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러시아 영화시장은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이고있다.
지난 십 수년간(소비에트 연방 해체 후) 러시아 영화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던 것은 역시나 헐리웃판 대작 영화들이었다. 영화를 제작하기 보다는 수입하는 것이 저렴하고 흥행에도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영화사마다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러시아 최대 영화사라 불리우던 '모스필름'이나 '렌필름'이 연간 1~2편 안팎을 제작했었다. 러시아 전체를 따져봐도 10편정도가 고작이었다. 영화관을 자주 찾는 젊은층에게 더이상 전쟁영화와 예술영화는 매력적인 주제가 아니었다. 그나마 2000년도 초반에 '브랏(형제)'1, 2편과 미할꼬프의 '시베리아의 이발사(러브 오브 시베리아)' 가 러시아 영화로써 흥행을 올렸을 뿐이다(시베리아의 이발사는 러시아 영화라고 보기엔 2%부족하다). 그 외 기간엔 수입 영화들이 극장가를 점령하고 있었다.
이러던 판세에 변화가 오기 시작한것은 2004년 '나치노이 다조르(나이트 워치)'의 개봉 이후 부터였다. 루꺄넨코의 판타지 3부작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개봉 당시 '톨키니스트'라 불리우는 마니아 층을 형성하며 역대 러시아 영화 흥행기록을 세웠던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기록을 갈아치워 버렸다. 당시 우리영화 '쉬리'가 소위 '한국식 블럭버스터'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등장했듯이 말이다.
영화 '나치노이 다조르'는 러시아식 판타지 영화다. 영화는 헐리웃 영화에서 익히 봐왔던 장르이기에 딱히 새롭다는 느낌은 없다. 하지만 러시아인들에게 중요한 것은 그러한 영화를 다른나라에서 만든것이 아니라 러시아에서 자체 제작했다는 것이다(그것도 저렴한 가격에!). 여기에 러시아인들은 열광했다.
'나치노이 다조르'의 성공이후 러시아 영화는 활기를 띄고있다. 투자자들이 영화시장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영화 제작이 원활해졌으며, 양질의 영화가 나오기 시작한것이다. 더불어 러시아 관객들 또한 이들 영화에 폭팔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9중대(9 рота, 9th company)'라는 아프간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러시아 영화 흥행사를 다시 쓰고 있다. 과거 '바이나(전쟁)'라던지 '즈뵤즈다(별이란 의미지만 - 영화에서는 중대의 명칭)' 와 같은 케케묵은 주제의 전쟁영화지만 젊은층과 노년층을 두루 아우를 수 있는 영화라는 평가다. 뿌찐(푸틴) 러시아 대통령 또한 이 영화에 찬사를 보낼정도이다. 그렇다고 영화가 '민족주의적 사관'에 입각한 영웅만들기나 애국심 고취를 위한 '프로파간다(선전)'식 영화냐하면 그렇지도 않다. 러시아로써는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아프간 전쟁에 참전한 젊은이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더불어 허탈하다면 허탈할 수도 있는 결말이다. 하지만 이 사실적인 전쟁영화에 대다수의 러시아인들이 눈물짓고 있다.
현재 러시아 영화산업은 부활하고 있다. 이제 영화 제작은 더욱 더 늘어날 것이고 게중에 세계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흥행/ 예술 작품들도 나올 것이다.
러시아 영화가 자국을 넘어 세계로 뻣어나가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