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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러시아에서

담배불과 휘발유

금발머리 여성은 다소 머리가 나쁘다는 편견이 세계 각국에 존재하는것 같다. 이와 관련된 농담이 전세계적으로 얼마나 많은가. 게다가 이러한 편견을 영화 모티브로까지 사용하고 있는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어디서 나와 이렇듯 일반화가 됬는지는 모르겠지만, 예상하는건 어렵지 않겠다. 마를린 먼로와 같은 금발에다가 백치미를 앞세우던 연예인을 상품화하는 과정에서 대중에게 잘못 전달된 것이라는게 개인적인 소견이다. 매스 미디어가 이러한 편견을 널리 퍼지게 하는데 대단한 공헌을 했겠지. 도데체 머리색깔이랑 지능이랑 무슨 상관이겠는가.

하지만 매스 미디어의 반복교육 효과가 얼마나 대단한지 얼마전 깨달았다. 어느날 쌍뜨 뻬쩨르부르그(상트 페테르부르그) 길거리를 지나다가 목격한 광경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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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위의 광경이 문제의 장면이다. 어느 금발 여성이 자동차 기름을 넣으려 하고있다. 주유소에 기름통을 가져가 소량의 휘발유를 구입해 저런식으로 주유하는 것은 러시아에서는 그리 희한한 광경은 아니다. 대부분 운전자들(특히 구형차량 운전자들)은 트렁크에 저러한 기름통 하나쯤은 넣고 다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녀의 왼손에 들린것 '특정 물체'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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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왼손에 있는 특정물체의 정체를 파악했는가? 바로 피우고 있던 담배다. 이 여성은 그녀의 왼손에 들고있는 담배와 기름통에 담긴 휘발유의 상관 관계를 잊은것일까? 이때 문뜩 떠오른 상념이 '금발 여성은...'으로 시작하는 오래된 편견이었다. 그녀의 부주의함을 탓하기 전에 어린시절 매스 미디어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살았던 삶에 회의감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 여성은 휘발유가 웬간해서는 담뱃불 정도로는 발화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한 총명한 사람이었던지, 아니면 자신의 왼손에 든것이 무엇이었는지 잊었던듯 하다. 아무래도 후자쪽으로 마음이 간다. 이것도 편견이려나? 개인적으로는 죽었다 깨도 흉내를 못낼듯.

다소 식겁한 순간이었다.  


PS.
이 포스트를 작성하면서 태그를 입력할때, 아래 빨간색으로 표시된 추천 단어가 떠서 놀랐다. 무더운 여름날 깜짝깜짝 놀라면 시원하기는 한데... 이 '저렴한 태그'는 어디다 이야기해야 개선이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