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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러시아에서는

러시아 젊은 여성들이 징병 반대 집회를 벌인 이유


지난 21일 모스크바 시내 중심부에서 10여명의 젊은 러시아 여성들이 이색적인 집회를 벌였다. 이름하여 '소녀들은 징병을 반대한다'라는 명칭의 행사였다. 

이들은 '시민과 군대'라는 시민단체 소속의 일원으로써 러시아 군대의 비합리성과 열악성을 시민들에게 널리 환기기키기 위해 이 시위를 벌였다고 밝혔다. 특히 러시아 군대는 더이상 현재와 같은 징병제가 아닌 모병제로 전환되야 한다는 것이 이날 집회의 주요골자였다. 

이들은 러시아 군대의 전투식량을 전시하고 이는 '사람이 먹을 수 없는 개나 먹는 음식'이고, '현재처럼 유지되고 있는 열악한 군대라면 해산시켜야 한다'는 극단적인 피켓까지 들고 일련의 퍼포먼스 및 시민들의 동의서명을 유도했다. 

다만 그녀들의 시위는 시민들에게 그리 큰 주목은 받지 못했다. 언론사 관계자들 30여명이 주변에 있었을뿐 지나는 행인들은 이색적인 시위에 흘깃거리기는 했으나 서명에 동참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대 언론용 보여주기 위한 행사가 된 셈이다.
 
이들의 집회가 시민들의 큰 반향이나 지지를 받지 못한것은 러시아 국민들이 군대라는 집단을 생각하는 인식에 근거한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발표된 군대관련 국민조사를 보면 그네들의 생각을 알 수 있다. 조사 응답자 중 무려 74%가 군복무는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게중에 44%는 무조건 입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반대의견은 19%였다.

러시아 중장년층에게 군대는 조국을 지키기 위해 당연히 가야하는 곳이다. 러시아에 승전기념일 등의 전쟁과 관련된 기념일에 눈물지으며 영광스러운 과거를 회상하는 노병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는 비단 남성 뿐만 아니라 여성들에게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부분이다. 이들에게 당시나 현재나 정부에 대한 불신은 있었을지언정 군대복무를 통해 국가를 지켰다는 것은 여전히 자랑거리인 셈이다. 

다시말해 군대 징집 반대와 관련된 행사는 적어도 현재까지는 그리 큰 호응을 이끌어내기 어려운 시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전쟁을 겪지않은 젊은층 입장에서 군대는 그리 달갑지 않은 곳이다. 열악하고 위험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이는 비단 러시아 젊은이들만의 인식은 아닐것이다.

거기에 러시아 징병제도는 우리 입장에서 보면 다소 불합리한 요인이 한가지 더 있다. 바로 대학 진학을 하지 못한 젊은이들이 우선적으로 군입대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대학을 졸업하여 생업에 종사하는 이는 완전면제를 받는다. 공부를 못했거나 배울 여건이 안되는 신체 건강한 젊은이는 법적으로 반드시 군대에 가야하는 제도인셈이다.

더군다나 러시아 정부는 최근 인종관련 시위를 벌인 인종편향 젊은이들을 붙잡아 강제로 징집시켜 극동지역으로 보낸 것이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신종 유배형식으로 군대의 힘을 빌린 형태이다. 러시아에서는 인권유린이라는 비판이 우선 있었으나 이와는 정반대의 비판도 뒤따랐다. 인종차별 사상을 가진 극우편향의 위험한 젊은이들에게 살인기술까지 가르친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미국에 이어 군사력 순위 2위권인 러시아의 군복무제도는 기본적으로 징병제이며 부분적으로 모병제를 혼합해 운영하고 있다. 2008년 이전까지 러시아의 군 복무기간은 육군의 경우 만 2년으로써 우리나라의 현재와 같았으나 2008년 부터 1년으로 줄였다. 

러시아는 2000년대 중반부터 기존의 재래식 체계가 아닌 현대화 체계를 확립하고자 직업군인의 수를 전체 병력의 약 40% 수준인 40만 명까지 점진적으로 늘려갈 계획이지만 지난해 10만 명 수준에 머무르는데 그쳤다. 러시아는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지시로 2015년까지 전체 무기의 30%를 현대화 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러시아군은 지난해 첨단 무기구매를 위해 14조원에 이르는 정부예산을 투입했다. 하지만 모병과 관련된 예산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그럼 지난 토요일 모스크바에서 벌어진 징병반대 집회 현장을 이미지로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