인들을 상대로한 입간판이 새로 등장한 경우겠지요.
아래 이미지들은 초량 외국인 상가에서 볼 수 있는 러시아어로된 간판과 상점명들입니다. 사진기를 들고온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가지고 다니던 햅틱폰으로 찍은 것들입니다. 햅틱폰에 달린 디카가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합니다만, 밝은 대낮에는 꽤나 쓸만하네요.
한번 둘러보시죠.
초량 외국인 상가 골목 전경
러시아 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환전소 관련 표현입니다. 한국 거리에서 보게될줄은 몰랐어요.
몇몇 러시아 상품을 주문할 수 있는 곳에대한 설명입니다. 온라인으로도 가능하네요.
좌우에 있는 메이커명을 보시면 알겠지만 속옷과 양말 등을 판매하는 상점입니다.
러시아어로 국제 통역 센터라고 적혀있습니다. 통-번역 업무와 국제전화카드, 인터넷 상품 등을 판매하는 상점입니다.
자동차 판매점입니다. 더불어 관광용 미니 버스 등을 대여해 주는 곳이기도 하네요.
더불어 컴퓨터, 노트북, TV, 비디오 카메라 등 전자 제품등도 취급한다고 되어있네요. 재미있는건 러시아까지 배송도 한다고 하네요.
사할린이란 이름의 상점입니다.
한글로된 가게의 메인 간판은 야누스라고 적혀있지만 입간판과 문위에 붙은 러시아어 간판에는 '러시아 카페'라고 되어있습니다. 물론 좌측에 러시아어로 '야누스 카페'라고 되어있기는 합니다. 러시아 요리와 칵테일, 맥주를 판매한다고 쓰여있네요.
OK 상점이라고 적혀있습니다. 이 건물 2층에는 '신데렐라 카페'라는 명칭의 가페가 있네요.
스막이란 상호를 가진 가게입니다. 스막은 '향', '맛'이란 의미 입니다. 차가운 음식 및 뜨거운 음식 등을 판매하며 맥주와 같은 주류도 판매하는 간이식당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한국 상점이라고 적혀있습니다. 잡화점으로 보입니다.
이곳 외국인 상가에서 가장 흔히 볼수 있는 것이 카라오케 주점입니다. 이곳에 있는 카라오케들은 대부분 '노래방'이라기 보다는 '노래바'와 같은 주점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러시아에서 카라오케는 일본에서 들어온 외래어로써 노래방이란 의미로 통상 사용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처럼 주류를 못팔게 하지는 않지만요.
텍사스 카페. 오른쪽 입간판에 보면 내부에 따로 룸 카라오케가 있다는 설명 및 러시아 방송을 볼 수 있다는 내용이 적혀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카페라고 하면 커피와 같은 음료를 판매하는 장소로 생각하지만 러시아인들은 음식 및 주류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 개념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파도 가라오케 주점. 오른쪽 입간판에 러시아어로 행운이라고 적혀있습니다.
재키라는 상호를 달고 있는 카페입니다.
세이프 폰이라고 적힌 가게. 국제전화를 걸 수 있게 서비스하는 곳이네요.
오아시스 카페. 이 카페에는 특이하게 중년 러시아 여성이 서빙을 보고 있었습니다. 러시아인들만을 상대하는 카페인듯 합니다.
러시아 음식을 판매한다고 적혀있습니다. 테이크 아웃도 가능한듯 하네요.
유리문에 중국어, 러시아어, 일본어로 유흥주점(카라오케)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러시아어를 영문 글씨체로 썼다는 겁니다. 더불어 이걸 써서 붙인이는 그닥 러시아어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듯 합니다. 러시아어 대문자와 소문자 구분을 제대로 하지 않았네요.
코스모스 카라오케. 그나마 우리나라 노래방에 근접한 간판이네요.
