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느끼는 러시아 광고에 대한 첫 느낌은 ‘재미없다’라는 것이다. 전파광고의 경우 대체적으로 상품이미지와 가격, 전화번호와 판매처를 속사포처럼 쏟아낸 뒤 서둘러 끝을 맺는다. 이러한 러시아 광고의 성향은 지난 세기를 되돌아보면 유추가 가능하다.
 
러시아는 20세기에 세계를 두 번 바꾼 국가이다. 전반기에 소비에트 혁명을 통해 세계를 이념으로 양분했고, 후반기에는 그간 쌓아온 공산주의 체제를 허물어버리고 다시 세계를 묶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격변기의 대부분을 사회주의 체제에서 살아온 러시아인들에게 각인된 것 중에 하나가 광고는 구매의욕을 자극시키는 수단이라기 보다는 선전도구 혹은 정보전달의 성격이 강했다는 것이다. 포스터와 강렬한 텍스트로 대변되는 소비에트 시대의 선전방식은 체제전환 이후에도 러시아 광고시장에 그대로 반영되어 왔다. 이런 이유로 외국인들이 느끼는 러시아 광고에 대한 첫인상이 재미없다고 귀결되는 것이다.


러시아에서 처음으로 신문매체를 통한 인쇄광고가 등장한 것은 18세기 제국시절이었다. 독일에서 16세기에 세계 최초의 신문광고가 등장한 것에 비하면 시작이 다소 늦었던 셈이다. 더불어 소비에트 연방 공화국(소련)을 거치면서 러시아 내 광고분야는 여타 국가와는 다른 행보를 하게된다. 소비에트 연방시절 광고는 개인이나 기업의 영역이 아닌 정부가 하는 것이었고 자극적이고 알아보기 쉬운 프로파간다(propaganda)식 선전이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방식은 자본주의가 된 뒤에도 러시아 광고영역에 그대로 투영되게 된다.
 
러시아에 광고시장은 2000년대 경제 호황과 더불어 비약적인 성장을 달리는 분야이다. 세계적인 경제위기 때에도 그 수요는 높았기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은 분야로 대접받고 있다. 이로인해 수없이 많은 업체들이 광고시장에 발을 들이게 되었고, 대중의 시선을 끌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벌어지고 있다. 특히 수도 모스크바 도심은 그 자체가 거대한 광고판으로 이루어져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광고들이 범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더불어 도로의 상하행선을 나누는 것은 중앙분리대가 아닌 입식 광고판이라고도 할 수 있다.  
 
러시아 광고들의 특징을 한 마디로 요약 하자면 매우 직설적이라는 것이다. 이는 TV광고나 옥외광고, 팜플렛 광고 등 광고시장 전반에 나타나는 특징이다. 예를 들자면 광고에 상품 이미지가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콜센터 및 매장의 전화번호, 판매장소 위치, 심지어 가격까지 대부분의 광고에 명시되어 있다. 그간 러시아에 비상업광고나 공익광고는 그 시도는 대단히 적었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러시아 내 기업이미지 광고의 첫 선을 보인 것이 우리나라 기업 삼성이었다는 것이다. 
 
변화구 없는 직구패턴의 러시아 광고시장의 또 다른 특징은 상당히 자극적인 형식의 광고들이 범람한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손쉽게 대중의 눈길을 끄는 방법은 선정적인 기법일 것이다. 이를 러시아 광고업계 대다수 업체가 충실히 지키는 편이다. 미주 및 유럽 국가들에서도 이러한 형식이 일반화되어 있지만 그네들이 섹스어필한 내용을 은연중에 끼워 넣거나 아이디어를 접목해 유머러스하게 표현한다면 러시아에서는 이 부분에서도 역시 우회하지 않고 직설적 방식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광고 마케팅 측면에서 보면 스토리가 없는 방식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대중없어 보이지만 러시아 광고시장에는 여타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 하나있다. 바로 지난 2006년에 발효된 외국어 광고 금지법안이 그것이다. 다시말해 신문, 방송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노출되는 광고에 러시아어만 허용된다는 것이다. 이는 근래들어 러시아 중앙정부 및 지역정부가 도시외관에 신경을 쓰면서 광고가 도시 이미지에 높은 비중을 차지한 점을 감안한 것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공식적인 분석 외에 그 이면에는 러시아 특유의 자존심이 숨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냉전시대 미국과 더불어 세계를 양분하던 시절 러시아는 미국과의 군비경쟁은 물론 사회전반에서 경쟁구도였다. 예를들자면 미국 달러가 1달라면 러시아 루블은 당연히 1루블로 책정되어야만 했고, 미국에 비니푸우가 있다면 러시아에도 러시아식 비니푸우가 있어야 했던 것이다. 이는 언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러시아에서 영어가 안통한다고 불평하는 외국인들에게 러시아인들은 당당히 이야기 한다. 
 
