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드릴 곳은 아르바트 거리이다. 붉은 광장에서 30~40분 정도 걸어가면 있는 곳이다.
모스크바의 아르바트 거리는 러시아 거리 문화와 예술을 상징하는 곳으로 흔히 프랑스의 몽마르뜨 언덕과 비견된다. 도스토예프스키, 고골리, 차이코프스키와 뿌쉬낀이 살며 낭만을 풍미했던 거리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한국인 광광객들이 이곳을 대학로와 곧잘 비유하곤 하는데, 비슷한 면이 있긴 하지만 다른 부분이 더 많다는 것이 개인적인 소견이다.
‘아르바트’라는 명칭은 아랍 단어인 ‘라바드’에 어원을 두고 있으며 ‘시장’이라는 의미로 알려져 있다(혹은 ‘짐마차’라는 설도 있다. 과거 짐마차가 많이 다니던 길이란다). 아르바트 거리는 구(舊)아르바트 거리와 신(新)아르바트 거리로 나뉘며, 우리가 말하는 아르바트 거리는 구 아르바트 거리를 말하는 것이다.
신 아르바트 거리는 러시아의 경제성장의 척도로 인식됨과 동시에 카지노들이 곳곳에 들어서있어 문화 예술의 거리 이미지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단지 러시아 최대 서점인 ‘돔 끄니기(책의 집)’에서 러시아 문화를 조금 엿볼 수 있을 정도이다.
구 아르바트 거리에서는 거리의 화가가 초상화나 캐리커쳐를 그려주는 모습이나 거리의 악사들의 흥겨운 연주 퍼포먼스, 집시들의 기예를 흔히 볼 수 있다. 더불어 유행 따라 변모해가는 카페들과 기념품 상점, 노상 수공예품점과 소규모 악단 연주, 이름 없는 예술가들도 볼거리이다. 간혹 공중파 방송사의 공개방송 같은 것도 열려 러시아의 젊은이들과 관광객들이 끊임없이 찾는다. 현재는 이 구 아르바트 거리도(신 아르바트의 적나라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자본주의적 상술이 난립하는 곳으로 변해버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러시아다운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그럼 본격적으로 아르바트 거리를 돌아다녀 보도록 하자.
거리의 화가들이다. 초상화는 물론 간단한 목탄 캐리커쳐등도 그려준다. 가격은 500루블에서 1,000루블까지 흥정에 따라 다양하다. 그리고 싶은 사진을 가져다주면 그대로 그려주는 것도 가능하다.
거리의 악사의 모습이다. 물론 젊은 뮤지션들 여럿이서 맥주 한잔씩을 들이키며 흥겹게 관객들과 같이 노래 부르는 모습도 많이 볼 수 있지만 왠지 이 악사의 모습이 눈에 남았다. 이 사람은 연주를 함과 동시에 자신이 직접 녹음한 테잎과 CD를 판매하고 있다. 테잎가격은 100루블, CD는 150~200루블이라고 적혀있다.
러시아 국민시인 뿌쉬낀의 탄생 200주년 기념으로 건립된 기념동상이다. 왼쪽에 있는 사람이 뿌쉬낀이고 오른쪽에 있는 사람이 뿌쉬낀의 부인인 ‘나딸리야 간챠로바’다.
기념품 가게이다. 대체적으로 이곳 아르바트의 기념품 가게는 비싼것이 정설이다. 저렴하고 제대로된 품질을 구입하길 원할 시에는 이즈마일롭스크 시장(베르니싸쉬)으로 가는 것이 좋다. (이즈마일롭스크 시장에 대한 자세한 기사를 원하면 요기를 누르시라)
거리의 노점상들이다. 품질은 훌륭하지만 역시나 가격이 생각보다 비싼편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노점상들의 상당수가 간단한 한국어를 할 줄 안다는 것이다.
“싸게 해드릴께요. 싸요~싸요!! 보고가세요 “
구 아르바트거리에도 심심치 않게 볼수 있는 카지노의 모습이다. 모스크바 거리의 카지노들이 다 그렇듯이 간판 최상단에 ‘잭팟'이라고 써있다.
’이라는 네온사인이 보인다.
아르바트 거리의 자판기 모습. 러시아에서 자판기를 보는 것은 그리 흔한일은 아니다. 기껏해야 공항에서나 볼 수 있을 뿐이다.
‘배스킨 라빈스 31’ 매장 모습. 모스크바 시내에 유일하게 아르바트 거리에만 있다.
아르바트 거리의 명물 ‘황금 발레리나 상’이다. 구 아르바트 거리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어 휴식공간이나 약속장소로 애용되는 장소이다. 대부분 거리의 악사들이 이 황금 발레리나 상 앞에서 공연을 한다.
아르바트 거리에는 자신이 기르는 개와 고양이들을 모두 끌고 나와 사료비를 모금(?)하는 사람들도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일종의 사업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지만 지나가는 러시아인들은 이 애완 동물들을 쓰다듬어 보며 조금씩 모금행위에 동참해 준다.
아르바트 거리에서는 루스꺼 까레이쯔(고려인) 3세인 록가수 ‘빅토르 최의 벽’을 볼 수 있다. 멀리서 보기에는 지저분하게 잔뜩 낙서를 해놓은 주차장 옆의 너덜거리는 벽이지만 가까이 가보면 그를 향한 러시아인들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빅토르 최의 이미지는 입꼬리에 담배를 매달고 있는 모습으로 대표 된다. 그래서인지 그를 추모하는 이들은 무덤 앞에 헌화하듯이 담뱃불을 붙여 그의 죽음을 추도하곤 한다. 혹은 벽에 구멍을 내 그 안에 동전을 끼워넣기도 한다. 저승길 노자돈이라도 주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록을 하는 젊은이들(머리색깔부터 심상치 않은)이 삼삼오오 모여 맥주 한 병씩을 들고 빅토르 최의 벽 앞에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비짜, 나샤 류보비'라고 쓰여져 있다. 의미는 ‘빅토르 최, 우리의 연인(사랑)이다. ‘비짜’는 빅토르의 애칭으로써 빅토르 최를 말한다.
이상으로 아르바트 거리를 돌아다녀 보았다. 다음 편에도 모스크바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소개하도록 하겠다. 그럼 이만.
다 브스뜨레치(다시 만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