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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블로거의 블로깅 4 [블로그 마케팅을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

ONLINE & OFFLINE STORY

by 끄루또이' 2008. 12. 26.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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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블로거가 블로깅을 하고 있었다.

그는 블로그스피어란 도검의 숲에 꽤 오랫동안 발을 담그고 있는 블로거였다. 수없이 많은 블로그와 블로거들을 보아왔고 그들과의 교류는 자신의 즐거움이었다. 그는 블로그스피어의 산증인이라는 별명과 더불어 블로그 원론주의자로 불리워지는 사람이었다. 오랫동안 블로그스피어를 지켜왔기에 붙은 별명이 산증인이란 칭호라면, 블로그 원론주의자란 별명은 블로그가 상업주의에 이용당하는 것을 그간 적극 반대해왔기 때문에 붙은 것이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블로그 원론주의자란 별명이 썩 와닫지 않았다. 자신이 주장하는 블로그에 대한 논리는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블로그는 블로그스러워야지 어찌해서 이 청정지역에 구정물이 유입된단 말인가!"

블로그를 1인 미디어라고 부르지만 그는 이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미디어란 단어와 블로그는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수단으로써의 블로그는 매우 유용한 것이라 생각했다. 이러한 그의 깐깐함은 꽤 많은 블로거들의 지지를 받아왔다. 그는 파워 블로거라고는 불리워지지 않고 있었지만 그런것에 연연해하지는 않았다. 그러한 칭호는 저급 언론이 만들어낸 낚시성 표현에 불과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잡다한 배너가 덕지덕지 붙은 포털식 블로그 디자인을 극단적으로 혐오해왔으며, 그 흔한 에드센스 역시 적용하지 않았다. 더불어 내용과 상관없는 이미지들로 도배가 된 포스트를 지양해 왔으며, 텍스트 위주의 포스팅을 지향했다. 설치형 블로그 툴을 사용하는 그는 디자인 역시 로딩시간을 저해하는 것들을 최대한 배제한 초창기 블로그 형태로 유지해왔다. 또한 이렇게 블로그를 운영해야 한다고 자신의 주장을 펼쳐왔다. 이러한 그의 주장은 다수의 블로거들에게 지지를 이끌어 냈지만 반대로 악플을 다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것에 그는 연연해 하지 않았다. 자신의 정체도 안밝히고 떠들어대는 악플따위야 찌질이들이나 하는 것이라 치부했기 때문이다. 간혹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이들의 반박글 역시 그가 보기엔 빈약하기 그지없는 논리들이 대부분이었기에 가볍게 타이르면 되었다. 젊잖게 말해도 못 알아 듣는 이에겐 본인 특유의 독설을 퍼부어서 입을 다물게 해버렸다.

"어리석은 아이들과 놀아줄 시간은 없다네."

최근 그는 블로그스피어의 혼탁함에 치를 떨고 있었다. 특히 블로거들이 무분별하게 기업 마케팅에 참여하고 있는 행태는 그의 분노를 유발시키는 경우였다. 그간 얼리아답터들이 기업의 의뢰를 받고 리뷰를 쓰는 것에 대해서는 눈쌀이 찌푸려질지언정 극소수였기에 무시해 왔지만, 작금의 블로그스피어에서 벌어지는 묻지마식 마케팅 행태는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특히나 그의 쌍심지에 불을 당긴 것은 부도덕한 기업의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업체와 생각이 없는 유명 블로거들이었다.

"이것들은 생각이란 것을 하는 족속들인가? 저희들이 이용당하고 있다는 것을 정말 모른단 말인가?"

그는 기업의 앞잡이가 되어가는 블로거들의 우매함에 기가 막혔다. 더불어 블로그에 상업광고를 집행하는 것도 모자라서 부도덕한 기업의 광고 마케팅을 버젓이 대행하는 회사라니,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러한 작태를 그대로 놔둔다면 저들은 블로그스피어를 대변하는 존재로 부각될 것이고, 블로그스피어는 어지러운 광고의 홍수 속에 쓰레기장이 될것이었다.