“러시아에서 영어가 안통하는건 당연하다. 영어는 미국이나 영국인들의 언어가 아닌가?” 
 
이러한 어학적인 자존심은 적어도 90년대 까지는 당연시되던 것이었다. 러시아를 방문하는데 러러시아어 모르는 것은 그네들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물론 현재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영어가 필수처럼 인식되고 있지만 이는 필요에 의한 것이지 어학적인 면에서 러시아인의 자존심이 잣아든 것은 아니라는 평가이다. 
 
각설하고, 러시아에 멋진 광고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슈가 되었던 것들이 상당수 있어왔다. 더불어 러시아이기 때문에 가능한 독특한 광고 역시 존재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옥외광고들에서 이러한 것들이 상당수 나왔었다.

러시아 거리 광고는 가장 저급한 것과 가장 고습스런 것들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그럼 최근 러시아 내에서 가장 이슈가 되었던 광고들을 소개해 보겠다. 
 

사례1. 
2000년대 들어 러시아 광고 역사상 가장 독특한 사례는 기업이나 전문 PR회사가 아닌 개인이 만든 것이다.

2006년 러시아 쌍뜨 뻬쩨르부르그(상트 페테르부르그)에 거주하는 나타샤라는 이름의 여성은 밀리언 달러 홈페이지의 성공을 자의적으로 재해석해 본인의 몸을 1mm로 구분해 광고를 유치했다. 이 여성의 독특한 광고방식은 언론보도를 타게되고 러시아 뿐만 아니라 세계각지에서 나타샤의 홈페이지를 방문하게 된다. 당시 1일 최고 기록이 100만 PV를 기록하기도 했을 정도로 화제의 중심에 선 나타샤는 자신의 몸에 새기는 광고의 단가는 100$, 저렴한 광고를 원하는 고객을 위해서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10$짜리 광고를 유치한다. 
 
이 발상의 참신성으로 인해 그해 나타샤는 러시아와 유럽 등지의 신문, 잡지 및 TV에 등장하면서 당시 꽤나 유명인사가 되었다. 하지만 알렉스 튜의 밀리언달러 홈페이지와 같은 대박을 치지는 못했다. 실제로 꽤 많은 100달러짜리 광고가 그녀의 몸에 붙기는 했지만, 나타샤의 예상과는 달리 광고주들은 그녀의 몸 특정 부분 외에는 관심이 없었고 수주되는 광고 대부분이 그녀의 몸이 아닌 저렴한 온라인 광고 쪽을 택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후에 언론과 대중의 관심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광고수주 역시 급격히 떨어지게 되면서 현재는 사장된 상황이다. 



사례2
러시아 최대 광고 간판으로 유명한 모스크바 끄레믈(크레믈린) 앞에 위치한 BMW광고이다. 무려100m에 이르는 광고보드에 실제 차량 사이즈와 같은 BMW차종이 광고면에 붙어있다. 이 광고 간판은 일단 그 크기에 놀라게 된다. 더불어 야간에 밑에 지나다니는 일반 차량과 어우려져 그 모습이 더욱 도드라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실제 크기의 차량을 이용한 광고기법은 러시아에서 간간히 있어왔다. 메스세데스-벤츠의 경우 지난 2008년 모스크바 도모데도보 공항 대합실 천정에 실제 사이즈 차량을 붙여놓아 화제를 일으킨 적이 있었다.



사례3. 
러시아에서 공구시장은 꽤나 규모가 큰 편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지역까지 80개 이상의 매장을 가지고 있는 공구 판매회사인 앙코르가 발주한 이 옥외광고는 최근 러시아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것이다.   


사례4.
러시아에서 가장 효과가 높다고 알려진 버스들에 활용되는 래핑광고. 버스와 지하철등 대중교통수단이 잘 발달한 러시아에서 이들을 활용한 광고기법은 나날이 발전하는 추세이다. 
러시아 교통수단은 대체적으로 공기업형태이다. 다만 모라토리움 이후 국가의 지원이 부실해진 사이 만성적자에 시달리다. 래핑광고를 통해 자원조달을 하고 있다.


