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북방의 수도 쌍뜨 뻬쩨르부르그(상트 페테르부르그)는 그 자체만으로도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훌룡한 관광지이지만 도시 근교에도 꽤나 볼만한 관광지들을 다수 가지고 있다. 이들 관광지들은 대체적으로 제정시대 러시아 황제(짜르)와 귀족들의 별궁, 별장들이다.
뻬쩨르부르그 인근 관광지는 3군데로 요약할 수 있다. 뻬쩨르고프(페테르고프), 뿌쉬낀(푸쉬킨, 러시아 국민시인 뿌쉬낀의 이름에서 유래된 도시), 빠블로프스크(파블로프스크) 등의 도시이다. 이 도시들에는 각각의 랜드마크가 있다. 뻬쩨르고프가 여름궁전, 뿌쉬낀이 예까쩨리나 궁전, 빠블로프스크의 대궁전이 그것이다.
쓸데없는 것 한 가지 부연하자면, 제정시대 러시아인과 이를 혁명으로 뒤집은 소비에트 연방시대의 러시아인, 그리고 자본주의 체제의 현 러시아인은 살아가는 체제가 전혀 다르지만 그 의식속에 면면히 내려오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거대하고 화려한 것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러시아에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은 그다지 많지 않지만 세계 최대라는 타이틀을 가진것이 다수 존재하는 이유이다. 각설하고.
앞서말한 쌍뜨 뻬쩨르부르그 근교 3군데의 랜드마크들은 대부분이 여름과 같은 특정 계절만을 위해 건설(복원)되었음에도 그 규모와 외양은 도시 중심가에 있는 유명 건축물들과 견주어 밀릴것이 없는 형상을 하고 있다. 한마디로 크고 화려하고 넓다. 더불어 러시아의 드넓은 자작나무 숲과 도시와는 다른 전원생활을 부수적으로 만날 수 있다.
여기서 한가지 여행 팁이라면 이곳들을 개인적으로 방문할때 주의할 것이 있다. 여름과 가을이라면 이들 궁전들 대부분 외부에 오픈되어 있으나 겨울철에는 내부공사등의 이유로 못들어가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사전에 확인을 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여름철이라도 유념할 것은 이들 궁전들은 문화제 보호 차원에서 하루에 방문할 수 있는 관람객 수를 제한한다는 것이다. 이때 여행사들의 티켓 독과점이 만연한지라 개인적으로는 표를 구하기 무척 어렵다. 이를 피하려면 견학 프로그램과 같은 것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잡소리가 길었다. 앞서 소개한 3군대의 관광지 중 뻬쩨르고프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여름궁전과 분수공원을 만나보자.
뻬쩨르부르그와 약 30km 떨어진 뻬쩨르고프의 여름궁전은 러시아 제정시대 계몽군주였던 뾰뜨르(표트르 1세) 대제의 명령으로 1714년에 당대 최고의 건축가와 조각가들을 동원해 9년 만에 지은 궁전이다. 용도는 황제의 여름 별궁이다. 루이 14세의 바르세유 궁전을 의식해 지은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참고로 겨울궁전이란 명칭의 황제의 별궁도 존재한다. 겨울궁전은 현재 에르미따쉬(에르미타주) 박물관이란 이름으로 뻬쩨르부르그 도심에 위치해있다. 에르미따쉬 박물관은 세계 유명 박물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유명 박물관이다.
뻬쩨르고프의 여름궁전은 본궁만 덩그러니 있는 것이 아니다. 여름궁전을 중심으로 인근 100여 헥타르가 공원으로 되어 있으며 크고 작은 20여개의 궁전들이 곳곳에 위치해있다.
뻬쩨르고프에서 관광객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랜드마크격인 여름궁전도 있지만 궁전 인근의 두 개의 공원 곳곳에 설치된 분수들이다.
이곳에 설치된 각기다른 모양의 분수는 무려 144개에 이른다. 당시 전세계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분수를 이곳에서 볼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이는 현재까지도 유효하다.
특히 궁전 뒷편에 위치한 분수공원의 황금 분수대는 7개의 계단으로 이루어진 인공폭포와 어우러져 이곳에서 가장 화려한 모습을 자랑한다. 러시아 관광지를 소개하는 자료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황금분수대가 바로 이곳이다.
이 곳 황금 분수대에는 각각의 명칭이 존재한다. 게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삼손 분수이다. 삼손 분수는 1802년 제작된 것으로 높이 3.3m의 거대 조각상 모양 분수로 겉에 금박을 했다. 삼손이 사자를 죽인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딴 모양을 하고 있다. 이 동상은 스웨덴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이 외에 우산분수나 아담분수, 이브분수, 피라미드 분수 등이 유명하다. 이 황금분수대에는 여름궁전 내 분수 144개중 절반이 조금 안되는 64개의 분수가 집중되어 있다.
참고로, 분수공원은 늦봄 혹은 여름 초입인 5월 경에 시작해 늦가을인 10월경까지 작동된다.
황금분수대와 인공폭포의 수로는 저 멀리 핀란드만과 연결되어 있다. 핀란드 만에서 궁전 뒷편 분수대까지 작은 배가 들어올 수 있게 설계되었다.
이 것이 바로 삼손 분수이다. 삼손이 사자의 입을 찟는 모습을 하고 있다. 사자의 입에서 나오는 물줄기는 20m까지 뿜어져 나온다.
분수대 전후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조각되어 있다.
핀란드 만쪽에서 바라본 겨울궁전과 황금분수대.
제정시대 복식을 한 이미테이션 배우들. 러시아 내 유명 관광지에 이런 복장을 한 이들이 한 두 명은 꼭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진을 같이 찍어주는 조건으로 수고비를 받는다.
여담이지만 붉은광장 입구에는 레닌이나 고르바초프 닮은꼴 혹은 짜르 복장을 한 생계형 이미테이션 배우들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