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의 아르바트 거리는 러시아 거리 문화와 예술을 상징하는 곳으로 흔히 프랑스의 몽마르뜨 언덕과 비견된다. ‘아르바트’라는 명칭은 아랍 단어인 ‘라바드’에 어원을 두고 있으며 ‘시장’이라는 의미로 알려져 있다(혹은 ‘짐마차’라는 설도 있다. 과거 짐마차가 많이 다니던 길이란다).  

또한 이 거리는 도스토예프스키, 고골리, 차이코프스키와 뿌쉬낀이 살며 낭만을 풍미했던 거리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한국인 광광객들이 이곳을 대학로와 곧잘 비유하곤 하는데, 비슷한 면이 있긴 하지만 다른 부분이 더 많다는 것이 개인적인 소견이다. 

아르바트 거리는 구(舊)아르바트 거리와 신(新)아르바트 거리로 나뉘며, 우리가 말하는 아르바트 거리는 구 아르바트 거리를 말하는 것이다. 
신 아르바트 거리는 러시아의 경제성장의 척도로 인식됨과 동시에 카지노들이 곳곳에 들어서있어 문화 예술의 거리 이미지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단지 러시아 최대 서점인 ‘돔 끄니기(책의 집)’에서 러시아 문화를 조금 엿볼 수 있을 정도이다.

구 아르바트 거리에서는 거리의 화가가 초상화나 캐리커쳐를 그려주는 모습이나 거리의 악사들의 흥겨운 연주 퍼포먼스, 집시들의 기예를 흔히 볼 수 있다. 더불어 유행 따라 변모해가는 카페들과 기념품 상점, 노상 수공예품점과 소규모 악단 연주, 이름 없는 예술가들도 볼거리이다. 근래에는 러시아 플레시몹의 성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현재는 이 구 아르바트 거리도(신 아르바트의 적나라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자본주의적 상술이 난립하는 곳으로 변해버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볼거리가 풍부한 곳이다.

특히 아르바트 거리에서는 루스꺼 까레이쯔(고려인) 3세인 록가수 ‘빅토르 최의 벽’을 볼 수 있다. 멀리서 보기에는 지저분하게 잔뜩 낙서를 해놓은 주차장 옆의 너덜거리는 벽이지만 가까이 가보면 그를 향한 러시아인들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빅토르 최의 이미지는 입꼬리에 담배를 매달고 있는 모습으로 대표 된다. 그래서인지 그를 추모하는 이들은 무덤 앞에 헌화하듯이 담뱃불을 붙여 그의 죽음을 추도하곤 한다. 혹은 벽에 구멍을 내 그 안에 동전을 끼워넣기도 한다. 저승길 노자돈이라도 주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록을 하는 젊은이들(머리색깔부터 심상치 않은)이 삼삼오오 모여 맥주 한 병씩을 들고 빅토르 최의 벽 앞에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그럼 2012년에 찾은 구 아르바트 거리와 빅토르 최의 벽을 이미지로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