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29년 전 국민학교(초등학교) 4학년 때, 하늘에 절실하게 감사 기도를 드린적이 있다. 감사의 이유는 아이를 낳지 않는 남자아이로 태어나게 해주셔서이다. 당시 무엇을 본것인지, 혹은 들은것인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파트 4층 계단에서 하늘을 우러러 감사의 기도를 했더랬다. 당시 아이를 낳는다는건 상상하기 힘든 고통이라는것을 어린마음에 어렴풋이 알아버렸던것 같다.

2006년 8월 16일, 출산을 앞두고 의연하게 대처하던 아내의 얼굴을 보면서 그때를 떠올렸다. 아내보다 몇 살 더 많아 어른인척 했던 나는 그 시점 이후로 어른인척을 깨끗이 포기하고 말았다. 어떻게 그런 상황에서 저렇게 평화롭게 대처할 수 있는지 존경스러웠기 때문이다. 태어난 아이도 경이롭지만 그 아이를 10시간의 산고 끝에 낳은 아내 역시 경이롭긴 마찬가지였다. 임신기간 10개월 3일을 평범한 산모들에 비해 수월치 않게 보낸 아내이기에 그녀의 고생은 뭐라 표현할 말이 없었다. 더불어 그 이후로는 아내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에게 존경심이 들 정도였다.

고등학교 은사이신 홍일섭 선생님께서는 아이를 낳은뒤 간호사가 출산 소식을 전하러 나올때 다음과 같이 물어보라 평소에 가르치셨다.

"산모와 아이는 무사합니까?"

당시 만연했던 "아들이예요?' 혹은 '아들이예요 딸이예요?" 라고 물어보는 것은 남존여비 사상이 남긴 유치한 잔재라 덧붙이셨다. 멋진 대사라 여겨져 나중에 아이를 낳을때 써먹으리라 여기고 있었다. 18년이 흐른후 정작 써먹어야 할 상황에서 나는 이 대사를 써먹지 못했다. 아이의 분만에 참여했기에 굳이 간호사를 기다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감동적인 멘트를 나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를 낳은 직후에 아내에게 한말은 정말 멋없는 대사였다.

"수고했다. 정말 고생했어!"

수많은 말을 준비해갔지만, 당시 그말 외에는 딱히 머릿속에 떠오르질 않았다. 그리고 저 단순한 대사도 억지로 목구멍에서 끄집어내 뱉은 말이기도 했다. 아마도 겁에 질려있었던듯 하다. 아 창피해!

아이를 낳자마자 아내는 단 두마디를 하고 회복실로 들어갔다.

1. "다시는 (아이를) 안 낳을거야!"

2. "내가 뭐랬어. 아들이랬잖아!"

나중에 들어보니 정작 본인은 그런말을 한 기억이 없다고 한다. 고생스러워서 잊었으리라. 이후 집안 어른들이 둘째이야기를 하면 별말없이 웃음으로 넘어가곤 했던것은 이러한 아내의 고생이 생각나서이다.

하지만 수년이 흐른후 아내의 입에서 둘째에 대한 욕심이 언급되자 깜짝 놀라버렸다. 그 고생, 그 고통을 어느새 잊었단 말인가.


아이가 태어나 우리 가정에 온다는 것. 그것은 부모의 인생에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남는다. 물론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맞이하기에는 만만찮은 난관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세상의 어머니들은 그러한 고통을 감내하는 힘이 있다.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는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이여! 당신들을 존경합니다!

인생 최고의 행복한 순간을 다시 만들자 이야기하는 아내여! 당신을 사랑합니다! 



  1. Favicon of http://golbin.net BlogIcon 골빈해커
    2006.08.17 13:19 신고

    정말정말 축하드립니다! ^-^)=b
    (두번째 하신말이 정말 압권인데요? ㅋㅋ)

  2. Favicon of http://kumara.egloos.com BlogIcon 네모스카이시어
    2006.08.17 13:41 신고

    아아.......축하드립니다. 세 분 다 수고하셨어요.

