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기[勇氣] 와 만용[蠻勇]의 차이는 무엇입니까? "
" 그건 그때 그때 다르다! "
블도자의 질문에 대한
불여우의 답변 중.
12. 새로운 것을 꿈꾸는 자들-1
" 이제 북해룡 형님은 어디로 가시렵니까? "
"
고향에 잠시 다녀올까 하네.
출사룡형님이나
소차룡형님이 닭살 떨어대는걸 좀 봤더니 가족이 그립구만. 게다가
아버님 생신이기도 하고...
고향 친구들도 봐야겠고...하하..."
" 그럼 무탈하시길 바라겠습니다. "
북해룡과 작별을 고하고 길을 나서자 몇 일동안 말이 없던 불여우가 입을 열었다.
"
지옥서생이 지독하긴 지독하구나... 그에게 받은 일장의 대부분을 상쇄시켰지만 아직도 제대로 몸을 가누기가 힘들구나. "
" 지난 몇 일동안 격조했습니다... "
" 그래... 이제 어디로 갈 생각이냐? "
" 글쎄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는 않았습니다만... "
" 그럼 저 앞 숲속에서 좀 쉬어 가자꾸나... 내가 이 세상에서는 신수(神獸)로 불리우고 있다지만...
아직까지 세상은 IE 기운이 가득한지라 치유가 쉽지 않구나... "
" 그러도록 하지요! "
" 아마도 내가 기조절에 들어가면... 그 여파로 인해 너도 세상에 잠시간 존재하지 않는 상태가 될 것이다. 당황하지 말거라..."
블도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인근의 양지바른 나무 밑으로 자리를 옮기자 불여우는 블도자 옆에서 눈을 감고 자연의 기를 빨아들였다. 블도자는 불여우가 느껴지는듯 하다가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블도자는 모르고 있었지만 블도자 역시 그와 같은 상태였다. 차 한잔 마실 시간이 지나자 불여우가 입을 열었다.
" 어느정도 안정이 되는듯 하구나... 움직이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대화를 나누는데는 무리가 없겠다. "
블도자는 이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에겐 질문할 것이 너무 많았다.
" 향후 무림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거라 생각하십니까? "
" 질문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구나. 내가 남들보다 조금 멀리보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래를 예언하는 능력은 없단다. 그런것은 길흉화복을 예측하는 이들에게 물어봐야겠지? "
" ....음... 일단 블로그 명문
이글루파가
싸이교와
사실상 같은 문파가 된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
" 어떤 대답을 원하느냐... 자금력[資金力] 무공이 월등한 싸이교에 대한 비판을 원하느냐? "
" ... ?! "
블도자는 내심 당황했다. 사실 그런 비슷한 답변이 불여우의 입에서 나오길 기대했기 때문이다.
" 내가 먼저 너에게 물어보겠다. 무림에서 정파와 사파를 나눌때 어째서
네이보나 이글루파와 같은 문파는 정파이고 싸이교나
디씨방과 같은 문파는 사파로 분류하느냐? "
" ... 그건 ..."
" 정파나 사파나 그 구성원인 무림인들은 이런 구분과는 무관하다는것 정도는 알것이다. 차라리 정파 사파를 나눌때 그 방파의 방주나 장문인이 자신의 제자들이나 문도들을 대하는 자세에 따라 나눈다면 이는 어느정도 합리적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한 문파를 싸잡아 사파나 정파로 나누는것은 이치에 맞지 않지. "
" 그러면 당신께서는 싸이교가 정파라 불리우는 문파들과 다를게 없다는 말입니까? "
" 아니지...같지 않지! 다르지! 확실히 다르지! 그게 요점이니라. 정파니 사파니 선하니 악하니 하는 논리로 이들 문파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가치가 다르다는 것이 맞는말인셈이다. "
" ...!!! "
" 싸이교에서 블로그 무공을 접목시키는 것은 어렵다. 당연한 일 아니겠느냐. 싸이교의 '작은창 무공'은 블로그 무공을 연마하기위한 내공심법과는 애초에 상극관계이기 때문이다. 굳이 무리해서 이를 실행하면 주화입마에 빠지게 된다. 싸이교의 소위 '아기자기'라 불리우는 수련법은 싸이교 내부를 연결하는 커뮤니티 용도로 애초에 만들어진 것이니라. 이들에겐 내공이라는 개념은 그리 중요한것이 아니지. 반대로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한 외공쪽에 치우쳐져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이것은 나쁜것, 악한것이 아니다. 애초에 그럴 목적으로 결성된 집단이고, 이에 교도들이 호응해 교내에서 '사이좋게' 지내기 위해 모인것 아니겠느냐. 내공고수가 외공고수에 비해 도달하기도 힘들고, 얼핏보기에도 수준차이가 나보이지만, 결국 외공이나 내공이나 끝까지 가면 큰 차이는 없는 법이다. 이상적이라면 내외공을 겸비하는 것이겠지. "
불여우는 기척도 없이 블도자에게 링크전음을 날렸다.
블도자는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불여우로 안해 그동안 자신이 알던 상식적인 사항이 일시에 흩트러져 버린것이다. 블도자도
네이보를 대표로 하는 정파의 수뇌들이 그리 도덕적이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 정파는 적어도 자신이 연마하고 있는 블로그 무공의 법칙은 따르고 있었기에 그리 거부감은 없었었다. 하지만 얼핏 본 싸이교는 좁은창에 현란한 색감, 펌글의 난무, 인위적인 인간관계등이 판치는 곳이었다. 그리고
디씨방은 집단적이고, 욕설이 난무하는 무뢰배의 집단쯤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블도자는 이것이 정사의 구분이라 생각했다. 물론 블로그 무공을 연마하는 이들 중에서도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행동을 하는 이들도 상당수 존재했지만 자신이 아는 블로그 무공을 연마하는 이들은 대부분 고고한 인물들이었다.
