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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INE & OFFLINE STORY

어느 블로거의 블로깅-2

어느 블로거가 이런 저런 포스트를 검색하고 있었다.

"아아.. 어쩌면 이렇게들 글을 잘쓰는 거야... "

그는 내심 이런 저런 포스트를 보면서 감탄을 하고 있었다. 소위 파워 블로거나 유명 블로거들은 그야말로 '전문'이라는 단어가 붙어도 좋으리만큼 글이 논리 정연하면서도 속 시원한 포스팅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을 지지하는 다수의 팬 블로거들을 보고 있자면 질투심이 들기까지 했다.

" 하아...이 사람들은 나랑 다른 세계 사람이려니 해야지..."

그도 이제는 블로거로써의 경력이 1년이 넘어가고 있었고 블로그스피어에 대해 알만큼 아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슬슬 블로깅이 지겨워지는 참이었다. 소위 매너리즘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얼마전 그날의 포스팅을 마친뒤 문뜩 1년전 오늘 무슨일이 있었나 궁금해 1년전 포스트를 열어보고 깜짝 놀란일이 있었다. 1년전 자신의 포스팅 내용과 1년뒤의 내용이 대동소이했기 때문이다.

"이거야...원 ...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의미없는 글만 쓰고 있었네...쯧..."

반쯤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그는 오늘은 무슨 포스팅을 할까 생각해보았다. 딱히 그날의 일과 외에는 쓸것이 없었다. 남을 의식하지 않는 자신만의 블로깅을 하라는 블로그 강사들의 조언은 그리 와닫지 않았다. 몇몇 지인 블로거들이 신변잡기말고 자신만의 글을 써보라고 충고를 하기도 했지만, 그에겐 딱히 전문적으로 쓸만한 것도 없었고 쓰고 싶은 것도 없었다.

" 쳇 ... 이럴바엔 싸이질이나 계속하고 있을걸.... "

그는 이런 저런 신변잡기를 몇 가지 블로그에 올리고 슬쩍 미니홈피에 접속해 보았다. 방명록에 자신의 안부를 묻는 지인들의 코멘트가 눈에 띄었다. 슬쩍 그들의 미니홈피로 접속해 보았다. 블로그를 돌아다니면서 느끼는 경외감은 없었으나 나름대로 그네들의 개인사를 쳐다보는 것이 즐거웠다.

" 싸이질이 내 적성인가...? "

블로그 꾸미기도 어렵거니와 카운터로 늘 확인하는 방문자수에 한숨만 쉬던 그에게 미니홈피는 제약없는 놀이터와 같았다. 이놈의 블로그는 뭔 예의범절을 그리 따지는지 가끔은 답답하기까지 했다. 더군다나 블로그스피어에서는 <펌질>에 대한 인식이 그리 좋지 않았다. 그는 가끔 좋은글은 퍼와서 비공개로 설정해 놓긴 했다. 왠지 <펌질>을 하면 안될것 같은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그에비해 미니홈피에서의 펌질은 하나의 문화와도 같았다. 얼마나 좋은(혹은 재밌는) 글이나 플레쉬 에니메이션, 사진등을 가져오느냐에 따라 방문자수가 틀려졌다. 더불어 1촌 '파도타기' 는 얼마나 재미있는가.

" 에효.... "

그는 자신의 미니홈피 접속을 끊고 정모나 번개등 오프모임에서 만났던 몇몇 지인들의 블로그에 들어가 하루 잘보내라는 식의 답글을 남겼다. 그들도 그와 별 차이없이 신변 잡기의 포스팅을 주로하는, 자신과 같은 비주류들이었다.

마지막으로 방문자수 체크를 한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남들은 1,000단위 뿐만 아니라 포탈 메인에 노출되면 10만이니 100만 PV도 기록한다는데 자신은 늘 한 두자릿수를 찍고 있었다.  

그는 열려있던 자신의 블로그를 닫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습관적이긴 하지만 신변잡기 포스팅이라도 했으니 오늘의 할일은 다 한듯했다.

그는 블로깅을 하는것이 더이상 재미있지 않았다.

2008/10/21 - [블로그 혹은 웹문화] - 어느 블로거의 블로깅-1
2008/10/21 - [블로그 혹은 웹문화] - 어느 블로거의 블로깅-2
2008/10/21 - [블로그 혹은 웹문화] - 어느 블로거의 블로깅-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