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말 러시아 만화가 세르게이 칼레닉(25)이 개설한 홈페이지(http://superputin.ru)에 뿌찐(푸틴) 현 총리를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 만화를 올려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해당 만화는 공개 4시간만에 10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한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700만건의 조회수를 기록중이다.
해당 만화에서 뿌찐은 위기를 헤쳐나가는 카리스마 넘치는 영웅으로 등장한다.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세친 부총리도 조력자로 등장한다.
이 만화의 내용은 단순하다. 기본적으로는 키아누 리브스, 산드라 블럭 주연의 영화 스피드와 좀비물을 배경으로 차용하고 있다. 달리는 버스가 있다. 이 버스에는 폭탄이 장착되어 있으며 시속 80km이하로 속도를 늦추면 폭발한다. 여기에 영웅 뿌찐과 메드베데프가 탑승하고 폭탄 해체를 하려한다. 하지만 이 버스를 외부에서 위협하는 좀비들로 인해 난관에 봉착한다. 하지만 마초 뿌찐은 메드베데프의 도움을 받고 초인적 능력으로 위기를 타파해 나간다는 설정이다.
이 만화에는 깨알같은 패러디가 숨겨져 있다. 일단 폭탄이 달린 버스는 현 러시아를 상징한다. 이를 뿌찐과 메드베데프가 구한다는 형식이다. 그리고 뿌찐은 유도복을 입고 등장한다. 유도 유단자인 뿌찐을 보여주는 동시에 강인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모습이다. 더불어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처음에는 곰탈을 뒤집어 쓰고 등장하지만 만화 중간에 탈을 벗고 본 모습을 보여준다. 러시아어로 메드베지가 곰이란 의미라는 것을 알면 보다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더불어 아이패드를 이용해 뿌찐을 돕는 장면도 등장한다. 이는 평소 최신 디지털 기기와 SNS를 활용하는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오버랩되는 부분이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나노인간'이란 캐릭터로 규정되어 있다. '투명인간' 역할로 세틴 부총리가 만화 끄트머리에 등장한다.
하지만 이 만화가 그냥 재미로 끝나지 않고 찬반이 엇갈리는 거대 이슈가 되었던 것은 이들 수퍼 히어로와 조력자를 위해하는 악당 캐릭터 좀비들에 있다. 보통 생각없이 덤비는 좀비라면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파란색 양동이를 머리에 쓴 좀비들이 읇조리는 대사가 문제가 된다. 이들 좀비 캐릭터들은 '호도로프스키에게 자유를!' '호토로프스키를 석방하라!', '지도자를 새로 뽑아야 한다'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수퍼히어로를 위협한다.
러시아 시사에 관심있는 이들이라면 알만한 이름인 호도로프스키(47)는 격변기 러시아에서 가장 성공한 올리가르흐(과두재벌)였다. 2004년 40대 이하 최고의 갑부였으며 한때 개인자산 150억달러에 이르는 러시아 최대 석유재벌이었으나 뿌찐에 정치적으로 반대(야당에 정치자금 제공)한다는 이유로 2003년부터 현재까지 감옥에 들어가 있는 상태이다. 공식적인 그의 죄명은 사기와 세금포탈 등이지만 본인은 정치적 보복이라 주장하고 있다. 그의 형기는 앞으로도 6년이 더 남아있다.
당시 우리기업 삼성을 능가하는 자산 규모를 가지고 있던 호도로프스키의 유코스는 뿌찐에 의해 공중분해되어 여러기업에 팔려나갔다. 당시 뿌찐의 무소불위 권력을 보여준 사례이다.
그간 수많은 진보 시민단체 및 호도로프스키 지지자들이 정부에 그의 석방을 요구했으나 뿌찐은 대통령 재임시절부터 현재까지 호도로프스키가 자유가 되는것을 막고 있는 형국이다. 뿌찐에 반대하는 러시아 진보단체들은 이것이야말로 뿌찐이 독재자라는 것을 증명한 일이라며 비판했었다. 더불어 "뿌찐 OUT!"이나 '호도로프스키를 석방하라!''새로운 지도자를 뽑자!'등의 구호는 이들 단체들과 시민들이 시위나 집회에서 자주쓰는 구호다. 더불어 파란색 양동이를 자동차 위에 올려놓고 달리는 시위방식도 이들의 주로 펼치는 시위수단이다. 이 만화에서의 좀비는 뿌찐에 반대하는 진보단체 및 시민들을 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그치지 않고 폭탄이라는 위기의 달고있는 러시아라는 이름의 버스의 진행을 방해하는 적대세력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러시아 내에서 이 만화를 두고 보수, 진보 - 뿌찐, 반 뿌찐 세력간 가열찬 찬반 논란이 엇갈리는 형태로 나타난것이다.
최근 뿌찐과 메드베데프를 활용한 다양한 패러디가 등장하는 것은 당사자들이 의도했건 안했던 간에 내년에 있을 러시아 대선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해당 만화를 그린 만화가는 러시아 정치계를 일깨우기 위한 의도로 제작했다고는 하지만 그말을 곧이 곧대로 듣는이는 그리 많지 않다. 일각에서는 우매한 뿌찐 지지자들의 치기라는 분석도 있다.
일단 이 만화는 완결된 것은 아니다. 첫번째 에피소드가 끝났을 뿐이다. 해당 만화가는 이후 두번째 시리즈가 나올지 안나올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대선경쟁이 본격화 되는 시점에 차기 에피소드가 나올것이라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