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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러시아의 성인용 가쉽거리를 쓰곤합니다. 러시아란 요리소재로 딱딱한 주제가 담긴 정찬을 너무 많이 먹으면 느끼함이 하늘을 찌르기에 말랑말랑한 길거리 불량식품처럼 달달하게(?) 접근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물론 자주 쓰는 편은 아닙니다. 우리나라도 아니고 러시아란 나라를 대상으로 한 보편적으로 재미있는 가쉽거리라는 것이 어디 흔하겠습니까. 이렇듯 제가 간혹 만들어낸 저질 컨텐츠들은 생각 외로 웹의 여러군데로 퍼저나가곤 합니다. 간혹 신문 지면에 실리기도 하구요.
여러번의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만 저는 제가 쓴 글에 대해서 큰 가치를 두지 않습니다. 고로 제글을 알게 가져가시면 감사할 따름이고, 모르게 가져가셔도 크게 신경 안쓰는 편입니다. 대부분의 분들은 명확히 출처를 남겨주시는 편입니다만 안그러신 분들도 계시긴 합니다. 제 평소 불펌에 대한 대응책을 예로 들자면 말없이 가지고 가셔서 추천을 유도하시는 분들이 계시면 얼른 그 사이트에 들어가 회원가입을 하고 로그인을 한 뒤 추천버튼 꾸욱 눌러서 인기글 만들어 놓고 깔깔대는 편입니다. '뭘 이런걸 다 퍼가시고 그러시나...'가 제 솔직한 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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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러시아 어느 여성 방송인에 대한 글을 썼더랬습니다. 주저리 주저리 해당 인물에 대해 썼지만 정작 말하고 싶었던 내용은 끝 단락의 7글자 였습니다. 소위 '섹스 비디오 유출'이란 것이었습니다. 스포츠 신문에서 익히 보셨던 글자들일겁니다. 단지 우리나라가 아니었을 뿐이지요. 실제로 7월 30일 오전에 인터넷에 기사가 올라갔고, 7월 31일자 어느 신문 지면에 실리기도 했습니다. 물론 해당 신문사의 담당자분이 게재 요청을 해오셨고 제가 동의한 이후의 일입니다. 31일에는 포탈들 실시간 검색어에도 올라가 있더군요. 민망한 주제와 일간지의 파급력이 합쳐지면 이런 위력이 나오더군요.
그런데요. 7월 31일 오전에 출근하면서 어느 중앙 신문사를 모사로 한 무가지를 집어들었더니 1면 상단 헤드라인에 '러섹스비디오 파문'이라고 떡하니 걸려있더군요. 본 기사는 3면에 실려있었는데, 몇 번을 읽어봐도 제가 쓴 내용 중에 쓸데없는 부분을 빼버리고 깔끔하게 편집해서 뽑아 놓으셨더군요. 게다가 러시아 웹에서 퍼와서 붙인 사진도 똑같이 사용하셨더군요. 하단에는 버젓이 어느 기자분 성함이 걸려있구요. 솔직히 별로 기분 나쁘진 않았어요. 이젠 내가 기자도 낚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좀 낄낄대긴 했습니다만. 기자분도 운이 없으셨어요. 6가지가 넘는 무가지 중에서 하필이면 그 무가지가 그날 아침 제 손에 걸렸으니깐요. 해당 무가지의 홈페이지에도 해당 기사가 올라와 있더군요. 단지 포탈에 퍼트리지만 않은듯 합니다.
먼저 제가 지면에 싣는것을 동의한 신문 팀장님이랑 통화를 했습니다. 혹여 이 스포츠 신문 쪽과 이 무가지가 업무협조가 되어 있다던지 팀장님이 알고 계시는 사항이라면 그냥 덮을려고 했습니다(물론 아무리 조잡한 글이라지만 원 저작권은 저에게 있기 때문에 저에게 알리지 않고 신문사들끼리 마음대로 하면 안되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런데 그 팀장님께서도 모르시고 계시더군요. 그럼 이건 뻔한거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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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별 쓰잘데기 없는, 낚시성 다분한 가쉽거리 끄적인 것을 가지고 '왜 내껄 배끼셨슴까?' 라고 말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단지 해당 기자분이 아무런 사전 동의없이 지면과 인터넷 판에 버젓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글을 올리신 것이 그리 정당한 일이 아니라는것을 확인시켜 드려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냥 넘어갈까 생각을 해봤습니다만 이건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상황 같아서요. 3줄 안팎의 이메일 한 통, 혹은 덧글 한줄 정도만 저에게 남기셨으면 충분히 납득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시진 않으셨죠. 잘못하신거 맞습니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고 엄연히 저작권이 숨을 쉬는 나라입니다. 그리고 기자생활을 하셨다면 보도윤리강령 정도는 공부하셨을 겁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왜 말없이 표절하셨어요?'가 주된 내용이 아닙니다. '잘못하셨으니, 다신 그러지 마세요!'가 제 주장이고, 그에 상응하는 양심적인 답변이 제가 원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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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제 글을 지면에 실어주셨던 신문사의 팀장님과 상의를 해보았고 팀장님께서는 해당 기자와 연락해보신다고 하시더군요. 신문사 법무팀에도 해당사항 문의해 놓으셨다고 합니다. 물론 원칙적으로는 제가 직접 해당 기자에게 따져 물어야 하는 상황이고 그게 맞습니다. 해당 신문사는 단지 제글을 지면에 실었다는 것외에는 이일과 무관한 일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일 사방에 널리 알리고 싶은 생각 별로 없습니다. 아무래도 동종 업종에 계시는 분들이시니 좋은말로 결과 도출해 내시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기다려볼 생각입니다. 실수는 누구나 하는 거니깐요. 저도 어느분이 쓰신 멋진 글 하나 스크랩해 놓고 블로그를 이사하면서 실수로 공개글로 해놓아서 해당글을 쓰신분한테 항의 받은적 있었습니다. 엄청 쪽팔리더군요.
저는 해당 기자분께서 '실수였다. 다시는 이런일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하겠다'정도의 메세지 정도만 받으면 이번일 마무리 할 생각입니다. 저는 당연히 기자분께서 그러실거라 생각하기에 아무런 자료(해당 기사 지면 스크랩, 인터넷판 캡쳐화면, 신문사명, 기자명)도 올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자분께서 그럴 생각 없으시다면 '휴가기간 + 첫 아이 돌잔치 + 회사일'이 넘쳐 흐르는 상황이지만 공론화 시키고 법적으로도 접근해 보겠습니다. 저 생각보다 무서운 사람입니다. 어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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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라는 것을 시작한지 이제 5년째입니다. 제 블로그는 대중의 관심권에서 벗어나 있는 어느 특정한 나라의 정보를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제가 블로그를 하는 이유 중에 제일 중요한것은 '스스로의 재미'입니다만 부수적으로 러시아라는 나라가 우리나라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게 하는 것입니다. 별볼일 없는 글이지만 차라리 많은분이 퍼가셔서 웹에 퍼지는게 비좁은 제 블로그에서 접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그 대상이 언론 매체라면 어느정도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주시는게 어떨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