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성소수자들의 위상은 그리 높지 않다는 이야기는 게이 퍼레이드 전후로 몇 번 말씀드린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차원의 공식적인 제재수단은 없습니다. 지역 정부들마다 인식의 온도차는 존재합니다만.
대체로 젊은층에서는 성소수자들에 대해 뚜렷한 호불호는 있을지언정 그렇다고 대놓고 손가락질을 하지는 않습니다. 중년이상 노년층에서도 이들이 못마땅한 이들이 상당수겠지만 젊잖은 체면에 딱히 과격한 표현을 하지는 않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말을 하더라도 반대한다기 보다는 충고하는 수준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러시아인들 모두가 젊잖은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러시아에 '정교조직 연합'이란 단체가 있습니다. 이 단체는 공산주의가 붕괴되고 러시아 정교가 다시금 비공식 국교의 지위를 회복하는 시점인 지난 1992년에 발족한 단체입니다.
이 단체는 이름에 나타나듯이 러시아 정교를 근간으로 한 종교단체입니다. 여타 종교단체가 그렇듯이 정교의 믿음을 널리 전파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수많은 정교 단체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만, 형식과 사상에 있어 일반 정교단체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점이 있습니다.
첫째로 이 단체가 최초로 결성되었을때 민주주의가 아닌 정교를 국교로 삼았던 과거 제국시절의 러시아로 회귀를 주장했다는 것입니다. 더불어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덕목으로 주장합니다. 절대왕정으로의 회귀는 현재에 와서는 다소 희석된 형태입니다만, 우익성향의 충성심 강조는 더 강화된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둘째 이들은 자신들의 정교원리에 배치되는 여타 행위에 대해 기도가 아닌 실력행사에 인색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테러 수준은 아닙니다만, 과격한 표현을 일삼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단적인 예로 최근 러시아 곳곳에서 열린 게이 퍼레이드 반대시위에 앞장섰던 인물들이 이 단체의 일원들입니다.
이들을 상징하는 것은 정교 수도사의 그것을 흉내낸 두건과 정교 십자가입니다. 외형을 보면 미국 인종차별주의자들인 KKK단을 연상시키는데요. 차이점이라면 KKK단은 인종차별을 한 집단이었다면 이들은 정교 교리를 믿느냐 안믿느냐로 인간을 구분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유쾌한 표현은 아닙니다만, '극단적 정교 원리주의자들'이라고 표현하면 맞을것 같습니다. 더불어 이들의 교리에 찬성하는 신자들 역시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각설하고, 얼마전 이들은 자신들의 사이트에 성소수자들에 대한 협박성 사진을 게재했습니다. 게이들의 공식활동에 대한 경고성 퍼포먼스라고 할 수 있는데요. 아래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사진을 찟고, 칼과 창으로 찌르며, 화살을 쏘는 등의 다소 섬찟한 모습들입니다.
이들이 올린 이사진은 현재 러시아의 블로그와 게시판 등에 널리 퍼져있는데요. 어떤 사진들인지 거들떠 보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