" 단지... 다를뿐이다라... "
" 가치관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 정과 사를 바라보는 네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 네가 옳은것일게다... "
" 그렇다면 처음에 말씀드린것처럼 이글루파와 싸이교의 합병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 이글루파는 현 무림에서 문파에 제자를 받아들이는데 제약이 있는 유일무이한 문파지. 그런 이유로 정예화된 고수들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들 하나하나가 독립문파를 세워도 될만큼 블로그 무공에 능통한 고수들인 셈이다. 단점이라면 그곳에서 자신의 무공을 심화시키기에는 더없이 좋은 환경이지만, 무공의 기초를 다지는데는 어느정도 제약이 있는 것이겠지만. 이런고로 이글루파 제자들은 문파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들의 무공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지. 그런데 평소에 꺼림직하게 여기던 싸이교와 형제문파가 된것에 대부분 그리 좋은 감정은 느끼지 않았을것이다. 게중에는 굴욕을 느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은거해버린 이들도 있고, 다른문파로 옮겨간 이들도 있었다. 고수들은 스스로 문파를 만들어 이글루파를 나온이들도 있었지. 하지만 대다수는 아직까지 남아있단다. 왜 그렇겠느냐? "
" 아마도 이글루파의 환경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다른문파의 환경은 낮설지 않겠습니까? 불편하기도 할것이고... 더불어 독립문파를 세우는 것은 금전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투자가 필요할테고 말입니다..."
불여우는 눈을 감은채 대답했다.
" 그말도 어느정도는 일리가 있겠지. 하지만 대다수의 이글루파 고수들이 문파에 그대로 남은 이유는 그들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이글루파가 싸이교처럼 변해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이글루파를 위시해 모든 블로그 무공을 연마하는 문파들은 방주나 장문인의 것이 아니니라. 바로 그들 문파를 구성하고 있는 문도들과 제자들의 것이지. 이글루파의 문도들은 그것을 실천하고 있는 셈이니라. 더불어 이글루파의 문주와 4대호법등이 바보가 아닌이상 싸이교의 '작은창 무공'을 이글루파에 적용시키지는 않을것이다. 굳이 그럴필요도 없겠지만 말이다. "
" 네...? "
" 싸이교의 규모는 전무림의 블로그 무공을 연마하는 문파들을 합친것보다 교세가 넓은것 정도는 알것이다. 이들의
교세는 이미 바다건너까지 퍼지고 있지. 이런 그들에게 아무리 정예고수들만 모였다고 해도 몇 만명 정도의 문파에 자신들의 무공을 강요할 필요는 없다. 그럴 목적이엇다면
뻬빠질을 더 열심히 하는게 나았을것이다. 싸이교의 교세는 천하를 뒤덮고도 남음이 있으나 분명 한계에 봉착하게 될것이다. 사이교 이전에 무림을 휩쓸다시피 했지만 현재 이름만 남아있는
애학교가 좋은 본보기겠지. 아마도 싸이교는 향후 무림경영에 대한 대안으로 블로그 무림과의 접목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 합병은 향후 블로그 무림을 향한 싸이교의 시금석 정도로 보면 될것이다. 디딤돌 역할을 이글루파가 하게 되는 것일테고. 두고보려무나. 조만간 재미있는 일들이 시작될것이다. "
" ... 아... "
" 그렇다면... 싸이교는....! "
블도자가 무언가를 더 물어보려할때 인근에서 인기척이 났다. 블도자는 황급히 입을 다물고 주변을 살폈다. 자신이 앉아있는 곳에서 얼마 안되는 곳에 일남 일녀로 구성된 인물들이 걸어오고 있었다. 그들은 같은 일행인듯했다.
" 사형, 이번 강호출도는 조금 이른감이 있지 않습니까? "
" ... 글쎄다... 그래도 윗어른들께서 지시하는 것이니 별수 있느냐... "
" 아... 휴가가 코앞인데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 평소에도 자정이 가까워지는 시간까지 교내일을 보는데 이런 일까지 맡기다니요... "
" 개 '견(犬)'자를 붙이고 다니는 네가 그런말 하기는 아직 이르다. 하하하 "
" 뭡니까...사형까지... 그런말은 장로님한테 듣는것으로도 충분하다구요! "
두 사람은 같은 문파 출신인듯했다. 그들이 대화를 하며 블도자의 지척까지 당도했으나 그들은 블도자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도 그럴것이 현재 블도자는 현실세계에는 없는 존재나 마찬가지였다. 불여우의 기조절에 따라 블도자 역시 다른 세계에 한발을 들여놓은 상태이기때문이었다. 블도자는 이 일남일녀에게서 묘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갸웃했다.
' 이들의 블로그 링크가 느껴지지 않는다...? '
그랬다. 대부분 무림에 몸을 담은 이들은 서로서로간의 블로그의 링크를 느끼게 마련이었다. 이를통해 상대방의 방파와 무공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블로그무공을 연마하는 이들은 물론이고 싸이교나 디씨방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 두 사람에게는 그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 이들은 누군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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