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시간 15일, 쇼트트랙 남자 1,000미터 경기에서 안현수는 자신의 통산 4번째 올림픽 금메달이자, 빅토르 안으로는 첫 번째 금메달(동메달 1)을 목에 걸었다. 더불어 주최국이자 안현수의 새로운 조국인 러시아에 이번 올림픽 세번째 금메달을 선사했다. 러시아 언론은 안현수의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거의 같은 타이틀(쇼트트랙 남자 1000미터 안현수 금메달, 블라지미르 그리고리에프 은메달)로 이 소식을 전했다. 생각보다 더딘 금메달 사냥에 답답해 하던차에 쇼트트랙 종목에서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기에 거의 모든 언론이 일제히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겠지만, 푸틴 대통령의 페이스북 팬페이지의 커버사진도 현지시간 오후 10시 경(우리 시간 새벽 3시)에 업데이트가 되었다. 사진은 안현수가 금메달 확정 이후 러시아 국기를 들고 트랙을 돌고 있는 장면으로 캡션으로는 ‘빅토르 안, 세번째 금메달’이라고 3개국어(러시아어, 영어, 세르비아어)로 적혀있다. 이 팬페이지 커버는 이번 올림픽에서 러시아 선수 중 금메달을 딴 선수가 등장하면 바뀌는 중이다. 하지만 러시아에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가 많지 않기에(안현수가 세번째, 16일 현재 4개) 빈도수가 높지도 않고, 이벤트가 생길때마다 마구잡이로 바뀌는 것도 아니다. 올림픽 개막식에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세계의 정상과 회담을 했을때도 바뀌지 않았던 커버사진이다. 이번 올림픽 시즌에 접어들어서는 오늘까지 딱 세 번 변경이 되었을 뿐이며, 그 중에 한 장면을 안현수가 채운 것이다.
물론 이 페이지는 공식적인 성격은 아니다. 더불어 ‘올림픽 금메달 획득 선수’라는 대원칙으로 바뀌는 형식이기에 안현수를 특별우대한다는 의미를 부여하기도 어렵다. 더불어 안현수 이후 4번째 금메달리스트가 등장했기에 16일 경 다시 바뀔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팬수가 많고, 주목성이 높은 대통령 이름을 딴 SNS를 통해 안현수가 ‘자랑스런 러시아인’으로 공표된데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번 금메달을 통해 법적지위를 넘어 대중적으로도 안현수가 확실히 러시아에 인정받게 되었음은 부정할 수 없겠다. 물론 정치적 포석도 있겠고.
러시아 언론도 금메달 획득 직후 스팟기사에서 안현수의 인터뷰와 현장 분위기를 알리는 기사가 생산되고 있다. 요약하자면,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쇼트트랙에서 4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안현수를 러시아인으로 부각시키는 모양새다.
러시아 방송 인터뷰와 지면기사 내용들을 보면, 러시아 현지에서 안현수를 새로운 영웅으로 맞이한다는 내용과 안현수로 인해 러시아 쇼트트랙팀이 전략과 전술에서 어떻게 변모했는지,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안현수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한국에서도 안현수가 이슈가 되고 있다는 내용들이 언급되고 있다. 이와함께 다시금 러시아로의 귀화 과정에 대한 내용도 보인다. 안현수가 왜 러시아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는지, 러시아는 왜 안현수를 선택했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또한 생활적인 측면에서 안현수가 러시아어를 배우는 과정에서의 어려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 연인(우나리)에 대한 이야기, 심지어 현재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에 대한 내용까지 다채롭게 다루는 중이다.
안현수의 현지 언론 방송 인터뷰를 보면 러시아어가 물흐르듯이 유창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초보수준은 아니다. 자신의 생각을 적절한 단어에 실어 표현 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어보인다. 물론 미리 준비한 멘트일 수도 있겠지만. 방송 인터뷰에서 안현수는 ‘조국 러시아에 대한 감사’ 따위 진부한 표현은 하지 않았다. 부상이후 ‘(재활)훈련’ 과정이 녹록치 않았고, 남자 1000m에서의 금메달과 은메달은 자신 뿐만 아니라 팀원 모두가 노력해서 이룬 성과라는 점을 강조했다. 러시아인이 좋아하는 인간승리의 전형과 겸손한 자세를 보여준 셈이다.
빅토르 안, 나는 (이 순간을 위해) 8년을 기다려 왔다. - 러시스카야 가제타
빅토르 안, 이번 금메달은 과거 그 어떤 메달보다 가치가 있다. – 이즈베스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