"그 알량한 구독자수와 방문자수를 믿고 저따위 앞잡이 노릇이나 하다니, 도데체 블로그스피어가 어찌 돌아가려고!"

그는 서둘어 블로그 편집창을 열었다. 그리고 파워 블로거라 불리우는 이들과 이들에게 마케팅을 의뢰한 기업의 부도덕성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하기 시작했다. 다소 격앙된 어조로 글을 써내려 갔지만 그의 글은 항상 논리적이었다. 다년간 블로그스피어에 몸담으면서 체득된 솜씨였다. 더불어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혼자 떠들어서는 아무런 효과도 볼 수 없음을 잘알고 있었다.

"이런 사안은 블로거들을 공론의 장으로 이끌어 내야돼."

그는 자신의 지지층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간대와 메타 사이트 운영자들이 활동하는 시간대를 고려해 글 공개시점을 정했다. 특히 메타 사이트의 운영자들은 이러한 직접적인 비판글에 민감하기에 어느정도 추천수만 확보해 준다면 상위권에 오래 남을 확률이 높았다. 더불어 기업 마케팅을 진행하는 파워 블로거들에게 트랙백을 보낼 심산이었다. 자신의 이러한 올바른 비판에 대해 그들의 반응을 이끌어낼 요량이었다. 그들이 격하게 반응하면 자신이 이기는 게임이었다.

그는 모든 이들이 침묵을 한다고 해도 자신만은 그래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에게는 블로그스피어를 정화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블로그스피어가 대기업 상업주의에 물들어가는 것은 결단코 막아야 했다.

또다른 블로거가 블로깅을 하고 있었다.

그는 소위 '파워 블로거'라고 불리우는 블로거였다. 그 자신은 '파워 블로거'라기 다소 거창한 수식어 보다는 '전문 블로거'라는 소리를 더 듣고 싶어했지만, 그의 닉네임 앞에는 항상 이 괴상한 별칭이 따라 붙고 있었다. 다소 거북했지만 그는 이 수식어에 적응(무시)하기로 했다. 과거 스타 블로거니 블로그 스타니 하는 수식어들처럼 유행이라고 생각했다.

"말 만들기 좋아하는 누군가가 만들어냈겠지..."

블로그라는 것을 처음에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누군가가 댓글을 1개 달아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했고 백 단위 PV(Page View)수만 나와도 한껏 고무되었던 시절에 비해 그의 블로그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많은 성장을 해왔다. 하루 PV수는 만 단위를 넘은지 오래되었고, 파워 블로그의 기준이라고 알려진 RSS등록자 수 천 단위도 넘은 상태였다. 이제는 댓글들이 상당수 달리고 있기에 답글을 다는것에도 상당시간을 들여야 할 정도가 되었다. 더불어 이러한 유명세에 힘입어 언론 매체에 기고를 한다거나 인터뷰를 하는 것이 그에겐 이미 어색한 일이 되지않게 되었으며, 연말 수많은 매체에서 통계를 내더라도 그의 블로그는 항상 목록에 끼어있을 정도가 되었다.

이쯤되니 그에게 다양한 경로를 통해 여러가지 프로모션 제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소위 블로그 마케팅이라는 것이었다. 그에게 이러한 제안들이 처음에는 꽤나 신선하게 다가왔다. 다소 치기어린 마음으로 시작한 블로그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매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가의 물품이나 기기, 서비스를 남들보다 먼저 이용해볼 기회도 생겼고, 그 물품들을 리뷰의 댓가로 무상으로 증여받기도 했다. 더불어 해당 상품 리뷰에 대한 원고료도 지급되었으며, 블로그에 집행되는 배너광고에 대한 정산도 받게 되었다. 이러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얻은 수익이 간혹 자신의 본업보다 더 큰 수익이 되는 달도 있었다. 재미도 있으면서 금전적 수익까지 얻을 수 있으니 그에겐 꽤나 괜찮은 작업이었다.

