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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위, 백조가 되다

지금 러시아에서는

by 끄루또이' 2008. 7. 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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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 전인 7월 2일 모스크바 국제 영화제의 최고 인기인은 헐리웃 영화배우 윌 스미스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미녀배우 샤를리즈 테론도 영화제 위원장이자 러시아 국민감독인 니티카 미할꼬프도 아니었다. 당시 가장 유명세를 떨치던 인물은 엉뚱하게도 영화인이 아니었다. 이 인물은 스포츠 계통, 정확하게는 축구계통 종사자였다. 이 인물을 설명하자면 현역 선수로써는 그리 이름을 알리지 못했지만, 지도자로써는 세계에서 가장 인정받는 감독 중에 한 명이다. 단적인 예로 그는 얼마전 막을 내린 유로2008에서 러시아 국가대표팀을 이끌어 대회 4강에 올려놓는 성과를 이루었다. 이는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었다. 그는 이미 2002년과 1998년에도 각각 대한민국과 네덜란드를 월드컵 4강에 올려놓아 명장 호칭을 받고 있는 지도자였기 때문이다. 그의 이름은 발음하기 다소 우스꽝스럽다. 바로 거위(거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그의 성이 유명하다. 모두 눈치챘겠지만 그는 바로 거스 히딩크(62),현 러시아 국가대표 감독이다.


국가대표팀 환영회에서 메드베제프 러시아 대통령에게 히딩크 감독이 국가대표팀 유니폼과 선수들의 사인이 담긴 사인볼 등을 선물하고 있다. 유니폼에 메드베제프 대통령의 성(메드베제프. D. A.)이 새겨져 있다.

히딩크 감독은 7월 2일 모스크바 국제영화제 운영위로 부터 최고감독상을 수여받았다. 영화제 운영위원장인 니키타 미할꼬프 감독은 수상사유를 한 편의 웰메이드 필름과 같이 전 러시아 국민에게 감동을 주었으며, 러시아(축구 대표팀)를 이끌고 전세계를 놀라게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영화제의 감독상과는 다른 의미이지만 영화가 관객에게 감동을 주듯이 축구라는 종목으로 전세깨인에게 러시아를 알렸다는 것에 의의를 둔것이다.

한때 히딩크 감독은 선수 장악능력과 전술면에서 약발이 다 떨어졌다는 러시아 여론의 집중공세를 받았던 적이 있었다. 이러한 언론과 팬들의 비난은 비단 러시아에서만 있었던 일은 아니었다. 기억하고 있겠지만 과거 2002년 월드컵 이전에 우리는 그를 '오대영(평가전에 5:0으로 몇 차례 패한것에 빗대어)'이란 별칭으로 비아냥 거린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 기적의 사나이는 유로2008에서 발군의 성적으로 이러한 모든 비난을 물리치고 '미운 거위 새끼'에서 '백조'가 되었다. 러시아에서 히딩크 감독의 별명은 '구시'이다. 그의 이름과 비슷한 발음이 나는 러시아어 단어 '거위(Гусы)'에서 유래된 것이다. 우리가 한때 그를 '히동구'란 애칭으로 불렀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2008년에 태어난 러시아 신생아 중에 구스(러시아 발음으로 거스를 그렇게 발음한다)란 이름으로 작명을 하는 부모들이 상당수 있을 정도로 러시아에서 그의 인기는 절정을 달리고 있다. 각 언론사마다 그의 이름앞에 '영웅'이란 접두사를 붙이는 것을 보면 러시아에서 현재 그의 위상을 알 수 있을것이다.

얼마전 유로2008 축하 환영회에서 히딩크 감독은 메드베제프 대통령에게 러시아 국적(시민권) 제안을 직접 받았지만 가타부타 즉답을 피한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기류 때문인지 이 자리에 동석한 비딸리 무트코 러시아 축구연맹 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히딩크 감독의 마음은 이미 러시아 국민이며 향후 러시아에 계속 거주하면서 국가대표팀을 지도할것이라고 언급했다. 히딩크 감독에 대한 무한신뢰를 다시한번 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이 신중한 노감독은 러시아 국적을 취득하는데 있어 뭔가 꺼리는 부분이 있었던것 같다. 2002년 우리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명예국민이 될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이유이다.

현재 러시아 축구연맹은 자국에서의 축구 인프라 구축을 위해 대단위 투자를 할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러시아에서의 월드컵 개최를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또한 이러한 대단위 계획의 중심에는 히딩크 감독이 있을거라는 관측이다. 히딩크 감독은 이미 러시아 축구연맹으로 부터 파격적인 재계약금을 제안받은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제안은 2주후 히딩크 감독이 러시아로 재입국 하면서 마무리 될 전망이다. 이미 히딩크 감독은 최소한 2010년 월드컵 까지 러시아 국가대표팀의 수장을 맡을 것이라고 환송회에서 밝힌바 있다.

미운 거위 새끼에서 백조가 된 히딩크 감독의 또다른 도전이 어떠한 형태로 나타날지 기대가 된다.


국가대표팀 환영회에 참석한 메드베제프 대통령이 선수들과 악수하며 노고를 치하하고 있다.


선수들과 농담을 주고 받고 있는 메드베제프 대통령. 파안대소를 하고 있는 이는 이번 유로 2008의 최고스타인 아르샤빈.


히딩크 감독과 메드베제프 대통령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건배를 하고 있는 히딩크 감독과 메드베제프 대통령. 무엇을 위해 건배를 해을까?


선수들 및 코치진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메드베제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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