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월 13일과 14일은 러시아의 설날 기간입니다. 율리우스력(태음력)으로 1월 1일인 이날을 러시아어로 '스따르이 노브이 고드(Cтарый Новый год)'라고 부르는데요. 직역하자면 '예전 새해'라는 의미입니다. 우리말로 의역하자면 '구정'인 셈입니다. 러시아 정교신자들은 일반적으로 이날을 바실리예프의 날(바실리의 날, Васильев день, Василь-день)이라고도 부르는데요.
바실리예프는 고대 러시아 시절(루씨 시대) 정교 성인입니다. 설날 전날을 '바실리예프의 저녁'이라고도 부릅니다. 과거 이날에 러시아인들은 지인과 이웃의 집을 돌아다니며 새해 인사를 나누고 서로에게 새해 행운을 빌어주는 전통이 있었습니다. 더불어 모든 가족이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모두 집에 모이는 날이었습니다. 생업이나 기타 사유로 여러 지역에 나가 있던 가족 구성원들이 모두 모여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인사하는 우리네 풍습과 많이 닮아있는 부분입니다. 이는 현재 태양력(그레고리력)으로 정한 새해에도 끊이지않고 이어지고 있는 미풍입니다.
고대 러시아 인들은 설날에 음식을 준비해 손님을 접대하고 행운을 빌어주었습니다. 더불어 한해 길흉화복을 점치기도 했습니다. 당시 유행하던 러시아인들의 전통을 몇 가지 나열해보자면요. 당시 결혼을 하지않은 처녀들은 거울을 이용해 새해 운수를 점쳤으며, 특별한 음식으로 새끼 돼지를 이용한 통돼지 구이와 토끼, 수탉 등을 이용한 음식을 마련했습니다. 이날 먹는 음식에도 의미가 있었습니다. 기름진 돼지고기를 먹음으로써 다가오는 새해에 행운이 온다고 생각했으며, 토끼고기를 먹음으로써 보다 신속하게 행동할수 있을거라 생각했고, 닭고기를 먹음으로써 몸이 새처럼 가볍게 움직일거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당시 토속신앙이 뿌리 깊게 자리잡혔던 고대 러시의 풍속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에게는 현재까지도 설날이 민족 최대 명절 중에 하나로 인식되고 있지만 러시아의 설날은 현재 그리 특별한 날도 대접받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날 새해인사를 하는 것은 러시아의 오래된 전통으로 오늘날까지 꾸준하게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요 근래 러시아의 구정 기간에 새로운 풍습이 생겼는데요. 소위 스카이 랜턴(sky lantern)이라 불리우는 소형 기구들을 하늘에 띄우는 것이 그것입니다. 열기구의 원리를 이용해 소형기구들을 하늘 높이 날리며 새해 소원을 비는 것인데요. 지지난해에는 러시아에 진출해있는 우리나라 대기업이 이 행사를 지원 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러시아 전역에서 펼쳐지는 광범위한 행사는 아닙니다만, 최근 몇 년 간 신세대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인기를 얻고 있는 러시아 설날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2010년 설날,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 참새언덕(구 레닌언덕)에서 펼쳐진 소형 열기구 띄우기 풍경을 함께 둘러보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