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ONLINE & OFFLINE STORY

어느 블로거의 블로깅-1

어느 블로거가 이런 저런 포스트를 검색하고 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오호... 이 포스트는 쓸만한걸... 내 스타일이야.... '

그는  주르륵 마우스를 드래그 하고 그 포스트를 복사했다.  그리고 자신이 개설한 블로그에 그대로 붙여넣었다. 자신에 예전에 개설했던 블로그 서비스 중에는 편리하게 포스트를 스크랩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 것도 몇 군데 있었으나 이번에 개설한 블로그는 그런 기능이 없는 것이 아쉬웠다. 하지만 요즘엔 스크랩을 해오면 카피해온 블로그에 근거가 남기에 차라리 다행인점도 있었다. 요즘 블로그 서비스의 기능 중에는 복사방지 플러그인이 있어 드래그나 마우스 오른쪽 클릭을 막아놓은 곳이 많지만 그런것쯤은 인터넷 초보들이나 막을 수 있을뿐 자신과 같은 고수급 네티즌은 막을 수 없었다.  

이번에 카피해온 포스트는 딱히 맞는 카테고리가 없었다.

'뭐... 카테고리 만드는게 어렵나... 하나 더 만들면 되지....'

그는 적당한 카테고리를 만들고,  조금전에 복사한 포스트를 편집기에 붙여넣었다.  이쁘장한 템플릿으로 단장된 자신의 블로그에 조금전에 복사한 포스트를 넣고, 글씨 크기를 10포인트로 맞추고  글씨체를  자신이 좋아하는 굴림체로 맞춰넣었다.

'앗차차...'

제목을 똑같이 넣는 것은 위험하다.  자신이 복사해온 포스트를 쓴 사람 중에 간혹 유명하거나 인기있는 블로거가 있을 수가 있다. 그럴 경우   구글이 긁어간 포스트가 어떤 네티즌의 눈에 띄어 신고가 들어갈지 모르는일이다.

' 제길...구글은 이래서 싫다니깐...'

그는 조금전에 올렸던 글의 수정 버튼을 눌렀다.  제목을 조금 틀리게 바꾼후 다시 글을 올렸다.  조금 후면 멋도 모르는 순진한 초보 블로거들이 들어와서 덧글을 달 것이다.  그들은 메타 블로그 사이트인 블로그 코리아나  올블로그 등의 의미나 존재조차 모르니 자신의 포스트가 복사해온 것인지 알리 없다.

그렇다고 그가 멍청한 이는 아니었다. 간혹 너무 유명하다 싶은 블로거의 글을 복사해 올때는 포스트의 위나 아래쯤에 8포인트짜리 '원문출처'라고 한줄 적은 뒤 해당 블로거의 이름만  붙여놓는 안전장치를 한다.  하지만 결코 링크는 걸지 않는다.  해당 블로거가 '리퍼러' 를 따라 들어오면 낭패일 확률이 높다.  리퍼러를 따라 들어올줄 아는 블로거들은 일정기간 이상 블로깅을 했을테니 자신이 퍼온 포스트의 원주인을 알 확률이 높은 것이다.  그래서 그는 블로그에  '핑백' 기능이 있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었다. 다행히 현재까지 핑백 기능을 구현하고 있는 블로그 서비스는 없었다. 그에게 있어 이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는 나날이 늘어나는 자신의 블로그의 방문자 수와 덧글 수에 흐뭇했다.  좋은 글을 알아보는 자신의 눈이 자랑스러웠다. 그는 자신이 복사해온 글들이 이제는 자신이 쓴것처럼 느껴졌다. 처음에는 자신이 쓴 글이 아닐 경우에는 답글을 자제해 왔으나 이제는 자신이 쓴 포스트 처럼 느껴져 답글을 다는 것도 자연스러웠다.

방문자수를 일정숫자 이상 늘리려면 하루에 대여섯개의 포스팅을 해야한다.  조금 더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오늘은 일상이야기를 쓰는 블로그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그는 그점이 매우 못마땅했다. 

'쯧쯧...이런걸 글이라고 올리는 거야...? 조금 전문적인 내용을 올려보라구 !!!'

그는 메타 사이트의 TOP에 오른 글들을 복사해 오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는다. 그런 글들은 자신이 아닌 다른 블로거가 복사해 와서 포스팅을 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가 찾는 것은 그리 알려져 있지는 않으나 내용이 충실한 글들이었다. 그런 블로거들은 의외로 많기에 그는 그리 걱정하지 않았다. 간혹 자신이 모를 수도 있기에 검색 엔진과 메타사이트의 검색 기능등을 통해 해당 블로거가 다른 블로거들 사이에  어느정도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럴 때는 구글이 쓸만하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내용은 쓸만하지만 블로깅이 활발하지 않은 어느 블로거의 글을 찾아냈다.

'그래...바로 이거거던...후후....'

그는 다시 그 포스트를 복사해와 자신의 블로그에 붙이고, 적당한 제목을 입힌뒤 글을 올렸다.  그 사이 몇개의 덧글이 달린것이 눈에 띄었다. 그는 만면에 미소를 지은뒤 자신을 칭송하는 덧글들을 음미하며 적당히(그러나 최대한 간략히) 답글을 달았다. 그리고 방문자 수를 확인했다. 자신의 일일 평균 방문자수를 이미 훌쩍 넘어가 있었다. 그는 기분이 좋았다.

'오늘 한번...기록을 세워볼까? '

그는 다시 마우스를 쥐어들고 이런 저런 포스트를 클릭하기 시작했다.

그는 블로깅을 하는것이 행복했다.

2008/10/21 - [블로그 혹은 웹문화] - 어느 블로거의 블로깅-1
2008/10/21 - [블로그 혹은 웹문화] - 어느 블로거의 블로깅-2
2008/10/21 - [블로그 혹은 웹문화] - 어느 블로거의 블로깅-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