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러시아의 발렌타인데이와 우리나라의 발렌타인데이 차이점에 대해 말한적이 있었다.
그 내용을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1. 우리나라에서는 발렌타인 데이에 여자가 남자에게 선물해야 한다는 개념이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남자가 줄수도 있고 여자가 줄수도 있다. 여자가 남자에게 줘야한다는 원칙이 따로 없다. 어찌보면 우리나라의 풍속과 가장 반대되는 부분이다. 이러한 면은 비단 러시아에서만 있는 것은 아닐것이다.
2.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발렌타인 데이 때 초콜릿이나 기타 사탕종류를 주로 선물한다. 하지만 러시아에서 자신이 사주고 싶은 것을 선물한다. 초콜릿이나 사탕을 줘야한다는 공식이 성립되지 않는것이다.
3. 우리나라엔 '화이트 데이'란 국적불명의 날이 발렌타인 데이 한달 뒤에 찾아온다. 우리네 '공식'대로 하자면 이날은 남자가 여자에게 뭔가를 줘야한다. 하지만 러시아에서는 그런날이 '당연히' 없다. 대신에 러시아 남성들은 3월 8일 '여성의 날'에 집중한다. 이날은 러시아 전역 어디에서나 여성을 위해 꽃다발(혹은 꽃송이)을 든 남성들(어린아이부터 할아버지까지)로 넘쳐난다.
우리나라에서는 발렌타인 데이가 남녀노소를 막론한 축제의 날이라면 러시아에서는 이러한 열기는 없다. 이날에 선물을 주고받아야한다는 개념이 퍼진것은 10년이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젊은층으로 한정짓는다면 그 열기는 꽤 높다고 할 수 있다.
해외 유행에 민감한 젊은층은 발렌타인 데이에 당연하게 데이트를 즐긴다. 위에 언급했듯이 선물은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선물을 주고받는 주체와 객체는 성별을 따지지 않는다. 다만 이들에게는 발렌타인 데이는 연인의 날이라는 개념은 있지만 초콜릿으로 대동단결하는 날이 아니라는 것이 다를뿐이다. 물론 이날에 초콜릿 소비량이 여느날에 비해 점차 높아지는 추세이긴 하다. 각설하고.
발렌타인 데이 당일 러시아 제2도시 쌍뜨 뻬쩨르부르그(상트 페테르부르그)에서 제법 인상적인 발렌타인 데이 거리 이벤트가 열렸다.
이름하여 '영원한 사랑 서약서 등록행사'가 그것이었다. 뻬쩨르부르그 거리 곳곳에는 서약서를 쓰는 부스가 차려졌고 연인들은 줄을 서가며 서약서에 사인을 하는 전경을 연출했다. 서약서는 주최측이 미리 인쇄한 것이었으로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연인들은 각자 이름을 적고 사인을 하는 과정으로 이벤트는 진행되었다. 참가한 연인들에게는 가벼운 기념품이 증정되었다.
이러한 서약서 사인 행사는 러시아인들의 결혼식 풍경과 매우 닮아있음을 알 수 있다. 러시아인들의 결혼식 과정에서 빠지지 않고 행하는 것이 거주지 인근 등록소에 가서 혼인서류에 사인을 한다. 우리네 부부들이 결혼식 전후 동사무소에 가서 혼인신고를 하는 과정이 러시아는 결혼식에 필수 세리모니로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이번 사랑 서약서 등록 행사의 주최측은 발렌타인 데이가 선물만을 주고받는 소비의 날이 아니라 연인, 가족 간 사랑을 확인하는 날이 되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행사를 기획했다고 한다.
다만 통일러시아당 젊은지지자들(쉽게 이야기해 푸틴 지지자들) 모임에서 주최한 이 거리의 이벤트는 행사 내용과 진행과정에서 정치색은 보이지 않았지만 주최 단체를 감안하면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를 의심할만하다. 일각에서는 몇일 전 붉어진 선거 댓글알바 사태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오는 중이다.
하지만 정치적인 의도였건 아니건 간에 주최측의 취지에는 일정부분 공감이가는 이벤트이기는 하다.
그럼 이날 쌍뜨 뻬쩨르부르그 거리에서 진행되었던 이벤트 현장을 이미지로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