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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살아가며

왕후(王侯)의 밥, 걸인(乞人)의 찬



인사동에서 밥을 먹을일이 있을때, 제일먼저 생각나는 곳이있다. 된장찌게 비빔밥이 입맛을 돋구어주는 곳....오늘 연인과 함께 한 그곳에서 어울리지 않게 문뜩 김소운님의 수필이  떠올랐다.

그들은 가난한 신혼 부부(新婚夫婦)였다.
보통의 경우라면, 남편이 직장으로 나가고
아내는 집에서 살림을 하겠지만, 그들은 반대였다.

남편은 실직(失職)으로 집안에 있고,
아내는 집에서 가까운 어느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 쌀이 떨어져서 아내는 아침을 굶고 출근을 했다.

"어떻게든지 변통을 해서 점심을 지어 놓을테니
그 때까지지만 참으오."
출근하는 아내에게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마침내 점심 시간이 되어서 아내가 집에 돌아와 보니,
남편은 보이지 않고, 방 안에는 신문지로 덮인 밥상이 놓여 있었다.

아내는 조용히 신문지를 걷었다.
따뜻한 밥 한 그릇과 간장 한 종지.......
쌀은 어떻게 구했지만, 찬까지는 마련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아내는 수저를 들려고 하다가 문득상 위에 놓인 쪽지를 보았다.

"왕후(王侯)의 밥, 걸인(乞人)의 찬.......
이걸로 우선 시장기만 속여두오."

낯익은 남편의 글씨였다. 순간, 아내는 눈물이 핑 돌았다.
왕후가 된 것보다도 행복했다.
만금(萬金)을 주고도 살 수 없는 행복감에 가슴이 부풀었다.

- 김소운(金素雲) 수필<가난한 날의 행복(幸福)>中 -


그러나 오늘 나와 연인이 함께한 것은 왕후(王侯)의 밥과 왕후(王侯)의 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