좌우에 있는 입간판에는 영어와 한글로 잉글랜드라고 적혀있지만, 중앙 상당의 러시아어로된 간판에는 '쌍뜨 뻬쩨르부르그(상트 페테르부르그)'라고 적혀있는 상점입니다. 쌍뜨 뻬쩨르부르그는 러시아 제국시절 수도였던 도시 이름이자 현재 러시아 제 2의 도시명입니다. 이곳은 신발 판매점입니다.
소냐 카페. 하단 빨간색 글씨로 '환영합니다'라고 적혀있습니다.
러시아인을 상으로 하는 무역회사이자 상점인듯합니다. 러시아어로 회사 이름은 '장미'라고 되어있습니다.
위 무역회사의 매인 간판입니다. 러시아어로 백화점이라고 쓰여있네요.
환전소이자 금은방이며 국제전화를 걸수 있는 상점의 간판입니다. 굳이 러시아어를 몰라도 특수문자만 봐도 이해가 됩니다.
가게 이름은 '인어공주'입니다. 화장품 및 속옷등을 판매하는 곳이네요.
한국어로 된 상호와는 다르게 러시아어로 된 가게이름은 '미스터 존'입니다. 아마도 가게 사장님의 영문 이름인듯 하네요.
러시아어로 된 메뉴안내표 입니다. 샤실릭이나 블린과 같은 러시아 음식들과 보드카나 코냑과 같은 주류들이 적혀있습니다.
척봐도 알수 있듯이 환전소입니다. 재미있는것은 가게 제일 상단에 '작은 꿈(маленькая мечта)'이라고 러시아어로 적혀있습니다. '작은꿈 환전소'인 셈입니다.
'셀레나'라는 상호를 가지고 있는 카페입니다. 한국어로 된 상호는 '물레방아'군요. 뒤쪽에 노스텔지어(향수)라고 쓰인 러시아어가 인상적이네요.
신발 및 잡화, 장신구를 판매하는 상점입니다.
에덴이란 이름의 카페이자 바입니다. 러시아 방송과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으며 당구(아마도 풀(포켓) 당구대)를 칠 수 있다고 쓰여있습니다.
최급하는 품목을 러시아어로 써놓은것을 보면 우리네 철물점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컴퓨터 판매점이자 서비스 센터입니다.
블라디보스톡행 비행기표를 판매한다고 쓰여있다. 여행사가 건물내에 있는듯 합니다. 주욱 보시면 알겠지만 대부분 상점 아니면 유흥업소들입니다. 그외 소수이긴 합니다만 무역회사 간판과 러시아인을 상대로한 여행사, 컴퓨터 판매점이 눈에 뜨이더군요. 아마도 수요에 따른 형태겠지요.
개인적으로 초량 외국인 상가라는 곳이 있다는것을 알게된 것만으로도 부산에 간 의의는 충분하다고 자평중입니다. 물론 저와 같이간 분들은 그렇게 생각 안하시겠지만요. 참고로 부산역에서 한 30분정도 걷다보니 외환은행 부산지점이 보이더군요. 그런데 여기서도 재미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건물 2층에는 흔치않게도 '러시아인 전용 외환창구'가 개설되어 있었습니다. 부산에 러시아인들이 많이오긴 많이 오나봅니다. 더불어 이 건물에 러시아인 전용 외환창구 외에도 하나 더 주목할만한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건물 8층에 러시아 총 영사관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올라가서 어떤식으로 꾸며놓았는지 구경하고 싶었습니다만 일행이 있었던 관계로 방문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뭐 언젠가 기회가 있겠지요.
부산에 연고가 있으신 분들이야 이런것들이 뭐 신기하다고 할까 싶으시겠지만 저로써는 생각치 못했던 보물을 찾은 기분이었습니다. 부산행 KTX열차를 탈때만 하더라도 머리속에는 해운대와 광안리 정도만이 있었는데 막상 부산에 오니 러시아 간판들이 저를 맞이해주더군요. 더불어 부산 시내에서 러시아와 관련된 숨은그림 찾기(?)가 나름 쏠쏠했습니다. 상큼한 수확이었고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