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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러시아에서는

안현수 러시아 국적획득, 제2의 빅토르 최를 꿈꾼다!


28일(현지시간) 안현수가 공식적으로 러시아 국적을 획득했다.

러시아빙상연맹 회장 알렉세이 크라브초프(Алексей Кравцов)의 성명문 형식으로 연맹 홈페이지에 게재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안현수의 러시아 국적을 인정하는 서류에 드리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서명했다고 밝혔다. 

안현수는 본인의 러시아 이름을 ‘빅토르(빅떠르)’로 결정했다고 한다. 이는 고려인3세로 러시아 음악사에 한페이지를 장식한 전설 ‘빅토르 최’와 연관이 있다.
 

빙상연맹 홈페이지에 게제된 안현수의 개명과 관련된 인터뷰 내용을 보면 빅토르라는 이름은 크라브초프 러시아빙상연맹 회장과 아버지 안기원씨 등과 논의를 한 끝에 결정한 이름이라고 한다.

이 이름을 선택한 첫번째 이유는 빅토르라는 이름이 '빅토리(승리)'라는 발음과 유사해 자신에게 행운을 가져다 줄거라 여겼다는 것과 둘째로 한국과 러시아에서 유명한 한국계 록가수인 빅토르 최 처럼 러시아에서 성공하고 싶다는 바램을 담았다고 한다. 세번째로는 러시아인들에게 쉽고 친근하게 기억되는 이름이라 선택했다고 한다. 


안현수가 개명을 선택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안현수 본인이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현수'라는 한국 이름이 러시아인들이 발음하기 어려운것도 있겠고 승리를 가져다주는 행운의 이름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안현수처럼 이미 널리 알려진 유명인의 경우 굳이 이름을 바꿀 필요가 없는 러시아 문화를 감안하면 그 이면에 안현수 본인의 또다른 결심도 내포되어 있는것으로 보인다.

사견을 전제로 이야기 하자면, 안현수의 개명은 미련의 끈을 끊은것으로 보인다. 안현수는 한국에서 극과극의 영광과 좌절을 맛봤다고 할 수 있다. 안현수는 올림픽에서만 3개의 금메달과 1개의 동메달을 획득한 쇼트트랙 종목의 세계적인 선수였다. 최근 몇 해를 제외하면 한국 동계올림픽 선수단의 에이스로 불리웠다. 하지만 한국빙상연맹과의 갈등과 무릅부상, 소속팀의 해체 등이 이어지며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한국에서 운동을 접을 위기에 처했었다. 여느 선수같으면 운동을 접고 다른 진로를 모색했을법도 하지만 안현수는 선수로써 본인의 가치가 여전하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했고, 러시아빙상연맹은 이러한 안현수에게 러브콜을 보낸것이다.

이렇듯 영광은 멀고 좌절이 가까운 상황에서 안현수의 개명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본인이 원하던 기회를 준 약속의 땅 러시아에 
녹아들기 위한 노력이자 제 2의 빅토르 최를 꿈꾸며 매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러시아 빙상연맹 및 스포츠 관련 관계자들은 안현수에 대한 기대가 크다. 안현수는 이미 메달로 검증된 선수이고 소치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해에 만28세가 되는 젊은 선수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그간 쇼트트랙 종목에서는 두드러지는 성과가 없었던 러시아 입장에서 틈새 종목에서 귀중한 메달을 선물할 수 있는 선수임과 동시에 자국 유망주들에게 쇼트트랙 노하우를 전수해줄 수 있는 베테랑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러시아빙상연맹은 자국에서 열리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일정수준이 이상의 성적을 거둬야만하는 지상과제가 떨어진 상황이다. 
 
안현수의 귀화를 매국으로 폄하할 생각은 없다. 다만 아직까지 붉은색에 영문으로 RUSSIA 글자가 적힌 트리코(쇼트트랙 경기복)를 입은 안현수는 낮설다. 태극기가 선명한 파란색 혹은 검은색 트리코의 안현수에 익숙해져있기 때문이다. 

안현수의 인터뷰 말미 멘트가 인상에 남는다. 


'이제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안현수는 내년 1월 체코에서 열리는 유럽 챔피언십에서 러시아 국가대표로 데뷔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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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수의 러시아 국적취득과 관련해 러시아 유수의 언론사들이 이를 제법 비중있게 보도했다. 기사들의 포인트는 안현수의 국적취득보다는 개명부분에 집중되는 듯하다.




러시아에서 안현수와 같은 스포츠 귀화 사례는 그간 몇 차례 있어왔다. 


농구에서 한 건(2003년 미국 농구선수 존 로버트 홀든 - 2007년 유럽 선수권 대회 우승의 주역), 동계 올림픽 종목인 피겨부문에서 두 건(2008년 일본인 유코 가와구치 - 2010년 유럽 챔피언쉽 페어부문 금메달, 우크라이나 출신 피겨선수 따찌야나 발라사좌르(타티아나 볼로소쟈르) - 2011 세계선수권대회 페어부문 은메달)이 있었다. 

선행된 스포츠 귀화사례는 그간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