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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살아가며

폭풍이 몰려오는 토요일, 잠실다방에 가다!

주말에 오랜만에 외출을 했습니다. 고등학교 동창이 부업으로 커피전문점을 오픈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겸사겸사 친구도 만날겸 준비하는 일의 아이템도 구체화 시킬겸 잠실로 향했는데요. 가게 명칭은 딱히 듣지 못했고, 친구에게 대략의 가게 위치만을 듣고 부근에 가면 다시 전화하기로 했는데요. 막상 부근에 가보니 딱 눈에 들어오는 상호가 보이더군요.


설마설마 했지만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물어보니 역시나 이 가게가 맛더군요.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이 스타벅스를 '별다방'이란 애칭으로 커피빈을 '콩다방'이란 별칭으로 부르는 경우는 있습니다만, 일반 커피전문점 중에 상호를 '다방'으로 하는 경우는 그리 흔한 경우는 아닌데요. 인근 4거리 대로변에 '다방'의 상호를 단 친구의 가게는 꽤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잠실다방'이라...친구의 네이밍 센스가 그리 바닥수준은 아니라는 감상이었습니다.

80년대 말 고등학생 시절부터 20여년 넘게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이 친구는 꽤 부지런한 사람입니다. 고교시절 학교-집-도서관 생활에 매우 충실했고, 방 안에 샌드백을 걸어놓을 정도로 운동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3형제 중 맏이에 부산 사내답게 말수는 많지 않았지만 솔직담백한 성격으로 주변 교우관계 또한 원만했지요. 그렇다고 '범생 스타일'은 아닌것이 제게 고스톱의 기본원리를 제대로 가르쳐준 것이 또 이친구요. 성인영상과 노란책(?)의 첫 길을 열어준 것 또한 이 친구입니다. 더불어 이성교제 또한 제법 활발하게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후 명문대에 진학했고 군복무를 마친 뒤에는 미국 유학을 다녀오고, 대학교 졸업후에는 대기업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현재는 어느 대기업의 파이넨스 부문 부장직함을 달고있습니다. 친구는 이런저런의미로 부지런하게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온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각설하고.

친구가 이번에 가게를 오픈하게 된 것은 수익만을 목표로한 부업은 아니라고 합니다. 커피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이 1차적이라고 하는데요. 그렇다고 수익부문을 전혀 생각 안하는 것도 아니라고 하네요. 단지 당장이 아닌 2~3년 뒤를 보고 길게 가려한답니다. 

그렇기에 차근차근 자신의 가게 인지도를 높이려 준비중이라고 합니다. 하향 평준화 되어있는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과 경쟁을 할 수 있는 것은 커피의 품질, 즉 맛이라고 하는데요. 본인의 가게에서 사용하는 수입 원두와 핸드드립 방식을 설명하는 친구의 말을 들어보니 꽤나 자부심이 있어보였습니다. 

물론 이 친구가 커피에 대한 지식이 제법 있다지만 이 분야에 대한 개인적인 한계가 분명히 있는지라 전문 바리스타를 메니저로 고용해 평일을 책임지게 하고 친구는 출 퇴근길에 매장에 들르고 주말에는 전일 가게를 지키는 형태로 업무분장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역시나 부지런한 친구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가게 내부는 그리 넓은편은 아닙니다.

기본적인 매장 내 셋팅은 입구에서 바라볼때 좌측에 1kg짜리 로스팅 기계와 우측에 각기다른 색깔의 탁자와 의자 3개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카운터 쪽과 도로 창가쪽으로 바(bar)에서 볼 수 있는 1인용 입식의자가 세 개씩 있는것이 전부였습니다. 대규모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을 즐겨 찾는 분들에게는 협소해 보일 수도 있는데요. 생각보다 그런느낌은 주지 않았습니다. 가게 내부에 손님이 앉을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무리하게 좌석배치를 하지 않은것이 주 요인으로 보입니다. 

더불어 커피를 만드는 주방의 공간이 가게 크기에 비해 상당히 넓었는데요. 앞서말했듯이 좋아하는 일을 즐긴다는 친구의 마인드에서 나온 것입니다. 탁자를 더 놓는대신 본인을 포함한 근무자들의 일하는 공간을 조금 더 확보해 업무상으로도 쾌적성을 꾀했다고 합니다. 


가게 내부에서 바라본 외부 풍경. 비가 제법 내리는 날씨였고 바로 앞에 공사현장(향군타워, 구 향군회관 자리)가 건설되고 있는지는지라 다소 을씨년스러워 보이긴 합니다.  


