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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찐 러시아 대통령과 6번의 입맞춤

지금 러시아에서는

by 끄루또이' 2007. 11. 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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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형제의 동화 중에 '개구리 왕자'라는 동화가 있다. 마녀의 저주를 받아 흉측한 개구리가 된 어느 왕국의 왕자가 공주의 입맞춤을 받아야만 다시 인간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동화의 결론은 나라마다 조금 차이가 있지만 러시아에 시판되고 있는 개구리 왕자 동화의 결론은 공주의 키스를 받아 다시 왕자가 인간이 되어 공주와 행복하게 살았다는 내용으로 끝을 맺는다. 해피엔딩 동화의 전형이다. 이 동화에서 나오는 '입맞춤'이란 것은 '착하고 진실한 마음씨'라고 해석이 된다.  

하지만 이런 진심이 담겨야 할 입맞춤이 현실세계에서는 동화같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 더군다나 정치 세계로 넘어가면 꽤나 색다르게 변색되는 것을 볼 수 있다.

현재 다소 이상한 형태(?)로 정치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 뿌찐(푸틴) 전 러시아 대통령의 6번의 입맞춤과 그것에 담긴 이면을 멋대로 분석해 보았다. 부제는 '뿌찐의 포퓰리즘에 대한 몇 가지 사례' 정도로 해두겠다.



첫번째 뿌찐 대통령의 입맞춤 희생자(?)는 5살된 어린이 '니키타'군이다.

때는 2006년 6월, 바야흐로 러시아의 졸업 시즌이다. 뿌찐 대통령은 끄레믈(크렘린, 크레믈린)의 사보르느이 광장과 이바노브스키 광장 사이를 가로질러 자신의 집무실로 행진하는 세리머리를 군사학교 졸업생들과 함께 진행하는 중이었다. 뿌찐 대통령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끄레믈에 관광을 온 러시아인, 미국인 그리고 프랑스인들과 대화를 나눈다. 그닥 쓸데있는 대화는 아니다. 어디서 왔느냐, 좋은 시간 되길 바란다 등의 의례적인 내용이다. 그때 다국적 관광객들의 시선과 러시아 뿐만 아니라 전세계 언론의 이목을 한몸에 받으며 대통령은 근처에 있던 5살난 꼬마에게 다가간다. 그는 꼬마의 눈높이에 맞춰 몸을 낮추고 입을 연다.

"이름이 뭐지?"

꼬마는 우물거리는 목소리로 간략하게 대답한다.

"니키타..."





대통령은 니키타와 잠시 손을 맞잡고 악수를 나눈뒤 예상치 못한 행동을 취한다. 뜬금없이, 정말 뜬금없이 소년의 티셔츠를 어색하게 들어올리더니 배에 입맞춤을 한 것이다. 이런 행동에 대해 (친족이 아닌이상) 아동 성추행으로 법적인 제재를 가하는 서방 국가들이 꽤 될것이다. '대통령, 어린이 성추행'이란 헤드 카피가 다음날 신문에 날만한 행동이었다.

당시 수십대의 방송국 카메라가 뿌찐의 행동을 여과없이 송신했으며 수십명의 내외신 사진기자들이 뿌찐에게 앵글을 맞추고 있었기에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러시아 문화적으로 볼때 아이의 배에 입맞추는 행동은 러시아에서는 아주 가까운 친족끼리만 행해지는 친근감의 표현법이다.

전세계 언론에서 다소 의아한 시선을 보낼때 러시아의 언론은 자국 대통령의 이러한 행동을 어린이를 귀여워 하는 "아버지의 행동(как отеческий жест)"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적당히 넘어갔다. 더불어 몇일 뒤 끄레믈의 주인은 직접 이 행동에 대한 변명을 잊지 않고 전세계 언론에 흘려주는 센스를 발휘해 봉합하고 넘어간다. 자국 언론에서도 입다물고 있는데 그 외 나라 언론이 이런 사소한 현상을 분석해서 이슈화할리 있겠는가.

뿌찐은 과거 러시아 대통령들에 비해 재임기간 동안 대중앞에 사사로운 실수가 극히 적은 대통령으로 통해왔다. 그러했던 뿌찐이 이런 행동을 우발적으로 행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뿌찐의 이런 행동은 그의 그동안 행보로 보았을때 대중을 염두에 두고 치밀한 계획하에 실행되었을 것이다. 그는 대중에게 자신이 러시아의 보편적인, 평범한 아버지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는 행동이었고, 대중의 인기를 의식한 포퓰리즘의 발로였다는 것이 실망스러운 점이다. 대중을 상대로 '저질쇼'를 한것이다. 물론 뿌찐의 절친한 친구인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평소 행동에 비해서는 약과겠지만.



두번째 희생자(?)는 러시아 정교회의 수장인 알렉세이 대주교이다. 정교 대축일날 대통령은 알렉세이 대주교와 양볼에 입맞춤을 한다. 정교식 입맞춤이다. 이것은 상대방에 대한 명백한 존경의 의미를 뜻한다. 러시아인들은 이 모습을 보며 나이든 아버지와 장성한 아들의 모습을 떠올렸을 것이다. 전국민의 과반수가 정교신자라고 볼 수 있는 러시아에서 정교의 수장에 대한 뿌찐의 이러한 퍼포먼스는 진의를 쉽게 알 수 있다.

더불어 현재 뿌찐 대통령은 공식적으로는 명백한 종교적인(정교적인) 인물로 대중에게 비춰지고 있다. 러시아 정교는 뿌찐 정부의 공식적인 후원 및 보호를 받고 있으며 정교 역시 이러한 뿌찐 대통령의 정부에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십 수년 전까지 필요악으로 규정받아오던 현실에 비하면 비약적으로 나아진 환경이다. 정교 신자들 역시 뿌찐을 바라보는 시선이 살가울수 밖에 없다. 러시아 정교회는 뿌찐의 보호아래 모스크바가 제 3 로마로 불리우던 시대로의 회귀를 꿈꾸고 있을지도 모를일이다.  



계속해서, 세번째 희생자는 신의 피조물중 인간을 제외하고 뿌찐 대통령과 함께 언론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동물이다. 전 러시아 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동물 순위 상위권을 자랑하는 '싸바까(개)'이다.



네번째는 말이다.



다섯번째는 돌고래다.



여섯번째는 보시다시피 철갑상어이다.
뿌찐 러시아 대통령은 철갑상어알의 주산지인 아스트로한스키 지역에 방문해 알이 꽉찬 철갑상어 한마리를 들어올려 언론을 상대로 비린내 세리머니를 펼친다. 거대 수조에서 자라나서 얼마뒤 바다로 돌아갈 예정이던 이 철갑상어는 고향에 돌아가기 전에 자국 대통령의 숨막히는(?) 구애를 받은 것이다. 다행히 이 철갑상어는 질식사 하기전에 수조로 돌아갔다. 뿌찐 대통령은 키스 직후에 '끄라싸비짜(«Красавица!» , '미인'이란 의미)'라는 작업멘트(?) 한마디 남겨주셨다고 한다.



이는 지역주민들의 관심을 끌만한 행동이었다. 지역 특산물에 대한 국가원수의 애정으로 해석되었기 때문이다. 시쳇말로 지역주민들에게 점수 딴 것이다. 러시아 정치학자들은 이런 행동에 해대 치밀히 계산된 행동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 세리머니가 끝난뒤 뿌찐 대통령은 국무회의에 참석하려 전용기를 타고 모스크바로 떠났다. 국회에서 뿌찐 대통령이 입을 열때마다 제법 비린내가 났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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