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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러시아에서는

푸틴을 위해 옷을 찢겠다는 푸틴의 군대 첫번째 징병식 현장

몇 일 전 푸틴의 군대라는 젊은 여성들로 구성된 단체에 대해 말씀을 드렸었는데요.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요약하자면, 몇 일 전 '푸틴을 위해 옷을 찢겠다(벗겠다)!'라는 제목으로 유튜브 및 러시아 내 동영상 사이트에 게재된 영상이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 동영상에서 본인을 대학생이라고 밝힌 지아나(영어식으로는 다이애나)란 이름의 여성이 푸틴이 대통령이 되야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영상 끄트머리에 '푸틴을 위해 옷을 찟겠다!'라고 적힌 티셔츠에 키스한 후 옷을 찟는 퍼포먼스를 펼친 것인데요. 이들 단체의 명칭이 바로 '푸틴의 군대'입니다. 특이한 것은 대학생 위주의 젊은 여성들로만 구성되어 있다는 것인데요. 이들의 목적은 간단합니다. '푸틴의 대통령 당선(Цель: "Путин - Президент!")'이죠.  

푸틴의 군대는 동영상을 통해 이슈 만들기에 성공했고 7월 22일(금) 오후 5시(한국시간 오후 11시)에 모스크바 중심부 뿌쉬낀 공원에서 오프라인 모임을 예고했는데요. 특이한 것은 이 오프라인 모임에 아이패드2를 경품으로 내걸었다는 것입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때 예고되었던 대로 푸틴의 군대는 22일 모스크바 뿌쉬낀 공원에서 첫번째 공개 집회를 가졌습니다. 이들은 이것을 첫번째 '징병식'이란 표현을 썼는데요. 이들의 단체명이 '푸틴의 군대'인것을 감안하면 이해되는 네이밍 센스입니다. 


이들의 이날 '징병식'은 엄격히 말하면 집회 종류라기 보다는 언론사를 향한 퍼포먼스라고 보는게 맞을텐데요.

징병식은 그리 복잡하게 진행된 것도 아닙니다. 30여명의 젊은 여성들로 구성된 푸틴의 군대 회원들은 동영상에 나온것과 유사한 흰색 민소매 티셔츠에 푸틴의 얼굴을 음각하고 그 위에 푸틴을 수식하는 표현을 각자 씁니다. 그리고 사전에 준비된 레드카펫(실제로는 베이지색 카펫) 위를 티셔츠를 입고 모델워킹을 합니다. 그리고 언론사와 대중을 향해 푸틴을 연호하고 푸틴이 대통령이 되야하는 이유를 외치는 것이 행사의 주된 내용입니다. 더불어 소셜미디어 담당이 따로 있는지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행사 풍경을 중계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게중에 몇 명은 동영상에 나온대로 '옷을 찢는'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습니다만 대 언론용 흉내에 그쳤습니다. 이들의 예고된 징병식을 보기위해 이날 뿌쉬낀 광장에 상당수 시민들이 모였는데요. 동영상에 나온대로 뭔가 화끈한 퍼포먼스를 기대했던 대중이라면 실망(?)했을법한 퍼포먼스였습니다. 


러시아에서는 공공장소에 집회를 할때 사전에 신고하게끔 되어있습니다. 물론 이들은 미리 신고를 했는지 행사는 별 문제없이 치뤄졌는데요. 조금 특이한 것은 넓은 뿌쉬낀 공원 꽤 넓은 공간에 철제 바리케이트가 쳐지고 경찰병력 상당수가 동원되었다는 것입니다. 일단 러시아 내 반푸틴 시민단체와의 마찰을 사전에 방지하자는 의도로 보입니다. 실제로 푸틴의 군대 집회를 비꼬는 문구를 든 이들도 이날 등장했으며 푸틴의 군대는 푸틴 지지세력과 정부의 뒷돈을 받은 꼭두각시 단체라는 내용을 담은 '안티 푸틴의 군대' 그룹도 개설된 상황입니다.

개인적인 소견을 전제로 말씀드리자면, 경찰은 여타 반푸틴 시민단체들이 집회를 했을때에 비해 무척 신경쓴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날 푸틴의 군대 징병식과 여타 시민단체들이 진행한 집회 풍경에서의 차이점은 형평성(?) 차원의 어색함인데요. 일단 앞서 말씀드렸듯이 40여명이 채 되지 않는 푸틴의 군대에게 할당된 광장 허용 범위가 꽤 넓었습니다. 여타 반푸틴 시민단체들의 집회시에 광장의 허용범위가 다소 좁게 허가되서 바글거린다는 인상을 받았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쾌적한 환경에서 퍼포먼스를 진행한 것입니다. 더둘어 반푸틴 시민단체의 집회시에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중간중간 제동을 걸던 경찰들이 이들의 집회에는 일절 간섭하지 않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더군다나 푸틴의 군대를 비꼬는 종이 피켓을 들고 나온 젊은이들은 경찰의 검문을 받고 신상조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러시아 권력 실세를 지지하는 행사이다보니 알아서 엎드린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일단 행사 이후 푸틴의 군대 지역별 SNS 사이트와 공식 블로그를 보면 이날 첫번째 징병식이 성공리에 개최되었다는 자체 평가를 내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 틀린말도 아닙니다. 동영상의 폭발적 관심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만 어느정도 이슈 만들기에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들은 이슈를 이어가기 위해 22일 푸틴의 군대 회원 미녀 대학생의 인터뷰가 담긴 동영상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푸틴의 군대는 조만간 두번째 징병식을 할 예정인데요. 아마 여름이 가기 전에 몇 건 더 볼 수 있을것으로 예상됩니다. 러시아 계절 특성상 9월 말 이후(가을 막바지)의 야외 행사는 그다지 실효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러시아 대통령 선거는 7개월 10일이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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