커피볶는 기계. 1kg짜리라고 하는데요. 친구는 나중에 가게가 조금 더 넓어지게 되면 30kg짜리 기계를사서 하루종일 커피를 볶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고 하더군요.



주방 카운터 쪽에 다양한 종류의 커피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아프리카 이디오피아산 예가체프와 브라질 옐로우 부르봉, 콜롬비아 수프리모, 코스타리카 타라주 등이 있습니다.


이날 친구의 추천으로 예가체프를 한 잔 먹어봤는데요. 커피가 식어도 맛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 계기가 되었습니다.


평일 매장을 책임지고 있는 전문 바리스타인 가게 마스터의 자격증. 본인의 동의를 얻지않아 이름부분은 모자이크 처리.


친구가 커피를 우려내기 위해 준비중입니다. 본인은 실력이 일천해서 제대로 못한다고 쑥쓰러워 합니다만 정성을 기울여 준비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핸드드립한 예가체프.

이날 이 곳에서 두 잔의 커피를 마셨는데요. 처음에 조금 더웠던지라 일반적인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선택했고 두번째로 예카체프를 마셨습니다. 역시나 후자쪽이 마음에 들었는데요. 앞서말했듯이 커피가 식어도 맛있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정말 맛있는 커피는 쓰다기 보다는 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친구가 열심히 커피를 만드는 모습입니다. 이날 가게에서 이야기를 하다보니 6시 조금 안되서 갔는데 나올때는 거의 10시가 다 되었더군요.


친구의 매장에 대한 인식이 투영된 또 한가지 아이템. 벽에 걸린 그림 두 점입니다. 소품처럼 걸려있지만 제법 유명한 화가의 그림을 구입해와 걸었다고 합니다. 손님들에게 보여주기도 하지만 본인이 행복에 더욱 근접한 배치라고 하네요.


매장은 전체적으로 빈티지한 느낌이었습니다. 집에와 가게이름으로 검색을 해보니 가게 시공사에서 공사 자료를 찾을 수 있었는데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천정 석고마감 투퍼티,올퍼티후 조색(회색계) 수성 로라2회 도장
2. 벽체 - 콘플로어 마감(조색) 2회
3. 바닥 - 셀프레벨링(헨켈) 5mm 타설 후 콘크리트스테인 착색후 에폭시 코팅
4. 가구 - 안쪽 합판 스테인 초코릿색으로 마감
5. 출입구 갈바 - 녹막이 사비(프라이마)후 조색 도장(에나멜)



주방 쪽에서 바라본 풍경. 개인적으로 커피매장에 대한 지식은 일천합니다만, 있을건 다 있다는 느낌이 주더군요.


소품이자 실제 사용이 가능해보이는 다이얼식 빨간색 전화기.


주방 우측 선반에 가지런히 놓은 커피잔과 젚시들.


커피콩 무게를 재는 저울입니다.


가게 인테리어와 다녀간 손님들이 찍힌 폴라로이드 사진들.



친구가 추천하는 커피 안내문구. 핸드드립을 통해 커피에서 과일향과 커피향, 꽃향, 단맛을 낸다고 하네요.



기타 메뉴판. 종류가 많더군요.


이날 고등학교 동창과의 만남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을듯 합니다. 

일단 친구녀석의 커피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더불어 부업을 단순히 수익수단으로 생각하지 않고 본인 인생의 또다른 즐거움으로 인식한다는 것 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친구녀석과 대화를 나누면서 개인적으로 커피에 대한 지식의 저변이 다소 넓어지게 되었는데요. 친구녀석의 열정에 감화되었는지 커피드릅에 대한 관심이 좀 높아지게 되었습니다. 인근 프렌차이즈 커피전문점들에서 로스팅 체험이나 핸드드립 강좌같은걸 하는걸 종종 봤는데요. 평소에는 남의일(?)이었던 지라 그냥 지나쳤지만 이번 주말 경험을 계기로 한번 배워볼까라는 생각까지 강하게 드는 중입니다. 

참고로 잠실다방을 찾으실 일이 계시다면 평일에 가시길 추천할께요. 주말에는 시커먼 친구녀석이 가게를 지키는데요. 손님입장에서 보니 그리 아름다워보이진 않더군요. 평일에 가시면 젊고 아리따우신 바리스타 매니저님이 상주하신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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