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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살아가며

런던, 베이커 거리 221B 번지에서 만난 셜록홈즈


소시적에 추리소설 좀 읽었다는 사람 중에 '베이커 거리 221B 번지'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오래된 추리소설은 안좋아 한다고? 그렇다면 조금 최근 사례로 접근해보자. 이 주소는 지난해 가이리치 감독 연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쥬드로가 주연을 맡은 런던 배경의 영화 타이틀 롤, 영국드라마 중 3부작으로써 얼마전 주말에 공중파를 통해 3주 연속 방송되었던 드라마의 타이틀 롤이 거주했던 곳의 주소이다. 이 두 작품은 전작의 인기에 힘입어 2번째 시리즈가 제작중이며 드라마의 경우 미국에서 이미 리메이크 되었다. 또 이 인물에서 모티브를 얻은 미국 드라마 두 편이 역시 제작발표를 한 상황이다.

셜로키언이 아니더라도 글 제목을 보면 이미 눈치 챘을것이다. 베이커 거리 221B 번지는 영국의 유명한 소설가 코난 도일이 창조해낸 불멸의 명탐정 셜록 홈즈의 거주지 주소이다. 정확히는 허드슨 부인의 집에 세들어 살던 홈즈의 하숙집 주소이자 탐정 사무실 주소이다.

베이커 거리 221B 번지라고 정확히 명기하지 않아도 베이커 거리는 그 자체가 홈즈의 거리라 할 정도로 이 명탐정의 흔적을 찾는 것이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당장 베이커 스트리트 지하철역에 내려보면 사냥모자에 파이프를 문 셜록 홈즈를 만날 수 있다. 이 거리를 대표하는 인물이 누구인지 명확히 보여주는 부분이다

베이커 스트리트를 거닐다보면 홈즈의 이름이나 왓슨 박사의 이름이 들어간 수많은 종류의 가게들을 만나게 된다. 중절모나 구부러진 담배 파이프, 사냥모자, 지팡이 등을 판매하는 기념품 상점도 꽤 눈에 띄인다. 이는 자생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런던시가 홈즈의 이름을 활용한 문학 시티투어 프로그램의 자생물이기도 하다.

베이커 거리에서 홈즈의 이름이 들어간 대표적인 관광지는 셜록 홈즈 박물관일 것이다. 이 박물관은 소설속에 나온 거리 주소 221B번지에 위치하고 있다. 베이커 거리에서 홈즈 박물관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베이커 스트리트 지하철역에서 나오기만 하면 관광객처럼 보이는 모든이들에게 이 박물관 홍보맨이 명함을 주며 친절히 길을 알려준다.


홈즈 박물관은 거창한 외경은 아니다. 런던 시내 어디서나 볼법한 가정집의 한 부분을 박물관 형식으로 개조한 형태라고 보면된다. 박물관에 도착하면 스코틀랜드 야드와 메이드 복장을 한 직원이 손님을 맞이해준다. 박물관은 2층에서 부터 4층까지로 홈즈의 집무실과 왓슨 박사의 방으로 나뉘어져 있다. 5층은 다락방이다.

물론 무료관람은 아니다. 사립박물관이다보니 가격이 저렴하지도 않다. 성인은 6유로, 청소년은 4유로이다. 1층에서 티켓을 끊을때 셜록홈즈에 대해 잘 모른다거나 소설을 오래전에 읽어 기억이 가물가물한 이들을 위해 전시물에 대한 설명된 안내장도 준다. 다만 일본어 번역된 안내장은 비치되어 있지만 한국어로된 것이 없다는 것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하긴 대형박물관에서조차 한국어로 된 안내책자를 보는것이 힘든 상황이니 이런 소규모 박물관은 말해 무엇하랴.


베이커거리 221B번지는 셜록 홈스가 발표된 1887년에는 런던에 없던 번지수였다. 소설속 주소였던 이곳은 베이커거리가 확장되면서 현실이 돼 버렸다. 그 때문에 주소가 생긴 이후 221b번지로 셜록 홈스를 수신인으로한 편지가 수없이 도착하는 기현상을 낳게된다. 편지 내용은 팬레터에서 부터 사건의뢰까지 다양했다고 한다. 이후 아예 전담직원을 두고 답장을 해주는 서비스까지 생기게 되었다(이때 배달된 편지중 일부는 박물관에 전시되어있다). 1987년 셜록 홈스 출간 100주년 기념축제를 기점으로 이 곳은 본격적으로 박물관으로 개조되어 개관된다.

박물관 내부로 들어가면 소설속에 묘사된 흔적을 실제로 만나볼 수 있다. 2층은 홈즈와 관련된 전시물들이 주로 있는 곳이다. 홈즈가 사영하던 침실과 응접실, 실험도구, 철학책, 바이올린 등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3층은 닥터 왓슨의 방과 허드슨 부인의 방이 있고 이곳에선 당대 복식을 한 밀랍인형들을 볼 수 있으며 벽면에 초상화들도 걸려있다. 도저히 그가 소설 속 인물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느낌을 준다.

자 그럼 홈즈 박물관 내부로 들어가 빅토리아 시대를 살았던 19세기 아이돌 셜록 홈즈와 소설 속에 등장한 여러 에피소드의 흔적을 구경해보자.



셜록홈즈 시리즈 중 장편에 속하는 '바스커빌가의 개'에 등장하는 사냥개.







3층에 있는 박물관 방명록. 슬쩍 살펴보니 의외로 한국사람들이 많이 다녀간 흔적이 보였다.


고증을 거쳐 소설속 내용대로 개조된 계단. 총 17개로 되어 있다.



1층 기념품 가게 벽면에 장식된 사진 한 장. 재미있는 것은 이 분이 러시아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의 이름은 바실리 리바노프. 구소련 시절 러시아에서도 인기가 있었던 셜록홈즈 드라마의 주인공을 하신 분이다. 리바노프의 사진이 곳에 걸린 이유는 홈즈 박물관 선정 최고의 홈즈역을 연기한 배우이기 때문이다.

셜록 박물관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빅토리아 시대 복식을 하고 있다. 기념책자와 셜록홈즈가 양각된 초콜릿 동전을 판매하는 메이드 복장의 직원.

셜록 홈즈의 이름이 들어간 기념품들. 파이프 뿐만아니라 인형, 가장 무난한(?) 기념품인 열쇠고리, 오르골 등 소규모 소품들이 상당수 있다.


다양한 종류의 사냥모자.


굳이 제품을 사지 않는다해도. 사냥모자 등을 쓰고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다.



* 참고로, 홈즈박물관 바로 옆에 비틀즈 기념품 샵이 있다. 비틀즈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번 들러볼만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