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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2프로 부족할때

러시아 여성에 대한 매우 일반적인 이야기


제부쉬까라 불리우는 러시아의 젊은 여성들

1.
러시아에서는 젊은 여성을 가리켜 '제부쉬까(젊은 여성을 뜻함)'라고 호칭한다. 우리식으로 하자면 '아가씨'정도 되겠다. 러시아에서는 이름을 모르는 낮선여성이나 가게의 여성 점원등을 부를때(이 경우는 나이와 상관없다. 나이가 들었다고 가게 점원을 '할머니(바부쉬까)'라고 부르지 않는다는 말이다.)도 '제부쉬까'라고 호칭한다. 

2. 
세간에서는 러시아 여성을 가리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이라 말을하곤 한다. 러시아 여성의 상당수가 연한 황갈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으며, 키가 큰편이며 날씬하고 다리가 긴편이다. 그녀들의 상당수는 (염색을 한 경우가 많지만)금발이다. 더군다나 러시아 여성들은 자신들의 미(美)를 뽐내는걸 결코 두려워하지 않기에 그녀들의 아름다움은 더욱 두드러진 편이다. 만약에 여러분이 여름철 러시아의 거리를 걷는다거나, 심야에 나이트 클럽등을 방문하게 된다면 이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 여성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평가는 과장된 면이 없잖아 있지만 대체적으로 사실이다. 개인적으로는 동감하기 어렵지만, 러시아 유학을 다녀온 어느 배우는 러시아의 거리에는 수많은 '전지현'이 활보한다고도 말하기도 한다. 

3. 
전형적인 러시아 젊은 여성의 성격은 러시아인의 전형성에서 찾아보면 설명하기 쉽겠다. 과거 러시아는 우리나라 조선시대와 같은 가부장적 사회였었다. 당시 아내들은 '남편이 때리지 않으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니 어찌보면 우리나라 조선시대보다 더 심한 남존여비 사회였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런 전근대적인 러시아 사회가 소비에트 연방(소련)이라는 공산주의 체제를 거치면서 남녀평등사회로 거듭나게 된다. 더불어 세계 2차대전에 참여해 수천만의 사상자를 낸 소비에트 연방은 여성인력을 대폭 활용했다. 이 시기에 여성들은 전쟁에서 전사한 아버지와 남편, 아들을 대신해 사회 전면에 나서게 되었다. 러시아인들은 농담삼아 공산주의는 남성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여성을 위한 정치제도라고도 한다. 혁명과 전쟁, 체제전환과 경제적 모라토리움을 겪으면서 현대 러시아의 여성들은 자신들의 인생에 관해 독립적이고 주관적인 판단능력이 삶의 기본 옵션이 되었다. 

4. 
러시아 여성들, 특히 젊은 여성들은 자신들의 인생에 대해 거만할 정도로 자신만만한 편이다. 이러한 직설적인 성격은 다른나라 사람들(특히 예(禮)를 중시하는 동양권 국가 사람들)에게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이다. 이런 성격은 그녀들이 상당히 '전투적'이라는 느낌으로 다가올때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들의 말속에 악의가 없다는 것을 이해하면 그녀들이 상당히 다정다감한 성격이라는 것도 알 수 있다. 더불어 러시아의 젊은 여성들이 상당히 솔직하고, 독립심이 강하며 관계지향적이다. 

하지만 이에 반해 러시아 젊은 여성은 어디를 가든지 남자친구가 자신을 에스코트 해주길 바라고, 자신을 위해 (차)문을 열어주며, 그녀를 대신해 데이트 비용을 계산해주길 바랄것이다. 이런 남성이야 말로 진정한 '신사'라고 여길것이다. 하지만 돈많은 신사만이 그녀들을 감동시키는 것은 아니다. 한편으로는 자신을 위해 기나긴 줄을 말없이 감내하고, 자신을 위해 비자 등록을 위해 경찰들과의 말다툼도 불사하는 남자에게 감동을 받는다. 
 