  3. Favicon of http://harmjang.com BlogIcon 함장
    2006.08.17 13:50 신고

    아아~ 너무너무너무 감^_^축

  4. Favicon of http://readmefile.net BlogIcon 리드미
    2006.08.17 13:58 신고

    오...축하합니다. 좋겠수...부러비.

  5. Favicon of http://itviewpoint.com BlogIcon 떡이떡이
    2006.08.17 14:00 신고

    축하드립니다~^^

  6. Favicon of http://hong882.egloos.com BlogIcon 똥녀
    2006.08.17 14:27 신고

    정말 축하드려요.. 눈물나요... 아, 정말 수고하셨어요... 다들...

    • Favicon of http://russiainfo.co.kr/tt BlogIcon 끄루또이
      2006.08.17 16:0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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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아내가 그렇게 위대해 보일 수 없더군요. 태어난 아이는 태명을 '쭉쭉이'라고 지어서 불러서인지 길쭉길쭉 하더군요 ^^ 체형은 아내를 닮은것 같아요.

  7. Favicon of http://www.eyesclub.net BlogIcon EYEz™
    2006.08.17 14:46 신고

    형 좋겠수~
    나두 이제 슬슬 시동 걸어야 하나???

  8. Favicon of http://may.minicactus.com BlogIcon 작은인장
    2006.08.17 16:41 신고

    너무 축하드려요. ^^

  9. 초코ma
    2006.08.17 17:27 신고

    축하드려요~ 건강하시다니...다행입니다...
    더운데..몸조리 잘하세요~

    • Favicon of http://russiainfo.co.kr/tt BlogIcon 끄루또이
      2006.08.17 17:3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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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합니다.
      아이는 힘겹게 세상에 나와 이런 저런 검사중입니다. 무탈하겠지요. 산모는 미역국을 싫어해서(?) 그렇지 건강한 편입니다.

  10. Favicon of http://chaekit.com/wany/ BlogIcon 와니
    2006.08.17 18:48 신고

    아 제가 너무 늦었습니다.
    너무나도 축하드립니다.
    결혼전이시던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득남을!

    언제나 행복하시길 바래요!

  11. Favicon of http://www.co2n.com BlogIcon co2N
    2006.08.17 19:45 신고

    기분 좋은 소식듣고 안면한번도 없지만-_;)
    축하드립니다! 이제부터 시작이군요!![...]

  12. Favicon of http://mummy.egloos.com BlogIcon mummy
    2006.08.18 09:27 신고

    ㅋㅋ 산모는 아이가 남편닮아 다행이라는 말도 했습니다...축하드려요

  13. Favicon of http://nongwoo.ne.kr BlogIcon 농우
    2006.08.18 12:24 신고

    축하드립니다. 며칠 못들어왔더니 좋은 소식이 있군요! 모두 건강하실줄 압니다.

    • Favicon of http://russiainfo.co.kr/tt BlogIcon 끄루또이
      2006.08.18 12:4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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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합니다. 산모는 오늘 퇴원했고, 아이는 몇일 더 병원에 있을 예정입니다. 세 식구 모두 건강히 한 집에서 도란도란거리며 지낼날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14. Favicon of http://www.dal.co.kr BlogIcon 김중태
    2006.08.18 21:00 신고

    축하합니다. 밝고 건강한 아이로 성장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산모께서 손수 답장을 써주실 정도로 건강하니 더욱 반갑네요. ^^)
    그런데 '보나마나 아들'이라고 하신 점은 예쁜 딸 낳겠다는 평소의 말씀과 배치되는데요 ^^;

    • Favicon of http://russiainfo.co.kr/tt BlogIcon 끄루또이
      2006.08.18 21:1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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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합니다.
      산모가 오늘 퇴원했답니다. 자연분만이라 그런지 일찍 퇴원했어요. 다행이죠.
      산모가 평소에 입버릇처럼 '아들' 타령을 하셨더랬죠. 그런데 정작 아이 이름 생각해놓은것은 딸 이름 뿐이더군요. 하하...

