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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러시아에서는

모스크바 음악학교 무용학과 학생들의 특별한 졸업식


어제도 말씀드렸지만 '쉬꼴라'라고 불리우는 러시아의 초.중.고등학교 졸업식
이 5월 25일을 기점으로 일제히 열리고 있습니다.

러시아에서는 졸업식을 '마지막 종'이라고도 표현하는데요. 이는 학교에서 듣는 마지막 수업 종소리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졸업생들의 가슴에는 종 모양의 뱃지들이 달려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연례행사에는 매년 반복되는 익숙한 풍경들이 있습니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좋게 보일 수도 있고 나쁘게 보일 수도 있는데요.

교사들과 학생들의 송별 콘서트, 메달이나 상패 전달식 등은 뭐 그리 특별할 것도 없겠지요. 우리네도 이러한 공식행사는 있으니까요. 지역마다 공식, 비공식 차이는 있겠습니다만 거리 퍼레이드나 분수에 뛰어들며 젊음을 뽐내는 건강한 모습은 입가에 미소를 띄우게 합니다. 유람선이나 시내 레스토랑을 빌려 그들만의 뒷풀이를 하는 모습도 졸업시즌에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인데요. 이는 나름 전통이라 할 수 있는 모습이겠습니다.  

하지만 성인이 되었다는 즐거움에 졸업식 날 거리 곳곳에서 술과 담배를 과하게 소비하는 졸업생들의 모습 또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알콜이 들어가다보니 청춘들 간 마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구요. 모스크바의 경우 10만 단위가 넘어가는 혈기왕성한 군대(?)가 시내 중심가로 몰려드는데요. 게중에 적지않은 수가 이러한 모습을 보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들 러시아의 청춘들은 해방감에 일탈을 즐긴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만, 저처럼 옛날 교육을 받고 자라난 세대에게는 위화감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러시아 사회에서는 졸업식 날 이러한 일탈을 용인하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모든 러시아 쉬꼴라들이 이런 풍경을 연출하는 것은 아닙니다. 술도 담배도 분수 세리머니도 없는 졸업식 풍경을 연출하는 학교들도 있습니다.


졸업식날 러시아 사회 분위기와는 역행(?)하는 이러한 건전한(?) 풍경은 모스크바 음악학교 무용학과 학생들이 대표적으로 보여줍니다.

미래의 러시아 무용계를 이끌 이들에게 술과 담배는 금기사항이고 졸업식의 일탈은 남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더불어 이들에게 마지막 종소리를 듣는 날은 졸업생과 재학생들의 성과 발표회를 하는 날입니다. 이러한 무용학과 학생들의 발표회는 음악학교 내 오래된 전통인데요. 대중을 향한 퍼포먼스라기 보다는 그간 학교에서의 성과를 확인하는 동시에 '졸업생들 스스로 즐기는 기억에 남는 문화 이벤트'로 기획되었습니다. 

우리식 표현으로 하자면 학예회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만, 전공 학생들의 공연이기에 제법 수준이 높습니다. 프로의 그것에는 미치지 못한다 할지라도 일반인들이 보고 즐길 수 있는 수준은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학생들 뿐만아니라 준프로급의 지도교사들의 공연과 앞선 졸업생들 중 프로가 된 이들의 공연도 함께 진행되기에 학생과 교사, 가족들 모두 즐길 수 있는 행사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 공연은 어찌보면 틀에 박힌듯 박제된 풍경으로 보일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앞서말했듯이 러시아 졸업식날 사회 전반의 분위기와는 다르기에 이색적이고 특별해 보이기까지 하다는 소감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25일에 음악학교 무용학과 학생들의 공연이 열렸는데요. 장소는 모스크바 내 공연장인 문화궁전 이었습니다.

이날 공연 장면을 이미지로 소개해 봅니다. 이미지를 클릭해서 조금 크게 보세요. 아이들이 참 이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