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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INE & OFFLINE STORY

어느 블로거의 블로깅-3

어느 블로거가 이런 저런 포스트를 검색하고 있었다.

그는 작금의 블로그스피어에 다소 많은 불만과 걱정을 가지고 있었다. 일단 포털 사이트들의 이용약관이 맘에 안들었고, 출처를 밝히지 않은 펌로거들도 불만의 대상이었다. 더불어 블로거들의 글을 멋대로 각색해서 자신의 글인양 써대는 기자들에게 분노에 가까운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블로그라는 말이 생기기 전부터 인터넷을 사용하던 사람이었다. 인터넷이라는 것이 대중화 되기 이전인 '통신시절'이라 불리우던 시기부터 활발히 활동하던 사람이었다. 소위 원조[鼻祖]소리를 듣는 네티즌이자 블로거였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시간을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생활해 왔지만 요즘처럼 불만의 감정이 폭발 직전까지 가기는 처음이었다.

" 이런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인간들 같으니...이젠 예의범절이고 뭐고 없이 막 나가자는 건가? "

그는 가뜩이나 현직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에 심기가 불편한 마당에 이젠 온라인상의 도덕률이 땅에 떨어지는 것이 눈에 보여 기분이 많이 상해 있었다.  그가 한창 활동하던 통신 시절과 초창기 인터넷상에서는 나름대로 도(道)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거대포탈은 돈벌 궁리에 혈안이 되어 있었고, 네티즌과 블로거들을 향한 기만행위가 만연해 있었다. 그는 어리석은 이들을 바른길로 인도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이런것들을 바꾸기 위해 블로거들에게 사실을 알리기 위해 포스팅을 했고, 블로거 뉴스와 올블로그와 같은 메타 블로그에 글을 내보내고 있었다. 많은 추천수와 조회수를 기록했고, 수많은 이들의 동의 댓글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반대급수적으로 그의 의견을 깡그리 무시하는 댓글들도 수없이 많이 달렸다. 게중에는 별일도 아닌것으로 온라인을 시끄럽게 한다는 젊잖은 충고에서부터, 개인의 도덕성을 들먹이며 공격해 들어오는 원색적인 익명의 덧글까지 여러가지가 있었다.  나름대로 논리적으로 조목조목 반박글을 게재했으나 그들은 막무가내였다. 실로 우민(愚民)들이 따로 없었다. 하지만 가장 속상하는 것은 대다수의  가련하고 불쌍한 초보 블로거들은 그의 외침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린다는 것이었다.

그는 화가 많이 나 있었지만, 자신의 인내심을 조금더 유지하기로 했다. 그는 사명감을 가진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일에 일희일비 해서는 그를 믿고 따르는 사람들에게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었다. 게다가 어리석은 이들과 격론을 벌여봤자 결론이 나는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참기로 했다.

"그래 조금만 더 참아보자. 악플러들 따위와 논쟁해봤자 아무것도 얻는것이 없겠지. 참고 참고 또 참아보는거다."

그의 블로그는 가입형 블로그가 아닌 소위 설치형 블로그다. 그것도 다루기 까다롭다는 외국계 블로그 툴이었다. 태터툴즈나 태터툴즈 기반의 티스토리, 택스트큐브 등과 같이 사용하기 손쉬운 툴도 있었지만 그는 자신의 툴을 꿋꿋하게 지키고 있었다. 자신의 블로그 툴은 자신의 자존심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더더군다나 가입형 블로그 서비스는 그에게 일말의 고려 대상이 되지 못했다. 그가 누누히 설파하는 것이 블로그 업체들이 천년 만년 존재할리 없다는 것이었다. 아니 당장 1~2년 후에 사라질지도 모르는 것이 블로그 서비스 업체인 것이었다. 그런 불안정한 업체의 DB에 자신의 소중한 자료를 쌓아놓을만큼 그는 어리석지 않았다.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블로그 서비스업체가 몇개던가!

그동안 그가 설치형 블로그에 대해 쉴새없는 예찬론을 펼쳐 봤으나  대부분 공감을 하는듯하면서 어리석은 초보 블로거들은 여전히 가입형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도 안타까웠다. 그나마 의식이 깨어있는 이들이 태터툴즈나 워드프레스등의 설치형 툴을 사용할 뿐이었다.

"조금만 노력하면 쉽게 알수 있는 것인데. 어리석어 어리석어. 그놈의 방문자수와 댓글수가 대수인가. 자신만의 블로깅을 해야지. 사람을 끌어드리려 낚시질이나 펌질을 하는 모양새라니...쯧...."

그는 다시금 계도을 할 의도로 자신의 블로그 편집창을 열었다. 일단 자신의 감정을 가감없이 드러내서는 싸움질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는 오래된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그는 논쟁의 프로이기도 했다. 몇몇 말도 안되는 의견을 낸 블로거들의 글을 일단 인정한다는 뉘앙스를 주며 글을 써야했다. 그리고 중간 이후부터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밀어붙이면 되는 것이다. 중간중간에 통계자료와 같은 것을 넣어서 제시하면 더욱 신빙성 있는 글이 되었다. 별 이론적 근거가 희박한 초보들은 이정도 글을 써주면 제풀에 주저 앉거나 아니면 원색적인 표현을 쓰기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그는 승리한 것이 된다.

블로거들은 근본적으로 싸움구경을 즐기지만 원색적인 표현을 서슴없이 사용하는 이들에게는 반감을 품게 마련인 것이었다. 더군다나 자신은 원조 네티즌이자 블로거가 아닌가? 이미 그를 추종하는 세력은 웹 도처에 깔려있었다. 심지어 자신이 그토록 딴지를 걸어대는 포탈에도 연줄이 닿아 있을만큼 그는 블로그스피어에 인지도가 있는 사람이었다. 초보들이 악다구처럼 덤벼봤자 최후의 승자는 자신이 될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는 초보블로거들의 덧글과 방문자수에 연연하는 것을 늘 경계하라고 이야기 해왔다. 몇만 PV 이벤트라거나 최고 방문자수라는 제목의 글을 보면 눈쌀부터 찌푸렸다.

"도데체 이사람들은 블로그를 인기 끌기위해 시작한 사람들인거야?"

하지만 그는 내심 자신의 블로그의 방문자수와 덧글수에 만족하는 이였다. 초보들이 일일 방문자수 1000 을 넘었다고 자축 포스팅을 할때 그는 내심 피식 웃곤했다. 그들의 최고 방문자 수는 그의 일일 최하 방문자수 보다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그의 블로그는 찾는 이들이 많았다. 심지어 어느 포탈이나 기업에서는 그에게 의도된 포스팅을 은근히 부탁하기도 했다. 소위 그는 메이저이자 파워블로거로 불리우는 사람이었고 온라인 상의 권력자였다. 더불어 그는 다른 블로거들의 떠받듬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그는 포스팅을 하기 시작했다. 타켓을 두고 하는 포스팅이었기에 그리 쉽게 써지지 않으리라는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써야만 했다. 그의 추종자들을 위해, 그리고 승리를 위해!!

하지만 그는 블로깅이 점점 고통스러워지기 시작했다.

2008/10/21 - [블로그 혹은 웹문화] - 어느 블로거의 블로깅-1
2008/10/21 - [블로그 혹은 웹문화] - 어느 블로거의 블로깅-2
2008/10/21 - [블로그 혹은 웹문화] - 어느 블로거의 블로깅-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