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전통 주전자 세트인 사모바르(самовар)는 차를 끊여마시기 위해 제작된 용기(容器)입니다.
러시아의 전통적인 사모바르는 몸통을 구리로 만들고 그 내부에는 그릴(화로)과 연통(굴뚝)이 들어가 있어 물을 끊이는 용도입니다. 사전에 규정된 사모바르의 용도는 차를 마시기 위해 따뜻한 물을 끊이는 용도입니다. 하지만 러시아인의 생활에서 사모바르의 용도는 단지 물을 끊이는 도구 이상의 의미가 있는데요.
과거 러시아 사회에서 사모바르는 러시아 가정의 상징이며, 편안하고 친근한 교재를 위한 도구였습니다. 차를 좋아하는 러시아인들은 긴 겨울동안 가족, 혹은 이웃들과 함께 사모바르를 중심으로 차를 마시며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이야기를 하는등 이웃간 친교의 중심축이었습니다. 19~20세기의 대부분 러시아의 가정은 이런 것이 일상이었는데요. 이는 러시아인의 삶을 보여주는 특징임과 동시에 사모바르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이러한 일상은 러시아 전통문화의 한 가지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 오래된 문헌들을 뒤져보더라도 언제, 어디서 최초의 사모바르가 발명되었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혹자는 아시아권에서 전래되었다고는 합니다만, 현재 사모바르라는 용기에 대한 기록은 1730년에 쓰여진 고문서에서 발견된 것이 가장 오래된 것입니다. 그 문헌에도 기원에 대한 언급은 없습니다.
이외에 당시 우랄지방에서 쓰여진 문서에는 구리로 만들어진 '연통이 내부에 있는 큰 냄비', '연통이 내부에 있는 증류통' 혹은 '휠캡과 연통이 내부에 있는 와인통'등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기타 여러 지역에서 사모바르를 상징하는 용기에 대한 설명이 있는 것으로 보아 오래전부터 러시아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지고 있었다는 것만을 알 수 있습니다.
사모바르는 처음부터 가정용으로 나타난것은 아니었습니다. 초기의 사모바르는 거리의 상인들이 러시아 전통 음료 '스비쩬(꿀과 허브, 말린 딸기를 섞어 만든 음료)'을 팔기위해 구리 티-폿을 개조해 만들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그래서 당시에 스비쩬을 담아 파는 용기라는 이름의 '스비제닉'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웠는데요. 열 전도율좋은 이 '티-폿(tea-pot)'은 오늘날 사모바르의 원형모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어찌되었든간에 사모바르(самовар - '스스로 끊는다'는 의미)의 등장으로 러시아의 가정은 일대 변혁을 일으키게 되는데요. 이 편리하고 경제적인 도구는 겨울이 긴 러시아에서 물을 끊이기에 용이했기에 러시아 내 거의 모든 가정에 확산되게 됩니다. 이러한 인기로 말미암아 1760년 부터 모스크바와 우랄의 거대공장들에서 사모바르를 제조하게 된다. 이때 현재와 같은 사모바르의 내.외형적 특징이 정립되게 됩니다.
사모바르는 러시아 집안의 필수품이자 오랜 여행의 동반자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가정에서 사용하는 일반형이 아닌 여행자용 사모바르였는데요. 여행자용 사모바르는 들고다니기에 유용해야하기에 상자나 트렁크, 가방에 넣어 들고다니게끔 정사각형으로 고안된 것도 있었고, 간혹 원형으로 제작된 것도 있었습니다. 특수한 여행자용 사모바르에는 걸쇠가 달린것도 있었습니다.
1917년 소비에트 혁명이후 사모바르 공장은 사유공장에서 국영공장으로 변모하게 되는데요. 이때 일반용도가 아닌 군사용 제품이 대량 생산되게 됩니다. 이를 기점으로 사모바르의 생산이 줄어드는 동시에, 예술적인 장식이 들어간 사모바르와 다양한 디자인의 제품들의 생산이 중단되게 됩니다. 사치품 취급을 받은 것입니다. 더불어 석탄을 이용하는 방식에서 전기를 이용해 작동하는 사모바르로 변모하게 되는 시점이기도 했는데요.
현대에 접어들면서 실용적인 용도보다는 장식전인 용도의 제품이 주로 만들어집니다. 왜냐하면 테팔과 같은 유수의 메이커에서 나오는 전기 주전자가 훨씬 빠르고 편리하기 때문입니다.
앞서말했듯이 현재의 사모바르는 실생활 제품이라기 보다는 기념품 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데요. 마뜨료쉬까(마트료시카) 인형이 러시아인의 기복신앙이 담긴 기념품이라면 사모바르는 러시아인의 삶을 보여주는 기념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럼 현재 장식용 기념품으로 판매되고 있는 사모바르 제품 몇 가지를 이미지들로 거들떠 보시겠습니다. 제법 화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