  15. Favicon of http://ys.onblog.com BlogIcon Love
    2006.08.20 22:30 신고

    와우~ 이런거 찍을수도있구나아~~~~
    ㅎㅎ 역시 언니는 대단하구료~ 축하해용!!^^

    • Favicon of http://russiainfo.co.kr/tt BlogIcon 끄루또이
      2006.08.21 00:57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고마워. 저런 장면은 허락 받기보다는 뭐...무대뽀 정신으로 찍었다고 할 수 있겠지! 집도 가까우니 광장동에 한번 놀러가렴 ^^ 내가 있을때 오면 밥 사줌세!

  16. Favicon of http://nfeel.co.kr/tt/ BlogIcon 7828
    2006.08.21 17:47 신고

    헤키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무척이나 힘든 일을 해내신거고 많은 분들의 축복속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시길 바랍니다.

    끄루님은 수고하신 것 없습니다.. 헤헤~~

    거짓말 하나도 안보태고 헤키님이 지금은 다시는 안낳으신다지만 1년만 지나믄 지금 생각 몽땅 잊어먹고 끄루또이님이 "하나 더 낳을까?" 물어보심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뀝니다.. ㅎㅎㅎㅎ

    경험에서 우러나온 야그였슴당..

    • Favicon of http://russiainfo.co.kr BlogIcon 끄루또이
      2006.08.21 17:54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산모는 애 낳은지 4일이 지나니 '하나 더 낳을까'라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좀 키워보고 생각해보자고 제가 말리는 중입니다. ^^;

  17. Favicon of http://kr.blog.yahoo.com/yaggo_21 BlogIcon 맛짱
    2006.08.22 09:26 신고

    안녕하세요.
    오늘 첨 들려 보네요.
    아이 낳으셧다는 소식은 들었어요..ㅎㅎ
    그래서 시상식에 못 오셨다구...관계자 분이 그러더라구요.
    진짜 멋진 블로그를 꾸미고 계시는 군요.
    잘 보고 갑니다. ^^

    늦었지만, 수상도 축하 드리고...
    건강한 아가의 출산을 축하 드립니다.
    부인님도 넘 애쓰셧어요.
    몸조리 잘 하세요.

    • Favicon of http://russiainfo.co.kr/tt BlogIcon 끄루또이
      2006.08.22 13:38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감사합니다. 그리고 수상하신것 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 아쉽게도 시상식에 참석 못했습니다. 잘 진행되었다는 말만 들었습니다.
      하루하루 멋진 나날 되시길 바랍니다. ^^


  18. 2008.09.29 10:15

    비밀댓글입니다

  19. Favicon of http://ceo.blogcocktail.com BlogIcon 하늘이
    2008.09.30 01:10 신고

    헉! 이제 한달 남은 시점에서 리얼한 동영상 보고서... 옆에서 아내랑 같이 더 긴장을...ㅠ_ㅜ/ 요세는 너무 무서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흑흑...

    • Favicon of http://russiainfo.co.kr BlogIcon 끄루또이'
      2008.09.30 07:3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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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내세요. 9개월까지 병원에서 별말 없으면 적어도 사지(손가락)포함 모두 정상이란 이야기일겁니다. 단지 출산시에 사모님의 힘이되어 주세요. 아이 낳는거...당연한것 같지만 절대 당연한 일이 아니더라구요.

  20. friendy
    2008.10.14 18:00 신고

    안녕하세요 끄루또이님~ 프렌디 콘테스트 담당자 입니다.
    프렌디 콘테스트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 이 포스트를 봤을 때 감격해서 좋아라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
    아드님이 태어난 이후에 있었던 재미있었던 일들도 어서어서 포스팅 해주세요~♡
    멋지고 재미있는 추억 이야기들 기대할께요 ^^