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도 프랑스와 영국에 이어 한류 열기가 솔솔 번지는 중입니다. 그 범위가 광범위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확실히 그 실체가 나타나는 중인데요. 역시나 그 중심은 K-pop이라 불리우는 우리나라 대중음악입니다.
이제 시작이라 할 수 있는 러시아 내 한류의 시발점은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직접적인 관심이라거나 프랑스 사례와 같은 기획사의 전략적인 접근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간접적인 유통경로에서 파생된 것이라 할 수 있는데요. 결론적으로 말해 일본문화에 대한 오래된 관심이 한국 대중문화로까지 범위가 넓어진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 젊은이들의 일본문화에 대한 관심은 예전에 말씀드린적이 있었는데요. 망가나 제패니메이션을 중심으로 한 러시아 젊은이들의 일본문화에 대한 관심은 대중음악, 예능에 까지 그 범위가 상당히 넓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K-pop이 일본 방송에 자주 등장하고, 인기를 끌자 자연스레 관심이 확산된 케이스입니다.
정리하자면 K-pop이라는 국산 문화상품이 일본이 그간 갈고 닦은 문화유통시장(허브)을 거쳐 러시아에 까지 전파된 것입니다. 거기에 최근 프랑스와 영국에서의 한류바람이 윤활유 역할을 했지요.
러시아 내 k-pop의 중심은 SM의 유럽, 일본 전략 상품 아이돌인 샤이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어 학교(원광 한글학교)를 다니는 소녀들이 중심이 되어 구성된 이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샤이니 인 러시아, 모스크바'의 회원수는 2051명(7월 3일 현재)입니다. 몇 십 만이 넘는 국내 팬카페에 비교하는 것은 무리지만 과거 한류, 한국대중문화와 접점을 찾기 힘들었던 러시아임을 생각하면 꽤나 규모가 있는 모임입니다.
러시아 온라인에 이들보다 많은 회원수를 자랑하는 커뮤니티도 있지만 이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오프라인에서 적극적인 한류 홍보를 한다는데 있는데요. 이들중 40여명은 지난 6월 12일, 모스크바에서 열렸던 '한민족 민속 큰잔치'에서 샤이니 노래에 맞춰 공연(아래 영상 참조)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잘했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뮤직비디오만을 보고 준비한 것에 비하면 꽤나 정성이 들어간 공연이었는데요.
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K-pop 가수는 역시나 샤이니지만 게중에는 동방신기나 빅뱅, 블락B 등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한류 스타들이 프랑스와 영국에 이어 러시아서에도 공연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특정 국가의 문화에 대한 관심은 어학에 까지 확장되는 법입니다. 더불어 외국어를 공부하게되면 해당 국가의 문화에 옳바른 접근이 됩니다. '샤이니 인 러시아, 모스크바' 의 주활동 멤버들이 이 경우인데요.
그간 일본 대중문화의 한 지류로 K-pop을 인식했던 그녀들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면서 K-pop과 한국문화에 보다 심도있는 접근을 하는 가운데 최근 유럽쪽에 이슈를 만들고 있는 한류 열기가 그녀들에게 윤활유를 제대로 뿌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지난 6월 12일 모스크바에서 열렸던 '한민족 민속 큰잔치'에서 샤이니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샤이니 인 러시아, 모스크바' 팬들.
또 다른 K-pop 열기의 사례로 국내에서는 그다지 인지도가 높다고 할 수 없는 조PD가 프로듀싱한 아이돌 그룹 블락B의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이들은 얼마전 데뷔해 국내와 일본 양국에서 활동을 시작하고 있는데요. 일본방송을 통해 이들을 접한 러시아의 열성 소녀팬들이 별도로 팬사이트를 열고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케이스입니다.
이들의 팬사이트 가입자는 1318명(7월 3일 현재). 대세라 불리우는 샤이니에 비해서는 절반 수준이지만 결성된지 얼마 안되는 그룹이며 이번 유럽의 한류 콘서트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꽤나 인기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블락B 팬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 입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이 러시아 팬들 덕분에 블락B라는 그룹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블락B의 팬들이 만든 응원 영상. 한국어와 영어, 러시아를 섞어 블락B를 응원하고 있다. 이들의 바램 역시 러시아에서 블락B를 만나는 것이다.
그간 국가차원의 지원하에 대장금 등의 국산 드라마를 수출(?)해 러시아 지역 방송국에서 방영하는 등의 케이스는 간간히 있었으나 여러 나라에서 약발이 먹히던 한국 드라마들이 러시아인들의 입맛에는 그다지 맞지 않았습니다. 드라마의 주 소비계층인 중년이상 여성들은 아르헨티나나 브라질 드라마 쪽이 보다 더 선호하는 추세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번지수를 제대로 찾은 모양새입니다. K-pop의 경우 젊은층 그것도 젊은 여성층에 국한되고 있습니다만, 그네들에게 제대로 어필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내에서의 한류는 크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냉정하게 말해 찻잔 속의 태풍정도로 보면 딱 맞을 텐데요. 하지만 점차 그 규모는 넓어지는 추세입니다. 더불어 상업적인 이해득실을 떠나 한국이라는 국가가 어디에 있는지 조차 생소한 러시아인들에게 한국을 알리고 있는 것만은 확실해보입니다. 더불어 향후 양국간 문화교류의 중요한 형태로 자리잡으리라 예상됩니다.
러시아에 가시는 분들 중에 한국 기념품 가져가시는 분들 꽤 되실겁니다. 대체적으로 우리 전통문화와 관련된 기념품들을 챙기시는데요. 게중에 러시아 젊은이들을 만나야 할 일이 있으신 분이라면 샤이니의 CD 몇 장을 챙겨가시는 것도 좋을듯 싶습니다. 현재 젊은이들에게 꽤 괜찮은 선물이 될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