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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러시아에서는

베슬란 참사 7주기 - 잊혀지기에는 너무 고귀한 생명들


베슬란 (Беслӕн)은 북(北)오세티야 공화국에 있는 도시이름이다.

인구수 5만도 되지 않은 도시이지만, 북오세티야 공화국에서는 블라디카프카스, 모즈도크 다음으로 큰도시이다. 하지만 러시아를 포함해 주변 독립국가연합(CIS)에도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은 소도시였다. 

하지만 2004년 베슬란은 전세계에 알려지게 된다. 바로 334명의 사망자를 낸 베슬란 인질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2004년 9월1일 오전 9시15분 학교에 체첸 무장세력이 들이닥쳐 1천 명이 넘는 학생과 주민들을 인질로 잡았다. 인질들은 물과 음식 없이 꼬박 만 이틀을 공포에 떨어야 했다. 

9월3일 러시아 특수부대의 작전으로 사태는 진압됐으나 8시간에 걸친 치열한 교전으로 어린이 186명을 포함해 민간인 334명이 숨졌고 인질범 32명이 사망, 러시아는 물론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줬다. 
 

매년 9월 1일은 러시아의 신학기가 시작되는 날이다(러시아를 포함한 유럽지역은 9월 1학기, 2월 3월 2학기제로 학사가 운영되고 있다).

이날 러시아 전역의 학교에는 입학과 개학을 한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선물할 꽃을 들고 등교한다. 오래된 러시아의 생활문화이다. 거리에는 부모의 손을 잡고 등교하는 어린아이들의 웃음 소리와 재잘거림, 그리고 기쁨이 넘쳐난다.

하지만, 베슬란(Беслан)에서 매년 9월 1일은 각 학교의 개학과 입학의 날임과 동시에 추모의 날이기도 하다. 바로 앞서말했던 '베슬란 공립학교 인질극'에서 수많은 학생이 희생된 날이기 때문이다.

러시아 정부와 테러를 벌인 '치친야(체첸)' 간의 반목의 옳고 그름은 둘째치고 무고한 어린 아이들이 희생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었다. 자식을 가슴에 묻은 부모들이 생존해 있는 동안 이 날은 베슬란 시민들에게는 슬픔의 날로 기억될듯 하다.

지난 7년 간 테러로 아이들을 잃은 베슬란의 유족단체인 '베슬란의 어머니들'은 '인권이 없는 러시아에서의 국적포기 의사'를 밝히기도 하고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는등 정부에 대한 불만이 사건발생 7년이 넘었지만 여전하다.

그 사건으로 693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고 40명의 어린이가 불구가 돼 여전히 정기적으로 가료받고 있지만, 국가배상은 이미 바닥이 난 상태다. 수술과 약물치료가 계속 필요한 상황에서 국가 지원이 절실하지만, 희생자 가족과 부상자 지원을 위한 관련 법 제정은 요원한 상태다.  

2004년 인질사건 당시 희생된 소녀가 칠판에 매직팬으로 썼다는 문구 " Не стреляйте в меня, я учиться хочу (저를 (총으로)쏘지 마세요, 전 배우고 싶어요)." 가 새삼스레 마음을 아프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