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올린 3분 10초짜리 동영상은 내용상으로는 별다른 논란꺼리는 없다. 2분 30초간 배드민턴이 얼마나 건강에 좋은지에 대해 예찬을 한뒤 푸틴 총리와 배드민턴을 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전부다. 동영상에는 세계 최초의 우주인 가가린도 배드민턴을 즐겼으며 각 초중고등학교에 적극적으로 보급하겠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매드베데프 대통령이 다음 대선에 출마하지 않는다는 것이 기정사실이 되면서 최근 매드베데프 대통령과 푸틴 총리의 관계에 이상이 없음을 보여주는 여러 시도가 보인다. 이번 배드민턴 동영상도 그러한 의도가 다분히 섞여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러시아 네티즌들의 눈에는 그러한 여유작작한 모습이 눈에 거슬렸던 모양이다. 유튜브 동영상에 달린 300여개의 댓글을 살펴보면 긍정적인 반응보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많은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 대놓고 욕설을 써놓은 네티즌들도 보인다. 더불어 블로그와 게시판 등 온라인상에서 이번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배드민턴 동영상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네티즌들이 이 동영상을 거북해하는 이유는 '나라가 어지러운데 한가롭게 배드민턴이나 치면서 건강타령이나 하느냐'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최근 교육정책문제로 모스크바에서 연일 시민단체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가롭게 배드민턴을 하라는 동영상이 공개된 것도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았다.
러시아 역대 대통령들은 나름 자신이 즐기는 운동에 대해 언론을 통해 자주 노출해왔다. 옐친(엘쯘)대통령은 규모있는 테니스대회는 대부분 참관하는 테니스 마니아였고, 푸틴은 재임시절 유도, 사격, 낚시하는 모습을 언론을 통해 자주 보여왔다.
전직 대통령들이 개인취향 혹은 전략적으로 빈번하게 스포츠 이슈를 노출해 외향적인 면을 부각시켰다면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재임기간동안 스포츠와는 다소 동떨어진 행보를 취했다. 대체적으로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블로그와 트위터 등의 SNS, 아이폰, 아이패드 등의 디지털 기기를 들고있는 얌전한 모범생 이미지를 언론을 통해 보여왔다. 그나마 얼마전 요가를 즐긴다는 내용만이 짧게 이슈가 된적이 있었을 뿐이다. 그러던 차에 취임말기에 배드민턴에 빠졌다는 것을 인증한 것이다.
다만 국민들의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는 것이 다른점이다. 옐친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테니스와 유도(혹은 삼보)를 통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부각시켰고 심지어 국민들에게 해당 스포츠를 유행시키기까지 했던것에 비해 이번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배드민턴 예찬은 반감만 높인 사례가 되었다.
이러한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비난받는 모습이 안쓰러웠던 모양이다.
메드베데프 대통령 추종자들의 모임인 '메드베데프 우리 대통령'의 여성회원들(메드베데프 걸스, Medvedev girls)이 모스크바 끄레믈(크램린, 크레믈린) 성벽과 맡닿은 알렌산드롭스키 정원에서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배드민턴 예찬을 지지하는 이색적인 퍼포먼스를 펼쳤다.
메드베데프 걸들은 최근 이들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되어버린 치어리더 복장을 한채 배드민턴 채와 셔틀콕을 들고나와 배드민턴을 치기 시작했다. 더불어 자신들과 함께 배드민턴을 친 시민들에게 배드민턴 용품을 증정하며 사진도 같이 찍어주는 이벤트를 동시에 펼치기도 했다.
이들의 이러한 플레시몹성 이벤트는 언론등에 미리 통보가 되었기에 공중파 방송을 비롯해 여러 매체들에서 이들을 취재하러 모였다.
메드베데프 걸의 대변인 격인 알리사 미쉬랴코바(Алиса Мещерякова)는 민영방송 엔.떼.베(NTV)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플레시몹은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배드민턴 동영상이 공개되자마자 추진되었으며 대통령의 배드민턴 확산 정책을 지지한다'는 공식 인터뷰를 했다.
다만 이들의 플레시몹은 모스크바 당국에 미리 신고가 되지 않았기에 그리 길지않은 시간동안만 이벤트성으로 펼쳐진채 경찰의 권유에 따라 자진 해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