5. 
러시아 젊은 여성들은 자신의 인생이 성공적으로 흐르길 바라는 현실주의자들이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로맨틱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녀들은 사람을 상대할때 관계지향주의자들이다. 이 현실주의에 입각한 여성들은 자신의 남자친구와 아무런 목적없이 하루종일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다음날 아침에 중요한 시험이 있다고 해도 거리낌없이 감내할 것이다. 더불어 자신의 연인과 함께할 수 있다면 세상의 끝까지라도 함께하려는 로맨티스트들이다. 

6.
러시아는 개방적인 성(性)문화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에비해 전근대적인 성지식을 가지고 있다. 러시아 통계자료(2006년)에 의하면 러시아 젊은 여성의 25%만이 피임약을 복용하고 있었다. 대부분 일반적인 피임방법은 낙태(50%)였다. 에이즈와 성병 발병률은 최근들어 상당히 높아졌기에 러시아 정부에서도 이에대한 캠페인을 벌이는데 열중하고 있다. 이런 통계자료를 보노라면 러시아 여성들이 성관계시 자신을 지키는데 소홀하다고 여길수도 있겠다. 

7.
개방이후 한때 러시아 젊은 여성들은 외국남성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곤 했다. 하지만 이는 현재 더이상 일반적인 사실은 아니다. 십 수 년전 러시아는 경제적인 위기 상태였기에 상당수 여성들은 빈곤을 벗어나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렸었다. 하지만 현재는 자국(러시아)에 남아있길 원하는 성향이 강한편이다. 하지만 사랑에 빠진다면 이는 무시된다.

물론 러시아 젊은 여성들은 자국 남성보다 해외 남성들이 보다 신사답다고 생각한다. 만약에 여러분이 러시아 젊은 여성들이 원하는 '잰틀맨'이 될 수 있다면 경쟁력(?)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젠쉬나라 불리우는 러시아의 중년 여성들

1. 
'젠쉬나(Женщина)'는 러시어로 '여성'을 뜻하는 통합적인 의미이자 중년여성들을 지칭할때 사용하는 단어이다. 물론 복수형 '젠쉰의(Женщины)'로 말해야 일반적이다.

2. 
러시아의 중년 여성들은 현재 계층에 따라 극과 극의 삶을  달리는 경우가 많다. 상류 계층은 매우 똑똑하고 제대로된 교육(대학교)을 받았으며 행복한 삶을 영위하지만 어떤 계층은 매우 가난하고 불행한 삶을 살아간다. 러시아인은 과거 공산주의시절 모두가 그만그만 하던 시절에서 극명하게 차이가 나는 시기로 접어든 것이다. 한치 앞이 불투명했던 90년도의 체제전환 시기에 중년여성들의 팔자(?) 역시 동시에 급변했다. 50년대와 60년대에 태어난 중년여성들은 이 시기에 향후 수십년간의 노후환경의 갈림길에 서게 되었다. 이 시기에 한 부류는 이전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누릴수 없었던 삶의 질 향상을 가져왔고 다른 한 부류는 완전히 하층민으로 떨어지는 계기가 되어 버렸다.

3. 
러시아의 중년 여성들은 현재 젊은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아름다움을 내보이는데 인색하지 않다. 눈에 띄는 디자인의 옷이나, 투명한 탱크탑, 짧은 미니스커트등 젊은층 못지않게 멋에 신경을 쓰는 세대이다. 이는 삶의 질이 높거나 낮거나 큰 차이는 없다. 우리가 보기에 그닥 자신을 가질만한 몸매(?)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선호하는 옷을 입는데 주저함이 없다. 보여지는 패션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패션을 선호하는 것이다. 언발란스 하지만 자신감과 당당함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세계적인 유행을 타는 복식을 선호하는 계층은 상류층에 한정되어 있다. 러시아 곳곳에서 여성이 입는 옷 중에 80년대의 복식 그대로 계승받은 것들이 의외로 많이 있다. 예를들어 모스크바 국제공항 '쉐르메쩨보 2(드바)'에서 근무하는 여성들의 유니폼은 카키색(국방색) 옷이다. 이 우스꽝 스러운 복장은 군복을 연상시킨다. 이는 과거 소비에트 연방 시절의 복장이 아직까지 변함없이 이어져 내려오는 경우이다. 

