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총선이후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다. 총선 이틑날인 5일부터 부정선거에 대한 규탄 시위가 시작되어 현재까지 하루가 멀다하고 이어지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10일 오후 모스크바 도심 끄레믈(크렘린 궁, 크레믈린)의 강 맞은편에 위치한 볼로트나야 광장(늪 광장)에서 대규모 부정선거 규탄 시위가 열렸다.
러시아 야당과 시민단체들이 주도한 이날 시위는 경찰추산 25,000명, 주최측 추산 10만명 수준의 대규모 시위였다. 시위집회 이전까지는 3,000여명 수준의 군중이 모일것으로 예상되었지만 훨씬 많은 시민들이 시위대에 동참했다. 이는 라이브 저널과 트위터 등의 소셜미디어가 큰 몫을 차지했으며 이번 시위를 정부가 허가했기에 체포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든 것도 한 몫한것으로 보인다.
볼로트나야 광장과 인근 거리를 빽빽하게 채운 시위대는 '깨끗한 선거'와 '푸틴비판 구호'를 위치며 3시간에 걸쳐 규탄시위를 벌였다.
집회가 열리는 광장 주변에는 늘 그렇듯이 수백 명의 무장한 경찰들이 배치되었고 광장 한쪽은 다수의 중장비 차량을 밀집시켜 광장으로의 출구와 입구를 한곳으로 설정하는등 만전을 기했다. 하지만 시위대와 경찰간 별다른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의외였던 것은 러시아 당국이 선거 부정에 항의하는 시위를 허가했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시위와 집회에 대해 미리 당국에 신고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간 반정부, 반푸틴 시위를 좀처럼 허가하지 않아왔던 당국의 전례에 비하면 다소 파격적인 조치이다. 이는 푸틴과 러시아 정부의 영리한 선택으로 보인다. 현재 여러가지 부정선거 정황이 SNS를 통해 퍼져나가는 상황에서 억지로 반정부 열기는 막는다면 더 크게 퍼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러시아 여당인 통합 러시아당은 지난 4일 치러진 총선에서 450석의 하원(국가두마) 중 238석(49%)을 차지했다. 여느나라에서라면 선방한 결과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 1999년 푸틴이 정치 전면에 나선이후 눈에띄게 낮아진 점유율이기 때문이다. 내년 대선에서 3선에 도전하는 푸틴에게는 적신호라는 분석이 뒤따르는 중이다.
러시아 야당과 반정부 시민단체 입장에서는 절반의 성공이긴 하지만 만족스런 결과는 아니다. 선거당일 여당에 부정적인 논평을 해온 선거감시 단체(골로스)의 홈페이지와 라디오방송국(모스크바에코)에 디도스(DDOS) 공격시도가 있었으며 사전기표된 투표용지가 선거에 동원된 동영상이 공개되는등 부정선거에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야권이 제기한 부정선거 의의 신청이 공식적으로 기각되면서 법적인 제재수단이 사라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푸틴총리는 공정선거였다는 논평과 부정선거 사실이 확인되면 일벌백계 의지를 천명했지만 야당과 시민단체들의 불신을 누그러뜨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부정선거 규탄시위에서 현재까지 300여명이 현장에서 체포되었고 야당 당수인 일리야 야신 또한 시위 중 경찰 명령에 불응한 혐의로 구금되는등 러시아는 현재 총선 후유증에 강하게 시달리는 중이다. 러시아 야권은 선거결과에 불복해 2주 뒤 다시 모스크바 시내에서 집회를 열 계획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