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8월15일은 어느 유명 뮤지션의 사망일로 기억되고 있다. 16년 전 이날 한국계 러시아인 3세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러시아 록의 전설' 빅토르 최(빅떠르 쪼이)가 라트비아의 리가 지역에서 의문의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그토록 고대했던 할아버지의 나라, 한국에서의 첫 공연을 눈 앞에 둔 상황이라 당시 한국팬들의 안타까움은 더욱 컸다.
1990년 8월, 빅토르는 라트비아에 있는 자신의 다차(별장)에서 휴식을 취하며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고 있었다. 8월15일 레스느이 호수에서 새벽 6시까지 낚시를 했던 빅토르는 자신의 승용차 '마스크비치(모스크바 시민이란 의미) 2141'를 시속 130㎞ 이상의 속도로 몰며 숙소로 향했다.
오후 12시28분, 빅토르가 몰던 차가 슬로까따우시 35㎞ 지점을 통과하고 있을 때 맞은 편에서 60~70㎞의 속도로 한 대형 버스가 접근하고 있었다. 불행히도 빅토르는 이를 눈치채지 못했고 두 차량은 정면충돌했다.
빅토르의 차는 충돌 지점에서 18m나 튕겨져 나가 처참하게 찌그러진 채로 발견됐다. 빅토르는 핸들에 가슴을 박힌 채 절명했다. 빅토르가 사망한 지 4일 뒤인 1990년 8월19일 오전, 레닌그라드의 보거슬라브스끼 묘지에서 장례식이 거행됐다.
빅토르의 장례식 바로 다음날부터 뻬쩨르부르그에서는 자살률이 30% 이상 늘었다. 특히 빅토르의 음악에 열광했던 세대인 21세 이하 젊은이들의 자살률이 급격히 높아졌는데 실제로 5명이 빅토르의 죽음에 충격받아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를 기념하는 앨범이 현재까지 러시아에서 유통되고 있으며 이 앨범들은 항상 순위차트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인들이 엘비스 프레슬리를 추억하 듯 러시아인들은 빅토르 최를 떠올린다고 하면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러시아인들은 매년 8월15일을 빅토르의 기념 공연이 있는 날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러시아 바르눌시에서 빅토르를 추모하기 위한 기념콘서트가 열렸다. 바르눌시 출신의 유명 록그룹 10개 팀이 빅토르의 곡과 자신들의 히트곡을 부르는 형식으로 콘서트는 진행됐다. 빅토르를 기념하는 콘서트는 바르눌시 뿐만 아니라 모스크바·예까쩨린부르그·사라또프 등지에서도 벌어졌다.
수많은 열혈팬들과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이 빅토르의 이름을 부르며 콘서트에 동참했다. 아르바트 거리에 있는 빅토르 최의 벽(wall)에 적힌 '빅떠르 쪼이는 살아있다(Цой жив!)'라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었다.
끄루또이 [http://www.russiainf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