4. 
러시아 대다수의 중산층 여성은 소비에트 시절 플렛식 아파트에서 가족들, 혹은 부모(친부모 혹은 양부모)과 살고 있다. 그녀들은 가족과 다챠(별장)를 가는것을 제외하면 여행을 갈 기회를 만들기 어렵다. 금전적인 부담감 때문이다. 그녀들은 여름철 채소를 키우고 자연을 벗삼으며, 수공예 혹은 아이를 키우며 시간을 보내는 편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여가생활과는 거리가 있는 모습이다. 이에 반해 여유가 있는 상류층 중년 여성들은 가족들과 함께 해외로 여행을 간다. 

5. 
도시에서 직업을 가지고 있는 중년 여성들 또한 몇 가지 갈래로 나뉜다고 할 수 있다. 영어를 배우고 이를 활용해 국제적인 마인드를 가진 계층이 있는 반면에  아직까지도 소비에트 공화국시절 버릇을 그대로 간직한 중년 여성들도 있다. 여기서 말하는 소비에트 공화국 시절 버릇이란 상품을 많이 팔고 적게파는 시장주의적 마인드의 부재를 뜻한다. 더불어 서비스 정신의 부재또한 해당된다. 쉽게 이야기해 불친절 하다는 것이다. 그녀들에게 매상이 올라가고 내려가고는 관심 밖이다. 단지 출근시간에 출근하고 퇴근시간 즈음에는 손님이나 고객이 물품 혹은 서비스를 구매하러 줄은 선다하더라도 아무 거리낌없이 코앞에서 문을 닫아버리는 마인드이다. 그도 그럴것이 그녀들의 봉급은 매상과는 상관없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이런 서비스 정신의 부재는 다방면에서 서서히 고쳐지고 있다. 매사에 무뚝뚝한 얼굴로 일관하던 서비스업 종사자들에게 외국계 기업을 필두로 미소교육이 시작되고 매출과 관련되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등 점차 개선되어지고 있다.


바부쉬까라 불리우는 러시아의 노년 여성들

1. 
러시아에서 나이든 여성을 '바부쉬까(Бабушка)'라고 부른다. 우리말로 '할머니' 라는 의미이다. 

2. 
이 '바부쉬까'라고 불리우는 여성들은 러시아에서 주목할만한 세대들이다. 만약에 여러분이 러시아에 방문해서 그녀들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온다면 러시아의 진정한 면모중 하나를 보지 못하고 돌아오는 것이 될것이다. 그녀들은 소비에트 공화국 시절에 태어났고, 공산주의에 대한 자부심으로 청춘을 불살라온 사람들이다. 그녀들중 대다수가 전쟁을 겪었거나 참전했던 인물들이고 현재 러시아를 (좋은쪽이든 나쁜쪽이든)발전시켜온 역사의 산증인들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공공장소에서 만나볼 수 있는 바부쉬까들은 집앞 공원 벤치에 앉아 이웃(혹은 누구와도)과 담소를 나누거나 개나 고양이와 함께 산책을 하는 모습이 대부분일것이다. 게중에 생계를 걱정하는 바부쉬까들은 자그마한 수레를 끌고 다니며 빈병을 수거하러 다닌다. 러시아 경제학자들은 빈병수거하러 다니는 바부쉬까들이 없어지는 날이 진정한 경제대국의 시작이라고 이야기 한다. 과거 '전 세계를 프롤레타리아 혁명으로 통일시키자'라는 구호를 외치던 패기만만한 여전사들의 이미지는 더이상 남아있지 않다. 