사례5
모스크바 신아르바트 거리. 새장에 전시된 니산 SUV자동차. 도시라는 정글 안에 사냥꾼(사용자)에 의해 갖힌 니산 자동차를 형상화 한 광고형태로 모스크바 시민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사례6. 
러시아 칼루가 지역의 넓은 평원에 새겨진 푸조의 자동차 마크. 이 광고는 비행기를 타지 않는한 노출되지 않는 것으로 한때 유행하던 거대 광고의 결정판이다. 지속적인 시각적 노출효과보다는 이벤트 성격이 강했던 광고형태였다.



사례7.
러시아 내 광고가 가장 빈번히 게재되는 곳이 바로 버스정류장이다. 게중에 최근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광고로 평가되는 것은 코카콜라와 칼스버그의 광고였다. 
 
6월부터 시작된 여름철 러시아 상당수 지역은 낮이 길어지는 백야현상이 벌어진다. 더불어 따갑기까지 한 햇빛은 후텁하지는 않지만 만만찮은 더위를 동반한다. 이러한 러시아인들에게 코카콜라의 이 이글루 컨셉의 광고는 시각적으로나마 더위를 잊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러시아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인 축구와 접목된 칼스버그의 광고 역시 창조적이란 호평을 받았다. 


사례8.
러시아 초콜릿 시장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는 알핀 골드의 신제품 거리 광고이다. 알핀 골드 신제품을 먹기위해 외나무 다리를 건너는 여성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트람바이 버스 등으로 인해 어지럽게 연결된 도심 전기선 위에 광고를 설치했다. 이렇듯 전기선과 전기선 사이에 붙여지는 거리 광고는 최근에 꽤나 성행하는 형태이다. 


사례9.
러시아 최대 시행사인 미락스 그룹(Mirax Group)이 주상복합상가인 모스크바 시티(미락스 플라자)를 지으면서 설치한 광고 조형물.

공사가 멈춘 심야시간에 심장을 형상화한 빨간 조형물이 및을 발하는 형태로 제작되었다. 미락스 그룹은 이 조상복합건물이 모스크바 비스지스의 중심지이자 랜드마크가 되길 바랬고 광고효과로 인해 상당한 대중적 인지도를 쌓았으나 경제 침체로 인한 채무불이행이 이어져 법원으로부터 건설중지 명령을 받는등 건물이 완공되는데 상당한 애로사항이 있었다.  


사례10.
2009년 모스크바의 폭스바겐 보드광고. 그간 천편일률적으로 반듯하게 나왔던 보드광고를 약간 뒤튼 형태로 유명했다. 이 광고의 의도를 알지못하는 일반인중 광고판의 추락을 우려해 상당수의 신고가 들어온 것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사례11.
변기 및 미생물 세척제 제조 회사인 Domestos의 보드광고. 낮시간에도 특이하지만 밤시간에도 러시아에서는 드물게 네온사인을 활용한 광고기법을 선보여 러시아인들의 시선을 붙잡은 광고이다. 


사례12.
화면 테두리를 없앤다는 컨셉을 들고 나왔던 LG의 TV SL9000모델의 광고판. 실제 모델의 크기와 같은 TV의 프레임을 제작해 세워놓은 형태이다. TV 화면과 테두리간 경계가 사라진 새 디자인이라는 것과 현실감있는 화질을 강조한 형태이다.

이 글은 대홍기획 사외보(7~8월호) <World AD File>칼럼에 기고한 글입니다. 인쇄된 사외보는 편집인의 손길을 거쳐 깔끔하게 정리되어 나왔지만 지면 특성상 내용이 조금 줄었는데요. 여기에는 원고 원본 그대로 올립니다.  


  1. Favicon of https://rkawn.tistory.com BlogIcon 주테카
    2011.07.21 10:22 신고

    이건 미쳤다고 밖에 할 수 없군요....

  2. Favicon of http://tongblog.sdm.go.kr BlogIcon Tong
    2011.07.21 15:24

    ^^ 러시아의 광고 굉장한데요?
    우리도 저런 참신함이 있어야 할텐데요~
    마지막 엘지의 티비화면 굉장한데요?실사와 같다는 의미겠죠?^^

    • Favicon of https://russiainfo.co.kr BlogIcon 끄루또이'
      2011.07.21 17: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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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적으로는 우리나라 광고가 더 참신하다는게 개인적인 소견인데요. 위 사례는 최근 몇 년 나온것 중에 그나마 화제가 되었던 것들이라서..^^;;

      LG TV의 경우는 통님 말씀대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