하지만 간혹 기업들이 블로그를 단지 싸구려 홍보수단으로만 이해하고 접근하거나 의뢰 기업에 대해 좋은 이야기만 써줄것을 강요하는 형태에 대해서는 매우 불쾌하게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는 블로그 마케팅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블로거들이 느끼는 감정이었다. 그는 이러한 기업들의 인식 전환을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었다.

최근 블로그스피어이에서 블로거들(특히 파워 블로거들)의 마케팅에 대한 비난 및 비판이 많음을 그도 알고 있었다. 특정 기업의 프로모션에 참여하는것에 대한 도덕성 문제에서 부터 전문 분야가 아닌 분야에 대한 리뷰글이 가당치 않다는 의견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었다. 이러한 글들을 꼼꼼히 모니터링 하면서 그는 다소 고민스러워 졌다. 분명히 이들이 지적한대로 이런 저런 마케팅 제안 중에 자신이 전혀 알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제안을 수행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게중에는 호기심 삼아 참여를 해보았지만 뒷마무리가 개운치 않은 프로모션도 있었고, 그의 블로깅 모토인 '재미'와는 일찌감치 거리가 먼 접근도 있었다. 가장 난감한 프로젝트는 해당분야에 대한 자신의 지식이 독자들과 별반 차이가 없을 때였다. 기업에서는 그 알량한 '파워 블로거'라는 명칭만을 보고 제안을 한 경우도 다반사였다. 독자를 대상으로 어디선가 주워들은 이야기를 잘난척 하면서 떠들어 대는 것은 거북스러운 경험이었다.

반면에 맹목적인 비난글을 빈번히 접하면서 그의 머릿속 저편에서는 이들이 무의식적으로 질투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더불어 블로그가 상업적이어서는 안된다는 논리에는 동의하기 어려웠다. 잘못된 것에 대한 비판과 비난은 인정되지만, 그들 스스로가 겪어보지 못한 일에 대해 단편적인 지식을 가지고 비판하거나 자신들만의 가치관을 강요하는 글에는 선뜻 공감할 수 없었다. 하지만 무시할수는 없었다. 그들의 주장은 자신의 의견과 다를 수는 있어도 틀린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고민 끝에 몇 가지 자신만의 기준을 정하게 되었다.

일단 그간 기업의 의도에 맞춰서 무리하게 리뷰를 썼던 것을 지양하기로 마음먹었다. 기업에서는 마케팅을 제안해올때 리뷰 지침을 제시하기 마련이다. 대체적으로 무난한 것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간혹 아닌 경우도 존재했다. 그는 자신이 생각하기에 틀린 부분이나 맹목적인 기업찬가, 그리고 자신이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한 지침이라면 해당 사항에 대해 적극적으로 기업에 의사 전달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는 프로모션을 진행할때 자신과 블로그에 도덕성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기업(의뢰인)이 자신의 이러한 의견에 동의를 해주었을 경우에 한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만 했다. 블로그스피어를 사회생활의 연장으로 생각하면 되는 부분이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특정 기업과 계약을 맺고 금전적인 댓가를 지급 받을때 최선을 다하는것은 자본주의 사회의 당연한 논리였다. 이는 자신과 블로그에 책임감을 부여한다는 의미었다.

"뭐 이렇게 해도 비판하는 사람은 비판할테지... 하지만 내가 꺼릴것이 없다면야..."

그는 어느 기업에서 제안받은 프로모션 관련글을 쓰기 위해 블로그 편집창을 얼였다. 먼저 어느 기업의 어떤 제품 마케팅에 참여하면서 쓰는 글이란 어구를 써 넣었다. 더불어 해당 제품의 특징과 개선점에 대해 자신이 아는만큼 겪어본 만큼만 쓰리라 다시한번 마음 먹었다. 그는 거짓말을 하기는 싫었다. 하지만 자신이 맡은바 일에는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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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1 - [블로그 혹은 웹문화] - 어느 블로거의 블로깅-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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