3. 
서방 세계에서 소매치기나 핸드백 강탈(이걸 시쳇말로 '아리랑 치기'라고 하던가?)와 같은 범죄의 상당수가 홀로 걷고 있는 노파들을 대상으로 벌어지곤 한다. 힘없는 노파들이 가장 손쉬운 범죄대상이라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바부쉬까들은 자신들의 권익(?)을 확보하기 위해 싸움도 불사하는 강건한 이미지이다. 예를들어 러시아 지하철이나 만원 버스안에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전사'로 탈바꿈하며 은행의 줄을 과감히 무시하고 끼어드는 바부쉬까들을 볼 수 있다. 러시아에 우리나라처럼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노인공경'이 그리 널리 퍼지지 않은것도 한 몫하겠다. 바부쉬까들은 전쟁과 변혁의 시대를 살아오면서 (어떤 것이든지)기회를 결코 높치면 안된다는 것을 배워온듯하다. 

4. 
바부쉬까들의 대부분이 자식들과 손자손녀들과 살고 있다. 나날이 올라가는 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그녀들은 빈병수거는 물론 다른집의 유모생활을 한다. 혹은 경제활동을 하는 자식들을 돕기위해 아이를 돌보고 가사노동을 한다. 이는 우리나라와 큰 차이가 없는 모습이다. 
 
5. 
공산주의 시절이었다면 편하게 연금생활을 하며 인생의 말년을 유유자적하게 보낼 수 있었던 바부쉬까들은 민주주의 정부에 대한 불신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현재 그녀들이 받는 연금으로 살인적인 물가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단의 바부쉬까들은 정부 공공기관에서 일할수 있는 기회를 잡기도 한다. 예를들어 러시아 지하철역사와 각종 박물관에 근무하는 대부분의 직원들이 바부쉬까들이다. 작업이 동적이지 않고 대체적으로 앉아서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몇몇 바부쉬까들은 다른 일거리를 찾아서 경제활동을 하기도 한다. 예를들어 여름철 쌍뜨 뻬쩨르부르그는 관광의 천국으로 탈바꿈한다. 일반 비싼 호텔에 묶기에 부담스러운 여행자들을 위해 바부쉬까들은 자신들의 아파트의 빈방을 이런 민박용 숙소로 제공한다. 물론 돈을 받고 빌려주는 것이다. 여름철 쌍뜨뻬쩨르부르그의 기차역에는 수많은 바부쉬까들이 숙박비를 적은 피켓을 들고나와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6. 
러시아의 대도시(모스크바, 쌍뜨 뻬쩨르부르그)에 사는 바부쉬까들은 시외에 자신의 다차 주변에 작은 정원을 가지고 있다. 이곳에서 그녀들은 야채들 키운다. 이는 바부쉬까 뿐만 아니라 도시에 사는 다수의 러시아인들의 공통점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녀들은 이것들을 지하철역 계단이나 거리, 기차역 등지에서 판매한다. 여름철 오이와 같은 싱싱한 야채를 판매하고 겨울철에는 딸기, 버섯, 토마토 잼과 같은 것을 판매한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 정거장들에서 바부쉬까들이 판매하는 것들이 특색이 있다. 집에서 만든 따뜻한 케이크(감자나 양배추를 넣은), 달콤한 와플, 삶은 토마토, 소금간을 하거나 구운 오믈(바이칼 호수에만 서식하는 생선)등등을 볼 수 있다. 열차여행에 입맛을 잃은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있다. 물론 맛의 퀄리티 또한 높다.

7.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의 주말이 되면 바부쉬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옷중에 제일 멋진 옷을 입고 이즈마일롭스크 공원에 모인다. 이곳은 주말에 바부쉬까들과 제두쉬까(할아버지)들이 모여 노래를 하고 춤을 추는 파티장소로 변모한다. 제두쉬까들은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바부쉬까들은 노래를 하고 러시아 전통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혹은 모여앉아 정치토론을 하거나 뿌쉬낀(푸쉬킨)과 톨스토이를 이야기 한다. 삶이 힘들고 고달프더라도 자신을 위해 즐길줄 아는것이 러시아의 바부쉬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