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BB 프로젝트'라는 명칭으로 모스크바 시내에 이색적인 포스터가 붙었다는 소식을 전해드린적이 있었습니다.
요약하자면, 모스크바 버스 정류장과 시내 게시판을 중심으로 게시된 온라인 전략게임 광고 포스터가 화제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포스터가 이슈가 된 것은 모델로 푸틴 총리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카지노 로얄 원본 포스터에 다니엘 크레이그가 아닌 푸틴의 얼굴이 합성되어 게시된 사례입니다.
이는 내년 3월 러시아 대통령 선거를 앞둔 푸틴 대통령 지지자들의 이슈만들기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대부분이었는데요. 푸틴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이외에도 여대생이 옷을 찟는 퍼포먼스, 푸틴을 위해 국산차 세차 퍼포먼스, 푸틴을 영웅으로 등장시킨 만화(수퍼푸틴)등이 러시아 국내 뿐만아니라 해외에서도 화제가 되었습니다.
푸틴 총리의 가장 강력한 대선 경쟁자인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지지자들 역시 손놓고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푸틴총리 지지자들의 기민함과 이슈만들기 능력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그간의 평가였는데요.
하지만, 어제 메드베데프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한 제법 강력한 한 방이 나왔습니다.
바로 이달 28일 전세계 동시개봉 예정인 헐리웃 블록버스터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져(국내 개봉명 '퍼스트 어벤져')' 광고 포스터의 주인공을 메드베데프 대통령 얼굴로 변환시킨 포스터들이 모스크바 시내 버스정류장 곳곳에 게시된 것입니다.
포스터 구성이 꽤 재미있습니다.
일단 기본적인 컨셉은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져'의 형식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거기에 얼굴을 영화 주인공이 아닌 메드베데프 대통령 얼굴로 교체했는데요. 푸틴 대통령의 'BB프로젝트' 포스터가 다분히 합성티가 났던것에 비해 이 포스터는 전문가의 손길인듯 제법 퀄리티가 높습니다. 거기에 캡틴 아메리카가 방패를 들고 있는 것에 비해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아이패드2를 양손에 잡고 있습니다. 이는 역대 러시아 권력자중 가장 젊은 대통령이자 얼리 아답터로 정평이 난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애용품 아이패드를 나타낸 것입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영화 카피입니다. 포스터에 영화 원제목인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저'를 변형시켜 '캡틴 러시아, 최고 권력자(대통령을 의미)'란 카피가 세겨져 있습니다. 꽤 재밌죠?
일단 곧 개봉할 최신 헐리웃 기대작을 시의 적절하게 활용했고 거기에 러시아 국민들에게 친숙한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젊은 이미지를 접목해 홍보효과를 노린 방식입니다. 정치적 의도를 떠나 일단 참신하다는 소견입니다.
러시아 언론사들의 보도에 의하면 러시아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져' 수입사는 이 포스터와 무관하다고 발표를 한 상황입니다. 허가없이 영화 포스터를 도용한 것에 대한 법적인 제재 수단 역시 강구할 계획이 없다고 합니다. 기실 영화사 입장에서는 이번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포스터 게재가 이슈가 된 것이 영화 홍보에 도움이 되기에 딱히 아쉬울것도 없는 상황입니다. 더불어 레임덕이 코앞이라고 하지만 재선될지도 모르는 현역 대통령 측일지도 모르는 인물들에게 죄를 묻기도 애매한 상황일 것입니다.
이 포스터를 게재한 인물(언론에 익명을 요구, 화가로 소개됨)은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포스터 게재 이유는 정치적 의도와는 상관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인물이 포스터 게재를 한 이유는 단지 '재미있는 농담' '패러디'차원이었다고 합니다.
이 인물이 개설한 사이트를 들어가보면 푸틴과 오바마, 메드베데프, 얼마전 메드베데프 쪽에 투신한 러시아 최대 재벌 미하일 프로호로프 등 여러 정치인들을 모티브로한 그림들이 상당수 보입니다. 더불어 그 취향이 메드베데프 대통령쪽으로 치우친듯한 인상이 미세하게나마 보입니다.
일단 포스터를 게재한 익명 화가의 의도가 정치적이든 혹은 개인의 이름 알리기던 간에 어쨓든 이슈 만들기에는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포스터 게재후 각 언론사들이 이 포스터 게재에 대해 앞다투어 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오늘 내일 중에 전세계로 관련 소식이 타전되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참고로 러시아 정부 대변인은 이번 이슈에 대해 논평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 상황입니다.
현재 러시아 대권의 유력 후보인 푸틴 총리와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대리 선거전이 점차 잦아지는 모습인데요. 정치적 의도가 있던 그렇지 않던간에 이러한 현상은 선거 당일까지 계속 이어질듯 합니다.
참고로, 위에 익명을 요구한 화가의 기행은 몇 달 전에도 있었습니다. 지난 5월경 모스크바 시내에 푸틴 총리와 메드베데프 대통령 얼굴을 담은 포스터를 무단 게재해 어느정도 화제를 모았던 인물입니다. 아래 포스터가 그것인데요. 모스크바 중앙백화점(명품 백화점) '쭘(ЦУМ)'의 봄, 여름 신상품 광고 포스터에 푸틴 총리와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얼굴을 그려넣어 제작된 것입니다. 상당수 모스크바 시민들은 이 광고를 실제 광고로 여겼더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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